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시연(보컬), 히나(기타/키보드), 마젠타(베이스), 쵸단(드럼/보컬)으로 구성된 아이돌 지향 걸즈록(Girl’s Rock) 밴드 큐더블유이알의 EP 『Manito』(2024)의 타이틀곡. 사실 유튜브 방송인 김계란이 《최애의 아이들》이란 프로젝트로 여성 온라인 방송인들을 모아 이 팀을 기획한다고 했을 때, 완성도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첫 싱글 『Harmony From Discord』(2023)의 타이틀곡 「Discord」는 일단 (《BabG Dream!》(2016)이나 《봇치 더 록》(2022) 같은 애니메이션 속 스쿨밴드형 J-Pop/Rock의 잣대로 보았을 때) 준수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물론 태생적 한계로 인해 멤버들의 연주력에 대한 실제 기량을 논하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소화해야 할 범위에선 밴드로서의 본분은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의 ‘출신’이 우리가 흔히 아이돌에게 바라는 ‘성장 서사’를 기대하도록 팬들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줄 레벨의 사운드란 생각도 들었다. 이번 첫 EP에선 음악적으로도 좀 더 J-Pop의 공식에 충실하게 지향점을 잡았는데, 이를 확실히 대표하는 트랙이 이 곡 「고민중독」이다. 일단 NMB48의 멤버로도 활동했던 시연의 보컬이 전하는 여리지만 깔끔하고 안정된 가창과 음색이 청량감을 주기에 곡의 감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신시사이저 활용의 편곡 내 비중을 늘리면서 나머지 악기 파트의 연주를 잘 감싸주는 것도 이들의 사운드가 ‘밴드 포맷의 팝’임에 방점을 잡아준다. 무엇보다 앞서 예를 든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삽입곡 같은 심플한 기승전결의 멜로디는 J-Pop 스타일의 악곡 구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특별한 친숙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중이 록밴드에게 갖는 엄격한 시선을 일단 거두고 듣는다면, 누구나 쉽게 즐기기 좋은 완성도 있는 팝 트랙임이 분명하다. ★★★☆

[유성은] 「고민중독」은 전작 「Discord」(2023)에 비해 더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록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전보다 더욱 몰입감을 주는 기타 리프, 보법마저 가벼운 생생한 드럼 비트, 보컬의 보다 다이내믹한 스타일의 구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사운드에 몰입하게 만든다. 재패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전자음을 가미한 인상적인 편곡은 오프닝 시퀀스를 더욱 시원하게 선보인다. 이 곡의 리프와 멜로디는 팝록이나 일렉트로닉팝에 보다 가깝고, 전작보다 더욱 풍성해진 편곡과 함께 훅이 강조된 보컬 멜로디가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요즘 자주 접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발표하는 음악 중에서도 사운드의 완성도와 질주감을 무기 삼아 발군의 기량과 뚜렷한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

[정병욱] 시의성 있는 요소들이 전략적으로 잘 맞아떨어져 있다. 스트리머와 아이돌 출신 멤버, 프로젝트 그룹, J-Pop과 밴드음악에 관한 관심, 밈을 활용한 안무 등이 그렇다. 일본 대중문화와 K-Pop에 두루 익숙한 이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테마 같은 보컬 디렉팅, 2010년대 중반 소녀 이미지를 강조한 K-Pop 걸그룹을 연상하게 하는 멜로디 진행, 2000년대 일본 일렉트로닉 음악의 비트와 곳곳의 칩튠 효과까지. 결과적으로 이것을 아우르는 종합이 일본 스쿨 밴드 콘셉트라는 사실이 1차원적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쓴 트랙이다. 기본기 탄탄한 실력을 바탕에 두었겠으나 마치 기계와 같은 인위적인 느낌을 줄 만치 너무나 매끈하게 뽑은 보컬마저 철저히 의도했다는 판단이 든다. 장르, 작곡, 퍼포먼스 어느 면으로나 신선함은 기대할 수 없지만 반대로 그것을 굳이 기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룹 팬이나 해당 씬의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하고, 반복해서 들어도 무리 없을 트랙. 달리 말해 장점도 단점도 스스로 잘 알고 만든 영리한 비즈니스 산물이다. ★★★

[차유정] 발랄함보다는 적당한 진지함과 컨셉에 충실한 가운데 은근한 재미를 느낄수 있는 곡이다. 걸즈록이라는 장르도 이제 꽤나 연식이 되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석으로 구현하는 경우를 접하기 어려운데, 표현하고 싶은 타겟을 명확하게 잡고 실수를 염두에 둔 채로 질주하는 스타일이 아주 흥미롭다. 앞뒤 재지 않고 달려 나가는 그런 느낌이 곡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