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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로드》 : 마른 비만 메탈 돼지들아.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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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기타가 송메이킹과 사운드를 주도하는 밴드, 이름은 밴드지만 현재는 2인조 구성. 부모와 동급생 등 주변의 시선이 곱진 않지만, 그는 매번 밴드의 드럼을 맡은 친구에게 메탈 클래식들을 추천하며 장르가 안내하는 고양과 혈기를 권장한다. 기타 녀석은 자신들이 포스트 데스 메탈을 하고 있다고 자처하는데, 밴드명도 일찌감치 스컬퍼커(Skull F*cker)로 정했던 참이었다. 세상과의 불화는 당연히 자처했고 앞으로도 감수할 모양이다.
 
Judas Priest와 Metallica의 고색창연한 넘버들을 주변에 추천하는 기타에겐 현재 비어있는 베이스 포지션에 여성이 가세하는 것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작품의 곳곳에 흐르는 Bach의 1번 무반주 첼로 1번 사장조 BWV 1007의 무게감 있는 선율은 자신이 추구하는 메탈 돼지로서의 순혈주의엔 허락되지 않는 길인 모양이다. (흥, 뭐래.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안에서 이 곡이 얼마나 근사하게 재생되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메탈 밴드에 여성 멤버가 들어오는 것은 안 된다는 명제는 작품 안에서 스판이나 가죽 복장 입은 남성들의 게이 섹슈얼리티한 형용모순의 문제 제기를 통해 이미 우스개 취급만 될 뿐이었다. 이미 장르의 역사에서는 젠더의 헐렁한 벽을 돌파하며 걸출한 활약을 보인 이름들의 선례가 수북한 마당이니 변명조차 되지 않는다.
 
이처럼 음악 청춘물 《메탈 로드》(2022)는 장르의 유구한 역사를 농담조로 언급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생존한 ‘살아있는 전설들’에 대한 헌사와 함께 꾸준한 생존자로서의 메탈 키드들을 격려하는 소박한 작품이다. 한편, 작품에서 누추한 인셀 인생들을 위해 곁들인 판타지마저 지나치게 비관조로 흐를 것을 경계한 나머지, 극 중 메탈 갓 4인조 - Scott Scott Ian (Anthrax), Tom Morello(Rage Against The Machine), Kirk Hammett(Metallica), Rob Halford(Judas Priest) - 를 카메오로 등장시켜 격려와 웃음을 교차시킨다. 여기에 사운드트랙 마저 올타임 베스트 메탈 모음집 격의 역할을 수행하며 본작이 어떤 작품인지 명확히 인식시키는 듯하다.
(편집자 註. 이 영화의 트레일러와 사운드 트랙 수록곡들은 글 말미의 플레이리스트로 첨부했습니다.)
 
독립적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출중하면 정말 좋았겠으나, 기본적으로 청춘소동극의 인상을 크게 넘지는 못한다. 현재 음악씬에서 메탈 장르를 보는 인식과 일부 굳어진 편견의 폭을 넘는 수준의 성숙함은 보여주진 않는 듯.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미드의 제작진이 참여했(다고 하)고, 여기에 Tom Morello가 프로듀싱한 음악의 여러 면면은 노선이 뚜렷하다.
 
한때 믹스테이프와 음악감상실 등을 통해 서로 간의 취향을 교류하던 그때 그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의 감상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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