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짧은 트랙이지만 동시에 군더더기가 없다. 뭉뚝한 톤의 신시사이저 음이 브릿지로 출발하여 강력한 훅을 살짝 드러내는 첫 부분은 짧은 곡의 구조를 차근차근 드러낸다. 「Butter」는 이와 같은 과정에 슬며시 변화를 준 채 확장해나가는 방식을 채택한다. 청자에 대한 접근이나, 훅에 대한 접근 모두 여름철 버터가 슬며시 녹는 속도로 서서히 벌어진다. 그래서 충돌할 수 있는 요소들이 한데 모여 특유의 은근함을 남긴다. 곡 자체도 좋지만, 콘셉트에서 출발하여 결국 그들 자신을 발견한 방탄소년단의 은근한 여정과 겹쳐 생각해도 좋다. 어쨌든 그들은 여전히 한없는 설렘에 가득 차 있지도 않고, 쓸데없는 절망에 푹 절지도 않은 채 자신이 말하는 바를 끈질기게 잇는다. 심지어 현학적이지도 않고, 마냥 경박하지도 않은 절묘한 현실감까지 이 곡에 은은하게 깃들어 있는 듯 하다. 바로 이런 지점들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파편이 되어 서성거리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했으리라 생각한다. 「Butter」에 대한 논쟁은 바로 이러한 점들을 간과한 논쟁이기에 영원히 부차적인 논쟁으로 남을 것이다. 이 곡은 쉽게 무너질 곡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쉽게 그 모든 것을 차지한 그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점을 생색내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함께 춤추자고 권유한다. 그들이 청한 춤을 이제는 우리가 그들과 더불어 잠시동안 추기만 하면 된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김성환] 이미 「Dynamite」(2020)의 《Billboard Hot 100》 정상 등극과 연이은 전세계적 히트로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방탄소년단은 는 다시 이 곡으로 그 기록을 넘어섰다. 6월부터 9월까지 총 10주간 3번 1위자리에 올랐고, 11월 현재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6억뷰를 돌파했으며, 세계 10여개국에서 10위권 내에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또한 이 곡과 후속 싱글 「Permission to Dance」, Coldplay와의 조인트곡 「My Universe」까지 한 해에 미국 차트 1위곡을 3개를 만들어냈다. 비록 전 세계 아미들의 화력이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이 성과는 세계 대중의 보편적 호응이 없이는 불가능했고, 이 곡이 웰메이드 트랙이라는 것을 뒤집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먼저, 「Dynamite」로 증명한 영어 가사의 글로벌한 감각은 한국인보다 오히려 서구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근거를 마련해준다. 또한, 「Dynamite」가 80년대 디스코팝/뉴웨이브 시대의 리듬감에 소구한다면, 「Butter」는 그 뼈대를 계승함과 동시에 1990~2000년대 서구의 틴 팝 보이밴드들이 지녔던 친근함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낸다. 결국 어떤 외적 배경 요인을 다 걷어내고 봐도 ‘서구 대중음악’이 지닌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의 속성에 충실하기에, 2021년 최고의 K-POP 트랙이자 월드 팝 트랙이 될 수 있었다.

[박병운] 독주하는 행보에 자연스레 돌뿌리에 걸리거나, 제동장치가 작동할 법도 한데, 비교적 순항이었다는 점은 달리 강조할 필요없겠지으나 구경꾼으로서는 놀랍다. 지난 「Dynamite」(2020)에 이어 훵키한 스타일의 기조 또한 지속하면서도, 이런 유연함을 반영한 듯한 음악의 유려함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