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18-4] 선과영 「해가 지고 바람 불면」

선과영 『밤과낮』
60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09
Volume 1
장르 포크
레이블 오소리웍스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예술에 ‘맨얼굴’은 없다. 얇든 두껍든 저마다의 가면을 쓴 사람들의 몫이다. 진솔함에서 슬며시 제거되는 ‘불편’도 있고, 방탕 속에 사그라지는 ‘선의’도 있다. 결국 문제는 그 심각한 ‘희생’까지도 감수해내면서까지 끝내 말하고 싶은 ‘의도’다. 삿된 것이든 삿되지 않은 것이든 모든 예술엔 의도가 있다. 좋은 예술은 결국 그 '의도'를 잘 전달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렸다. 작은 것이라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음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보컬이 전달하는 외로움의 감정에 대해 음미했다. 차분하면서도 천진하게 들리지만, 그 점이 어떤 양(陽)의 감정으로 귀결되지 않는 절제가 이 곡을 수놓는다. 절제의 속도와 사이사이에 있는 여백을 천천히 청자에게 건네주는 솜씨가 돋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청자의 마음 또한 그에 맞추어 안심하고 같은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곡의 유일한 장점이다. 하지만 그 장점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조차도 해내지 못하는 곡들 사이에서 이 곡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반짝거릴 것이다.  ★★★☆

 

[김성환] 복태(보컬. 작사)와 한군(기타, 작곡)으로 구성된 부부 듀오 선과영이 ‘현재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정규 앨범 『밤과 낮』(2022)의 타이틀곡. 원래 이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복태와한군’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대부터 활동을 했고, 이미 『Hello, Boktea』(2021)이라는 정규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과거에 발표했던 음악들이 인디 팬들에게 ‘포크/어쿠스틱’의 이름으로 불렸었다면, 새 이름으로 제2의 출발한 후 들려주는 그들의 음악은 보다 편곡이 확장된 어덜트 포크 팝 정도로 변했다. 단편선의 프로듀싱 속에서 이뤄진 편곡의 결과물이어서인지, 어떤 면에서 앨범은 천용성의 음반들과도 살짝 맞닿은 차분함이 느껴지며, 각 트랙마다 다양한 악기들의 세션을 적재 적소에 활용했다. 그 중에서도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은 예전 복태와한군 시절의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편곡을 들려준다. 다만 연주의 중심에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자분한 브러쉬 드럼 터치가 자리잡고 있어, 장르적으로는 오히려 스탠다드 재즈 같은 느낌까지 준다. 여기에 간간히 들어가는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연주는 슴슴한 조미료처럼 가세한다. 그래도 차분하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아파하는 것’이라 노래하는 복태의 보컬의 차분한 울림이 듣는 이의 가슴 속 공허와 아픔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듀오의 긴 음악적 내공이 좋은 프로듀서와의 만남으로 더욱 원숙한 단계로 확장, 성숙해진 결과물이다.  ★★★☆

 

[열심히] 담백한, 실로 미니멀하게 타감과 건반의 울림,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구성이지만 빈 구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밀거나 당기듯 살짝씩 조율된 타이밍에서 탄력 있는 리듬감이 만들어지고, 무던한 듯 선명하게 심지가 잡힌 보컬과 가벼운 터치의 건반의 조합도 인상적입니다. 인간적인 자연스러움이나 온기를, 지나친 장르 탐구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걸어놓듯 음악으로 풀어내는 데에서, 삶과 음악을 대하는 뮤지션들의 노련하면서도 간결하고 진솔한 면면을 느끼게 합니다. ‘성인가요’라는 소개가 마냥 키치하지 않게 느껴지는 멋진 곡입니다. ★★★★

 

[이아림] 흔히들 '성인가요'라 하면 중장년층이 주로 향유하는 트로트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나, 선과영은 '우리 세대를 위한 우리식 성인가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킨다. 이는 복태란 이름에 '복을 우려내는 차'라는 뜻을 창조했듯, 선과영이 만든 독자적 영역이기도 하다. 타이틀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은 노을 지는 풍경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는데, 곁에 없는 무언가를 떠올리며 공백으로 끝내 쓸쓸함을 느끼는 일련의 과정을 직관적으로 담아낸다. 표현은 단조롭지만 소소한 추억에 작별을 고하듯 감정은 깊고 애틋하다. 이외에도 음반 전체에 흐르는 평화로움과 고즈넉함은 모종의 기대를 배반하지만 그럼에도 성인가요일 수밖에 없는 건 '바람이 불어와'에 이르기까지 삶의 지난함을 노래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 쓸쓸함, 슬픔과 같은 단어의 반복으로 쌓아올린 체념은 선과영이 관조한 '삶'의 태도처럼 더없이 견고하다. 맑은 복태의 보컬이 서글프고 나직한 한군의 노래가 위안이 되는, 가을을 닮은 음반이다. ★★★☆

 

[조일동] 피아노와 베이스 없이 기타와 보컬로만 이뤄졌다면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만큼 인트로에서 피아노와 복태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작은 긴장은 곡 끝까지 아름답고 미려하게 남는다. 여기에 슬그머니 들어와 곡의 연주를 짊어지는 베이스, 후반부에 투명하게 부피감을 주는 일렉트릭 기타, 살금살금 브러쉬로 비트를 주는 드럼이 더해지는 맛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나직한 보컬의 담백함에 연주들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익숙함 사이로 나를 찾으려는 처연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소리. ★★★★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해가 지고 바람 불면
    복태
    복태, 한군
    단편선, 한군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50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