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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의 별이 떠나갈 때 #21] Nick Menza : 게으름을 모르는 리드머

김성대 | 2016.08.30

"처참하다(I'm gutted)." - Dave Mustaine


90년대에 얼터너티브록과 헤비메탈을 즐겨 들었다. Smashing Pumpkins와 Megadeth를 좋아했고, 스쿨밴드에서 드럼을 배웠던지라 두 밴드의 드러머들을 특히 더 좋아했다. Jimmy Chamberlin과 Nick Menza. 두 사람은 플레이 스타일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둘은 록 드럼 보다는 재즈 드럼에 더 영향을 받았고, 실제 자신들의 연주에 재즈 리듬을 비밀처럼 새겨 넣었었다. 그래서 그들의 드러밍은 힘과 속도를 중시했던 여타 록 드러머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여유 같은 것이 있었다. 올해, 그 중 한 명인 Nick Menza가 세상을 떠났다. 떠나도 너무 많이들 떠나는 지난 2년 여. 아무리 한 시대가 기울고 한 세대가 저물고는 있다지만, 이제 겨우 51세인 그마저 떠났다는 소식에 나는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Favarite Drummer : Nick Menza(위), Jimmy Chamberlin(아래)


Nick Menza는 재즈 뮤지션 Don Menza의 아들이다. 아버지 덕분에 두 살 때 재즈 드러머 Jack DeJohnette의 드럼 세트에 앉아볼 수 있었던 그는 헤비메탈 드러머이면서 Tommy Aldridge나 Ian Paice보다 Buddy Rich와 Steve Gadd을 더 좋아했던, 조금은 특이한 록 드러머였다. Nick은 Megadeth의 통산 4집 『Rust In Peace』(1990)부터 7집 『Cryptic Writings』(1997)까지 총 4장의 앨범에 참여해 Megadeth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는 『Rust In Peace』에서 잘디 잔 리듬들을 빠르고 거친 기타 리프들에 섞으며 헤비메탈 드러밍의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즉흥과 기교의 재즈 드럼에 영향 받은 드러머답게 Nick의 드러밍은 ‘경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드러밍은 전면적으로 날랬고 모든 면에서 잽쌌다. 가령 『Rust In Peace』의 수록곡 「Take No Prisoners」와 「Five Magics」, 그리고 『Countdown To Extinction』(1992)의 수록곡 「Skin O’ My Teeth」의 인트로에서 닉의 그런 습관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의 드러밍에선 항상 집중력이 느껴졌다. 그는 게으름을 모르는 리드머였다.


Megadeth Era of Nick Menza


모든 예술 세계에서 고수들은 끝내 단순해진다. Nick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쉬운 드럼은 쉽게, 어려운 드럼도 쉽게 들리도록 연주하는 드러머였다. 『Youthanasia』(1994)에서 Nick은 팀플레이를 즐겼다. Dave Mustaine이 자신의 멜로디 감각을 맘껏 뽐낸 그 앨범에서 사실 드럼은 장식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닉은 자신의 연주에 『Countdown To Extinction』 때만큼 혼신을 쏟았다. 혼신을 쏟았기에 지금도 「Reckoning Day」, 「Addicted To Chaos」, 「Family Tree」의 드러밍이 귀에 맴도는 것이리라. Megadeth에서 Nick의 유작이 되어버린 『Cryptic Writings』에서도 그의 드러밍은 빛났다. 「Trust」와 「Sin」을 그의 드러밍이 주도했고, 「Disintegrators」에선 그의 하드코어 펑크 드러밍이 진하게 작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Megadeth에 Nick Menza가 없으면 안 될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Megadeth를 곧 떠난다. 그리곤 다시는 Megadeth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팬으로서 많이 섭섭했다. 『Risk』(1999)라는 앨범부터 이후 Megadeth의 앨범들에 둔감해진 것도 사실 Nick Menza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Nick은 글쓴이를 비롯 많은 Megadeth 팬들에게 절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당시에도 지금도 Megadeth의 팔다리 같은 존재였다. Chris Adler (편집자 註. 『Dystopia』(2016)에 참여한 드러머)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난 지난 Megadeth 신보에서 Nick Menza의 연주를 들을 수 있길 바랐다. 아마 많은 팬들이 그러길 바랐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제 다시는 Megadeth에서 그의 드러밍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인간의 바람은 한낱 바람에 불과한 것이다.


Mustaine과의 한 컷


방금 『Rust in Peace』의 수록곡 「Holy Wars… The Punishment Due」를 틀었다. 마지막 그를 떠나보내는 길에 이 연주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이다. 촘촘한 리듬 라인, 연유를 알 수 없는 박진감, 밴드 리더를 리드하는 곡에서의 장악력. 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Megadeth의 기타 리프가 있는 「Hangar 18」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Megadeth의 기타 솔로가 있는 「Tornado Of Souls」에서도 마찬가지이니, 그에게 드러머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건 역시 『Rust in Peace』였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 재즈와 헤비메탈이 절박하게 어울리는 이 유니크한 드러밍을 대체 앞으로 어떤 드러머가 재연할 수 있을지, 나는 그 가능성을 강력하게 유보하고 싶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태그 | 추모,Nick Menza,Megadeth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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