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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s Best 80  53위

동물원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by. 김영대 | 2012.03.23
김영대 | 2012.03.23

한국대중음악사라는 책을 쓰면 좋겠다. 그 한 챕터로 ‘한국형 팝/발라드의 새로운 흐름과 작법’은 어떨까. 아마도 그 이야기는 김창기(동물원)와 이영훈(이문세)에서 비롯되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라며 읊조리는 「혜화동」의 스토리텔링은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시작이다.


80년대 후반 이영훈이 뮤지컬, 클래식 등의 소스를 가로지르며 작/편곡의 영역에서 새로운 흐름을 견지하고 있을 때, 김창기는 모던 포크의 미학을 탐구하여 그 요체로 지극히 일상적인 낱말들과 보편적 서정을 제시했다. 음악의 진정성이나 수준과 같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김창기의 정서(情緖)와 표현의 결은 그 자체만으로 향후 한국형 서정주의 발라드의 원형, 그 주요한 미학적 모티브로 남게 된다. 민중가요와 주류 뽕, 그 양극단을 비집고 빛을 발한 이들의 서정주의는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만을 말하는 고루함과 벽을 치면서도 충분히 설레고, 슬프고, 또 아련했다.


대중가요의 가사, 그 순문학적인 가치를 음악 밖에서 논하기는 심히 곤란하다. 문장과 단어가 품은 테크닉과 깊이만이 평가 기준이라면 대중가요는 순수 문학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지만 당연하게도, 동물원의 이야기가 가치 있는 건 그것이 음악이기 때문이다. 김창기의 아련한 서정, 김광석의 투명한 열정이 소스라치듯 감성적인 그 소리의 결은 그들이 터놓는 이야기의 맥락과 완전히 호응한다. 1집보다 원숙해진 음악 만들기의 기술은 때마침 절정에 다다른 김창기의 언어에서 힘을 받아 그렇게 조용히 새로운 한국 대중음악 미학의 실마리를 제시해 낸다.

Track List
  • 01.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L김창기 C김창기  
  • 02. 새장 속의 친구 L유준열 C유준열  
  • 03. 동물원 L김창기 C김창기  
  • 04. 이별할 때 L박경찬 C박경찬  
  • 05. 별빛 가득한 밤에 L박기영 C박기영  
  • 06. 잘 가 L박기영 C박기영  
  • 07. 길 잃은 아이처럼 L유준열 C유준열  
  • 08. 혜화동 L김창기 C김창기  
태그 | 80,Best,동물원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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