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은] 곡을 듣고 우선 떠오르는건 J-Pop 씬에서도 보컬로이드계 프로듀서와 우타이테 보컬리스트를 합친 '유닛' 시스템인 Yoasobi, Zutomayo 등의 히트곡들이었다. 기본적인 전자음 위에 밴드 스타일의 편곡을 올린 음악인데, 빠른 BPM의 드럼-베이스 리듬, 멜로딕한 코드가 넘칠 정도로 수북한 전개에 강렬한 기타 사운드,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대표적인 리프를 조합한 중독성 있고 신나는 팝이다. J-Pop 씬의 Scandal이나 K-Pop 씬의 데이식스 처럼 아이돌이 밴드를 표방하는 컨셉이 드문건 아니지만, 가상의 존재를 자처하며 큰 인기를 얻은 이세계아이돌과는 다르게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유명세를 얻은 이들이 화면을 박차고 나와 본인들의 명의로 아이돌 밴드 형태를 갖춘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굳이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을 거쳐 데뷔 후 7년을 활동하는 아이돌계의 공식 아닌 공식을 우회하는 것도 가능하고, 인플루언서 활동에 의한 서브컬쳐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메이저 아이돌 음악으로 진입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달의하루의 「염라」(2020)나 이세계아이돌의 「RE:WIND」(2021) 같이 실체를 접할 수 없는 서브컬쳐 계열의 음악이, 직접 만나 열광하며 닿을 수 있는 '실체있는 아이돌'로 진화하는 과정의 선상에 서있다. 프로듀서 김계란의 말처럼 미디나, AR 비중을 줄이며 밴드 음악의 본령에 가까워 진다면, PassCode, Baby Metal 같은 밴드의 존재감에도 필적할수 있겠지만, 활동범주가 공사다망하다보니 각 포지션별로 연주력에 기초한 악곡의 질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의 여부가 관건이다. ★★★★

[이아림] 단순히 신예 밴드로 본다면, 가볍게 즐기기 좋고 ‘비주얼 걸밴드’라는 지향점과도 맞아떨어지는 팀이다. 정직하게 끊어지는 연주는 경직되어 있긴 하나, J-Pop의 특색이 느껴지는 통통 튀는 멜로디의 음악은 시연의 말간 목소리로 기분 좋은 상쾌함을 선사한다. 밴드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린 이동혁의 프로듀싱은 일본 애니메이션 OST 같은 쾌활함을 소녀의 발랄함으로 치환하는데, 곡의 주제에 따라 서정성을 섬세하게 조절한 점이 눈에 띈다. 이렇듯 이동혁을 비롯한 프리즘필터의 참여나 음악도 분명 인상적이지만, 큐더블유이알에 화제성을 더한 건 신비주의 틱톡커부터 NMB48 출신까지를 아우르는 멤버들의 이력일 것이다. 기획자 및 구성원의 대다수가 트위치와 유튜브 등 개인 방송으로 이름을 알려온 만큼 큐더블유이알의 모든 과정을 유튜브 콘텐츠로 공개했는데, 《최애의 아이》(2023)를 비롯한 애니메이션에 감명받아 시작되었다는 점,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기인한 설정, 미숙한 초심자라는 사실은 이들을 다소 가벼운 인상으로 만들었다. 특히, 김계란과 멤버들의 유명세를 통해 빠르게 지지기반을 형성했다는 점과 쾌적한 환경은 열악한 생활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정진하다 사라진 이들의 사연과 오버랩되며 모종의 불편함이 따라붙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진지한 면모는 큐더블유이알을 경시할 수 없게 만든다. 앨범은 내내 큐더블유이알이 불협화음이라 말하지만 쵸단의 단단한 드러밍을 구심점으로 차근차근 합을 맞춰나가는 모습이야 말로 꽤 조화롭다. 자전적 이야기로도 해석되는 「Discord」의 노랫말이 주는 울림과, 자신의 부족한 면을 마주하고 나아가는 용기로 인해 밀어내긴 쉽지 않은 음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