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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179-1] 로보토미 「Tranquilo」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Daejung Trax Vol.1 : 총이 있다고 해서 너희를 함부로 겨누지 않아』
by. 음악취향Y | 2018.01.08
음악취향Y | 2018.01.08

[정병욱] 국내에서 어느 누구 못지않은 활발한 경력과 전위적 시도들을 이어가는 로보토미이건만 『protoLEMON』(2014) 이후 잠잠한 그의 단독 신작을 언제쯤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이번 「Tranquilo」 역시 컴필레이션 수록곡으로 잠시 아쉬움을 달래는 수준이다. 물론 그만의 태도만큼은 여전히 혁신적이다. 총기 소유가 불법인 탓에 그것이 대단한 공감재가 되지 못하는 한국에서 총을 소재로, 그것도 총소리를 샘플 사운드로 차용하는 앨범의 콘셉트부터가 비범한데, 로보토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일시적인 소스나 단순 배경이 아닌 앨범 내에서도 가장 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 메인 사운드로 적극 활용한다. 둔탁한 베이스라인 사이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날카로운 신스음과 총을 은유하는 갖가지 사운드가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서사적으로는 쉴 틈 없는 재미를 구가하고, 정서적으로는 강렬하고 독한 트랜스와 격렬한 댄스 그루브도 함께 선사하는 식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단말마의 스페인어가 간간히 난무하는 가운데, “tranquil(고요한)”, “quiet(조용한)”, “calm(잔잔한)” 등을 의미하는 제목 “Tranquilo”의 시끄러운 역설이 4분 여 러닝타임마저 넘어서는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사실 기계적으로 배치한 서사는 극적 감동을 감쇄하고, 시종일관 반복되는 강렬한 프레이즈는 나름의 조율에도 불구하고 피로도를 쌓아간다. 허나 채집한 소리를 합성해 그만의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는 일은 작금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Tranquilo」가 자기만의 명확한 장면과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것의 신선함과 쾌도 분명한 트랙임에는 분명하다는 뜻이다. ★★★

 

[차유정] 비트가 반복되고, 이어진 점들의 향연을 따라 댄스가 계속되는 그림이 상상되진 않는다. 어디선가 뚝 떨어진 거친 철근들을 중간 사이즈로 잘라내는 듯한 무거움의 표식 속에서 숨어 있는 리듬을 찾아나가는 것 같다. 익히 들어서 아는 리듬의 선입견 자체를 모조리 깨버리겠다는 일념으로 곡을 휘젓고 다니는 것 자체가 커다란 판넬에 아무렇게나 그리기 시작하는 그림 같다. 하지만, 움직임은 어떻게 시작되며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지만 신경을 집중하고 단순한 음들을 따라가는 구성이 신기할 정도로 부드럽다. 이 부드러움이 주는 낯선 느낌이 외려 군데군데 비어보이는 소리의 공간들을 채워주고 새로운 이미지와 사운드를 만나게 해준다. 처음에 봤던 이미지가 총이 아니라 면도날 들을 각각 이어붙인게 아닌가 하는 예민함이 곡에 잘 녹아있다. ★★★★

 

Track List
  • 09. Tranquilo C로보토미 A로보토미
태그 | 싱글아웃,로보토미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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