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White Stripes의 성공이 세계 록 씬을 휩쓴 이후, 기타-드럼 포맷의 개러지/얼터너티브 성향의 2인 밴드들이 한국 인디 씬에서도 여럿 등장했다. 오랜 호흡을 거쳐 이제는 공식 부부 밴드가 된 레이브릭스, 유닛이고 장르는 이와 좀 다른 블루스 밴드이긴 하나 라이브에서 원초적 파워를 전하는 김간지×하헌진, 그리고 데드버튼즈 등이 지금 뇌리를 스친다. 그 중에서 전국비둘기연합 역시 꾸준히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밴드였다. 사실 이들의 라이브를 클럽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데뷔 당시의 3인 체제가 아니라 이미 2인 체제로 정비된 이후였다. 하지만 이들이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오히려 ‘거칠어서 아름다운’ 점이 항상 큰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물론 그 거친 면이 개러지 록의 기본 속성이라 해도 기타와 드럼이 강하게 배틀처럼 맞붙는 이들의 호흡은 그 거친 어지러움 때문에 오히려 전율을 느끼기에 좋았다. 2년 간의 긴 공백 끝에 발표한 이들의 정규 4집 『999』에서도 이 흐름은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다만 그룹의 경력이 쌓인 것을 대변하듯 불필요한 소리의 파열을 줄인 흔적만이 보일 뿐이다. 2분도 안되는 이 곡에서도 그들은 신나게 질주하지만 정확한 완급 조절을 놓치지 않으며, 그 흐름의 자연스러운 안배를 통해 질주할 때의 흥겨움을 배가시킨다. 누군가 주변에서 원초적인 록 음악의 에너지를 원한다면, 이들을 추천 대상에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

[김용민] 전국비둘기연합 (이하 전비연)에는 여러 요소들이 혼재된 루저정신이 펑크를 위시한 다양한 장르에 단순하게 들어가면서도 화자의 주체성은 놓치지 않는 밴드였다. 굳이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겠지만, 의미는 조금 복합적이다. 『999』 앨범 전체도 그렇고 「끼리끼리」에서도 러프한 연주, 로파이한 레코딩 등에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그때 그 느낌이 되살아나질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전비연은 단순하게 분노가 치미는 그 시대에 가장 감성적이고 정교하게 폭발하던 록스타였다. 그러나 지금은 복합적이고 고려할게 많아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시대에서 가장 단순하게 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전자는 신선했는데, 후자는 굳이(?)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고, 「끼리끼리」는 이 앨범 내에서도 그 경향이 가장 극단적인 곡이다. 물론 일정 부분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씬에서의 분명한 축복이다. 오히려 그런 분노를 포크와 같은 잔잔한 장르에서도 공유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일방적인 연주와 표현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이 된지 오래다. 다만 우리가 전비연에게 기대고 있는 것은 그런 단순함을 넘어선 예상하지 못했던 입체적인 쾌감이었기 때문에, 전비연을 재현하기보다 그때 그 시절을 재현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

[박병운] 아폴로18 음반 발매 오프닝 등에서 동료이자 은근히 동생뻘의 위치를 자임해야 했던 과거의 전비연이었지만, 이젠 뭐 논박을 불가능하게 하는 ‘꾸준하고 성실한 밴드’ 음악인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남아있다. 그래도 1분 50여 초에 달하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밴드의 태도는 여전하다. 논지가 명료한 – 너네들은 좆나 구리고, 우리는 로큰롤이다! - 가사와 2인조 안에서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배기량으로 '어제도 오늘도 개러지 화이팅'이다. 음악 게시판에 드문드문 올라오는 담론과 지식 경연, 작품성, 장르 등의 이야기를 꽤나 무기력하게 만드는 순수한 신경질과 완력으로 뭉쳤다. ★★★

[차유정] 몰려다니는 행위를 지겨워하면서도 그렇게 안하면 정작 뭘해야 좋을지 모르는 아이러니가 거칠게 드러나있다. 빠른 속도감으로 '할 말만 하고 끝'이라는 기분을 주기도 하지만, 내용을 질질 끌기보다 빨리 마무리한 대목이 오히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