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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139-1] 구텐버즈 「방방곡곡 혁명가」

구텐버즈 (Guten Birds) 『방방곡곡 혁명가』
by. 음악취향Y | 2017.03.20
음악취향Y | 2017.03.20

[고종석] 2010년대 이후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을 이뤄 나오고 있다. 안정되고 배가된 환경도 기대해봄직한 타이밍이다. 숫자 9와 10 사이의 새들을 의미하는 밴드명을 지닌 구텐버즈 역시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상승과 진화의 과정을 지나쳐 나왔다. 이들은 《TOP 밴드》(2012)에 출연하며 대증의 주목을 이끌었으며, 같은 해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에 선정되며 평단의 주목도 함께 얻어냈다. 2017년을 맞이한 구텐버즈는 올 한 해 동안 총 4회에 걸쳐서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 무대륙에서 정기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텃새35911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진 중장기 이벤트에 맞춰서 구텐버즈는 공연 직전에 싱글 1곡씩을 발매하는데, 「방방곡곡 혁명가」는 3월 12일 무대에 앞서서 발표된 ‘텃새35911 프로젝트’를 위한 첫 싱글이다. 전체 연주를 동시에 레코딩하는 원 테이크 방식으로 완성된 「방방곡곡 혁명가」는 녹음 과정을 팬들에게 공개하는 이벤트를 전개하면서 발매 이전부터 이슈를 모으기도 했다. 구텐버즈 고유의 거칠고 투박한 패턴이 여전하게 묻어나는 「방방곡곡 혁명가」는 비트의 찰진 마디마디가 큰 틀을 이룬 가운데, 변화와 기교를 뒤섞은 맹렬한 현의 울림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무던한 듯 살이 서린 보컬은 곡조의 변화 속에서 시니컬함이 배가되며 곡의 육중함을 더하고 있다. ★★★★☆

 

[김성환] 2017년 내내 프로젝트 ‘텃새 35911’이라고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 공연을 이어가겠다고 매체들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트리오 구텐버즈는 3월, 5월, 9월, 11월 각각의 공연 이전에 한 곡씩 해당 공연의 컨셉에도 맞는 디지털 싱글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었다. 바로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이 노래다. 작년부터의 촛불 시위가 결국 무혈 시민 혁명의 첫 단추를 잘 끼워낸 현 상황에서, 투박하고 점점 무겁게 진행되는 로커빌리 트랙은 그 '혁명'이 꼭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든 사람들만의 것만은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몸이 어디에 있건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올바른 변화를 갈망해가는 마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낮고 음울하게 깔리는 모호의 보컬, 퍼지한 노이즈와 어두운 그루브를 가진 기타 연주, 서현과 무이의 탄탄한 베이스-드럼 리듬이 뒷받침한다. 전범선과양반들의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2016년을 상징하는 혁명가였다면, 2017년의 혁명가는 분명 이 노래가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

 

[김용민] 적어도 '그 민간인'이 몰락하기 전까지, 혁명은 꽤나 염가에 팔리던 단어 중 하나였을 것이다. 뭉치지 않았고, 굳세지 않았고, 전설적인 역사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우겨 넣을 때 자주 등장하던 헤게모니였다. 그러나 그 신화적인 단어에 어울리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혁명’은 우리 생활 속으로 급습한다. 「방방곡곡혁명가」는 어디에나 널부러져 있던 그 저렴한 혁명이 아닌, 방방곡곡 고이 모셔져 있던 혁명들을 덤덤하게 꺼내든다. 작년 ‘전범선과 양반들’이 꺼낸 혁명은 역사 속 프레이즈를 현재에 이어붙였다면, 구텐버즈는 지금을 목도하고 “돌아보니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나지막이 읊조리는 모호의 보컬, 혼란스러운 기타솔로와 우직하게 갈 길가는 드럼과 베이스는 딱 그 모습이다. 이제 혁명 공로를 차지하기 위한 이기심은 스멀스멀 피어오르지만, ‘방방곡곡혁명가’는 그 움직임을 차단하는 매우 시기적절한 증언임에 틀림없다. 여느 파워풀한 혁명가보다 신나는 외침이다. ★★★☆

 

[박병운] 천천히 발돋움하다 무희처럼 이내 수놓는 기타, 음울한 그림자처럼 내내 깔린 베이스, 광장의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닮은 드럼. 그렇다. 광장. 스카웨이커스의 『The Great Dictator』(2017)가 지금 광장에 달려 나와달라는 촉구 같았다면, 구텐버즈는 마치 후일담 같은 덤덤함을 들려준다. 한 패션지가 댄스팝 싱어에게 던져준 '무심하고 시크하게'라는 표현은 인제야 제 주인을 찾아 구텐버즈에게 돌아갔다. 이 덤덤함 안에서도 도드라지는 끊임없는 역동은 개러지록과 인디펜던트한 요소 등 지금까지 구텐버즈를 형성한 염색체들의 복잡한 사정을 헤매게 한다. 작년 가장 중요한 음반 중 하나였던 『Things what may happen on your planet』(2016)에 이어 늦지 않게 찾아온 본작은 혁명이라는 단어가 섣부를 정도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리네 정국을 닮아있기도 하다. 이들이 계속 발매할 싱글과 우리 앞에 남아있는 숱한 산더미 같은 변수들. 미세먼지의 계절이다. ★★★☆

 

[조일동] 2017년 한국에서 혁명의 이미지는 더 이상 격렬함, 폭력, 피로 물들지 않는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인터넷과 뉴스를 지켜보며 마음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타락한 권력을 뒤집었다. 구텐버즈는 바로 오늘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혁명이라는 이름에 떠올리게 되는 마칭 드럼이 잠시 펼쳐지는가 싶지만, 바로 다양한 시민들의 표정과 목소리처럼 베이스와 기타가 여러 스타일을 오가며 단순치 않은 소리의 공간을 자아낸다. 심벌의 파열음과 함께 밴드 전체가 상승하기도 하고 미로처럼 꼬인 연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도 침착하고 찬찬한 목소리로 나지막하지만 뜨겁게 이 새로운 혁명의 소리를 전하는 모호가 자리하고 있다. 폭발하지 않기에 더 묵직한 모호의 목소리처럼 방방곡곡 혁명은 개개인의 일상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차유정] 기대감이나 성취감에 치우치지 않는다면 성공은 하나의 분기점이 되거나 소중한 기억이 된다. 얼마전 사람들이 건져올린 작은 승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많은 혁명가나 진군가들이 담보되지 않은 미래를 대상으로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현재에 대해 얘기하는 게 보통인데, 이 노래는 최대한 차갑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다. 세련됨의 중추신경을 가지런히 정돈한 터프한 혁명 노래이면서 조용한 즐거움이 뭔지도 일깨워준다. ★★★★

 

Track List
  • 01. 방방곡곡 혁명가 L모호 C구텐버즈 A구텐버즈
태그 | 싱글아웃,구텐버즈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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