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이 음악에는 음이 형성되는 맥락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박자를 느낄 수 없는 타악기와 일정한 전자음을 곁들이는 구조에 바이올린이라는 찰현악기 특유의 자연스러운 뉘앙스가 자연스레 얽혀든다. 그러나 인공적인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생체적인 맥락에 두었기에, 후반부의 전자음마저도 독특한 뉘앙스 속에서 일렁이게 되었다. 이질적인 요소인 것들을 하나의 심상에 품었음에도, 참으로 복잡다단한 그러나 균일한 뉘앙스를 창안해낸 솜씨만큼은 간과할 수 없다. ★★★

[정병욱] 아날로그와 전자, 자연과 인공, 평소라면 어울리지 않았을 각종 질감의 소리가 능청스럽게 공존한다. 도입부에서 나무를 두드리고, 이내 건반을 두드리는 멜로디가 합류해 동일한 질감을 표현하는 것 같더니, 곧장 장수현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섬세한 찰현과 둠칫대는 드럼 비트가 난입해 상호 이질적인 상호작용을 이어간다. 서두에서 예상했던 미니멀한 흐름을 이어가지 않는 의외의 중반과 후반 드라마틱한 서사 및 스케일도 두드러진다. 다만 이처럼 다채로운 소리의 치열한 맞부딪침을 펼쳐 놓고도, 각 소리가 결국 따로 흩어져 인위적인 메인 신스 사운드와 비트가 이를 힘겹게 끌고 간다는 점, 투박한 인상만 남은 채 별다른 그만의 구체적인 장면 및 스토리를 떠올리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

[차유정] 자연스러운 것과 약간은 엇나간 현실을 나름 대입해보려고 하는 몸부림이 비트 안에 담겨 있다. 밝고 시원한 사운드에 중점을 두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다 초현실적인 색깔을 담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는것 같다. 다만 현실을 대입하는 것과 초현실적인 세계를 담아내려는 욕구 사이의 적절한 접점은 다소 미약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