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21-4] 말로 「피리부는 사나이」

말로 (Malo) 『송창식 송북』
15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10
Volume 9
장르 재즈
레이블 제이엔에이치뮤직
유통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송창식의 음악들은 단순히 포크라는 장르의 틀에 묶어서 해석할 수 있는 음악이 절대 아니라 생각해왔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서 민요와 창가, 심지어 한국 가곡의 영역까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했으며, 서양 음악인 블루스, 소울, 재즈적인 요소들도 한국적 끈끈함으로 그의 음악 속에서 녹아내렸다. 자신의 목소리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즈로 풀어낼 수 있는 말로가 송창식의 음악을 본격적인 트리뷰트 앨범으로 꾸미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품었다. 놀랍게도 CD로만 2장, 22곡이라는 방대한 트랙리스트로 완성한 『송창식 송북』은, 재즈가 구현할 수 있는 표현 범위 속에서 송창식이란 작곡가의 매력과 말로라는 보컬리스트의 매력 모두를 충족시킨다. 장르적 허용 속에 멜로디를 일부 변화시켰음에도, 송창식의 오리지널 멜로디가 이렇게 재즈적 편곡에서도 빛을 강하게 발산한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물론 이는 언제나 선율의 매력을 과잉이 없는 목소리로 전할 수 있고, 긴 시간 ‘한국적 재즈 스탠다드’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말로의 보컬이 가세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피리부는 사나이」는 여유로운 스윙 리듬으로 재해석되면서 마치 원래부터 재즈 클럽의 복고적 낭만시대에 흐르던 곡 같은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중반부부터 두드러지는 트럼펫의 연주, 클라이맥스를 향하면서 보다 우아하게 솟아오르는 그녀의 스캣이 주는 농밀함이 끝나는 순간까지 귀를 놓지 못하게 한다. 원곡에 대한 예우를 정확히 담아내면서도 재즈 스탠다드의 편곡이 갖는 강점을 제대로 이용하며 보컬의 매력까지 극대화한 매력적인 재해석이다. ★★★★

 

[박병운] 산업 발전의 박차가 대한민국의 새벽을 깨우고 밤의 두근거리는 고동을 만들던 1974년. 같은 해 9월 13일~15일 《제1회 한국가요제》(1974)에 송창식이 응모작으로 출품한 「피리부는 사나이」는, 노래하는 소탈한 유랑가객의 자아를 충실히 대변한 곡이었다. 이렇게 다소 울적한 낙천성은 훗날, 이 싱어송라이터에게 ‘대마초 사태의 밀고자’라는 오인을 낳게 한 동인이 되었을지도. 말로가 한 음악인의 디스코그래피 거의 전반에 대한 진지한 헌사를 남긴, 본 작업물 속에선 스윙풍 무드와 함께 당당한 보폭으로 낭만적 회고를 남긴다. 이 보폭에 걸맞은 정영준의 베이스, 들뜸에 장르 음악의 탄력을 배가하는 이명건의 피아노 등은 수훈을 발휘한다. 역시 그 속에서 말로의 보컬은 허스키함과 더불어 에너지 서린 존재감을 드러낸다. ★★★☆

 

[조일동] 『겨울, 그리고 봄』의 침잠하는 치열함으로 그 흐름이 잠시 멈추긴 했지만, 『동백아가씨』(2010), 『Malo Sings Baeho』(2012)로 이어지던 한국 대중음악의 정서, 스타일이 얼마나 재즈와 가까운지 보여주던 일련의 시도는 분명 짜릿했다. 말로가 한국 음악인을 송북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멈춰야 했던 이유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는 바다. (말로는 《음악취향Y》와 2009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엄마라는 삶의 변화가 자신의 음악에 얼마나 커다란 변화였는지 토로한 바 있다.)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말로는 재즈 아티스트로 다시 살아졌고, 송북 프로젝트는 재개되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송창식이라는 소식은 반가움 이상이었다. 배호 이상으로 말로와 정서적, 음악적 교집합이 큰 아티스트가 송창식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필자는 이전에도 여러 글에서 말로를 ‘용감한 스캣’ 혹은 ‘용감한 목소리’라 평가한 바 있다. 기술적 완성도 이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파격적으로 표현하는 말로의 스타일 때문이다. 송창식의 음악은 곡쓰기부터 편곡까지 프로토타입이 없는 인물 아닌가? 노랫말까지도 말이다. 결과는? 무려 두 장의 음반에 22곡이 꽉꽉 눌러져있다. 원곡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양한 재즈의 색이 자연스럽게 입혀졌다. 그리고 송창식과 다른 결의 파격을 보여주는 말로의 보컬이 때론 거칠게, 때론 녹아내릴 듯 마무리를 짓는다. 송창식 노래의 완성이 결국 송창식의 목소리인 것과 다르지 않다. 남들에겐 따라부를 수 없는 톤과 호흡임에도 자신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송창식의 목소리처럼 말로 역시 베이스 워킹 위에서 자기 색으로 「피리부는 사나이」를 한껏 풀어낸다. 마친 원래부터 말로의 옷이었던 것처럼 자신있고 풍성하다. 그런데 이 곡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앨범 전체를 통해 다양한 편곡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는 말로의 목소리를 반드시 느껴야만 한다. ★★★★☆

 

[차유정] 송창식의 목소리에는 시대의 무게와 연대라는 케케묵은 단어를 부드럽게 정화시키는 힘이 가득하다. 듣는 사람이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감정에 충실히 화답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 하고 싶은 말에 연장을 갈고 있는 모습이 그를 사랑했던 세대가 기억하는 송창식의 노래이자 이미지다. 말로는 그가 지녔던 일종의 무게를 내려놓고 재즈라는 장르와 21세기에 어울릴 것 같은 '피리부는 사나이'의 모습을 상상한다. 일종의 다짐이자 기백의 연장으로 볼 수 있었던 힘이 들어간 원곡 느낌 대신에, 어디로 가든 상관 없는 보헤미안의 정서를 좀더 부합시킨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시도 자체가 과거에 송창식이 드러냈던 감정 혹은 용기와 얼마나 맞물려 있는지는 아쉬운 면이 앞선다. 부드러운 편곡을 선택한 지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원곡이 가진 정서를 비트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오리지널의 감수성에 접근하는 측면은 이질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의 시도 자체는 원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의 문제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피리부는 사나이
    송창식
    송창식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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