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르세라핌은 데뷔 직후부터 주요 멤버의 과거 행적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결국 5인조로 재편하여 활동을 재개했다. 이 곡은 두 번째 EP 『Antifragile』의 동명 타이틀곡으로,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장르의 트렌디함을 지혜롭계 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프로-라틴 기반의 레게톤 비트를 확실하게 깔아주면서도 기존 장르의 전형대로 흐르지 않는데, 같은 라인들이 반복되는 다수의 구간에 랩과 멜로디를 영리하게 배치하여 곡이 지루하지 않게 들리도록 한다. 오히려 이 점이 곡의 중독성을 배가시키는데 일조한다. 곡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자음이 쉴 새 없이 귀를 자극하고, 간간이 들리는 오리엔탈풍의 베이스 라인이 지닌 힘은 리듬을 더욱 두텁게 완성한다. 지난 타이틀곡 「Fearless」(2022)와 마찬가지로 코드의 구성이 많지 않지만 훨씬 화려하게 곡이 들리는 이유가 이런 부분에서 공을 들여서라 생각한다. 그리고, 팀의 이름을 정할 때부터 갖춘 정체성과 데뷔 초기 그룹에 실제로 닥친 짧은 시련(?!)의 서사와 겹쳐 들리는 가사 역시 인상적이다. (마치 과거 카라의 「Step」(2011)이 내포했던 서사가 그러했듯이) 곡의 메시지를 통해 팀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팬심을 자극하는 동기부여에도 성공한다. 방탄소년단부터 하이브 계열 K-POP 그룹들이 보여왔던 ‘팀이 전하는 서사 구축’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음악적인 트렌디함과 클럽지향성까지 놓치지 않은 ‘확실히 공들인’ 결과물이다.    ★★★☆

[열심히] 극단적으로 리듬을 앞세우면서도 지저분하거나 둔탁하지는 않게, 미니멀한 소스들로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댄스 트랙입니다. 계몽적인 메시지를 좀 더 도드라지게 전면에 배치하고 라틴 리듬을 접목하며, 기존에 보여준 ‘리듬 중심의 미니멀한 사운드’에 조금 더 팀의 색채를 입히는 전략적 접근이 보여지는 곡이기도 합니다. 넉넉한 자원과 전략적으로 차별화된 사운드-캐릭터 배치에 대한 고민이 밀도 있고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분명 감각적으로 만들었지만 듣다보면 눈과 머리가 더 바빠지는 그런 작품이네요. ‘틴 타겟 음악을 굳이 이렇게까지 피곤하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아무래도 담고자 했던 것들이 많다보니 역으로 그 밀도 때문에 감상자의 집중력이 흩어진다는 증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 켠으로 ‘하긴 K-Pop이 이제 틴 타겟이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런 애매하거나 조금은 빡센 감상의 고민이 드는 것이 기획/제작사의 의도였을까 싶기도 하네요. ★★★

[유성은] 2022년에 접어들었을 때 아이들, 뉴진스, 아이브를 필두로 한 걸그룹들이 스트리밍과 음반판매에서 이만큼의 대중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깊어진 컨셉 경쟁에 의해 더욱 매니악해진 보이그룹 들에 비해 해외 활동의 범위가 격감한 4세대 걸그룹에겐 국내 시장만으로도 성장과 유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담보하는 '대중성'이 생존에 가장 중요한 절실한 항목이 되었다. 르세라핌은 같은 하이브 산하의 프로미스나인, 뉴진스와는 다른 컨셉으로 걸크러쉬를 데뷔 때부터 메인 컨셉으로 잡았다. 이번 신작은 걸크러쉬를 기반으로 하되, 속도를 무척 빠르게 가속한 뒤 제목의 캐치 프레이즈를 무한대로 반복하는 후크송의 요소를 가미해 대중성을 높였다. 전작 「Fearless」(2022) 보다 장엄한 수식으로 무장한 복잡한 세계관은 줄이고, 반복의 묘를 살리다 보니 좀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대중에 가 닿는 곡이 되었다. 멤버는 5명으로 줄었지만 곡에 쓰인 리듬을 모두 쪼개 표현하려는 듯 쉬지 않고 펼쳐내는 안무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몰입감이 있다. 홍은채의 서툰 랩이나 외국인 멤버들의 능숙하지 않은 발음에 너무 집중하지 않는다면, 여성 아이돌 분야에서 제작된 작품 중에는 최상의 결과물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