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디아블로는 분명 헤비메탈을 추구하는 밴드지만,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힙합 그루브의 적극적 활용은 물론, 유로 댄스의 대표곡이었던 London Boys의 「Harlem Desire」(1987)도 그들의 손에서 강력한 메탈 그루브로 변신했다. 「Breath」(2014)로 유브이의 유세윤이나 바스코 등 팬들의 예상을 깨는 파격적인 피쳐링도 서슴없이 도전한 그들이었다. 게다가, 오랜만의 복귀 싱글 「목소리」(2019)은 한국 OST의 관행을 넘어 TV드라마 《보이스 시즌3》(2019)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었으니, 그들의 도전은 현재에도 꾸준히 진행중인 셈이다. 1년 만에 공개한 신곡 「Unheard Answer」는 다양한 파격에서 얻은 활력과 에너지를 온전히 자신들이 가장 잘 구현하는 사운드 구축에 쏟아 붓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도입부부터 휘몰아치는 공격적인 드러밍과 군더더기 없는 안정적 기타 리프, 그리고 숨막히게 밀어닥치는 보컬 샤우팅의 압박감은 이들의 귀환을 더욱 반기게 만든다. 한편, 후렴 파트는 긴장을 정비하는 브레이크의 구실을 유연하게 해주고, 중반부의 매끈한 솔로잉을 지나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드러나는 장르 특유의 비장함까지 기승전결이 매우 자연스럽다. 그들이 다시 본연의 에너지를 분출할 준비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곡이자 앞으로 계속 폭풍처럼 몰아칠 것이라 예언하는 후속작들에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곡이다. ★★★☆

[조일동] 디아블로는 과작을 하는 밴드다. 1993년 결성 이후 지금까지 단 두 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장의 정규작의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밴드가 참여한 컴필레이션 『Legal Defense』(1997), 『Hard Core 2001』(2001)은 한국 헤비니스 역사에서 하나의 흐름을 일궈낸 작품이다. 2010년 이후 보컬리스트와 장학과 함께 만든 세 장의 EP는 N.W.O.A.H.M.을 바탕으로 한 메탈코어 계열 사운드에 클린 보컬 멜로디를 자유롭게 덧대며 멜로우와 헤비니스의 균형을 빼어나게 구현한 작품이다. 현재 활동 중인 멤버는 디아블로가 추구하는 사운드, Lamb Of God에서 Pantera까지 기댄 근육질의 굴곡진 리프 사이로, Slipknot에서 Korn 사이의 어딘가에 이르는 스타일의 세련되면서도 음습한 멜로디를 모두 구현하는데 있어 최적화한 구성이다. 새로운 정규작으로 향하는 첫 싱글 「Unheard Answer」에는 놀랍게도 Soilwork 같은 밴드에게나 들을법한 직선적인 리프가 먼저 귀를 치고 나간다. 지난 10년간 디아블로가 조금씩 흘리듯 비춘 음악과 마찬가지로 직선적인 흐름은 곧 변화를 맞이하는데, 외적으로 그 중심은 보컬에게 있다. 장학은 그로울링과 래스핑, 클린 보컬, 내레이션을 오가며 5분 20초 동안 밴드의 연주에 쉼 없이 새로운 색을 얹어낸다. 장학의 화려한 활약이 더 빛나는 까닭은 그의 보컬 스타일이 변화하는 순간마다 밴드가 짧은 기타 릭이나 리프로, 혹은 드럼 필인으로 반 박 먼저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마치 디아블로는 밴드라는 사실을 강변하듯 말이다. 템포를 포함하여 모든 음악적 변화는 특정 멤버가 아니라 밴드 전체가 들려주는 인터플레이를 통해서만 보여주겠다는 의지처럼 읽힌다. 그래서 장학의 빛나는 활약에도 음악은 밴드 디아블로로 초점이 맞춰진다. 밴드가 매너리즘이라는 덫에 빠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멤버의 고른 성장과 그 성장이 밴드의 스타일 변화로 모아지게 만드는 노력에 있을 것이다. 디아블로의 과작은 그런 노력의 결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반드시 새로운 정규앨범을 듣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