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커널스트립에서 동찬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수용한 음악인이 또 한 명의 전자음악가 덥인베인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내놓았다. 『안개』(2018)가 제명 같은 은밀함을 지닌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웬걸 태연하게 만든 하우스 사운드다. 곡의 마무리를 앞두고 살짝 전환이 있지만, 곡 전반에서 '이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작은 끄덕임을 준다. 그럼에도 영기획 쪽 음악들이 그러하듯 묘하게 부담스럽지 않은(?) 지적인 자리매김과 사변적으로 들리는 문체같은 감이 느껴진다. 이게 영기획과 음반 발매 음악인들과의 적절한 거리감과 교류에서 파생하는 ‘전자음악 맛집 레시피’의 비결인지는 모르겠지만. ★★★

[열심히] 소란스럽게 좌우를 오가는 비트가 주도하는 속도감이 인상적인 일렉트로닉 트랙입니다. 중간에 비트가 확 빠지는 부분에서 살짝 늘어지긴 하는데, 그래도 곡의 메인테마를 이루는 요소들 - 여러 겹으로 쌓은 비트의 변주, 쟁글거리는 메인 멜로디 패턴의 반복 - 은 귀에 선명하게 꽂혀 흥을 돋웁니다. 작법에서 꽤 너디(nerdy)한 포인트가 있고, 이를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적절히 갈릴 만한 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