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2022)의 여성 보컬 그룹 오디션 ‘WSG워너비’의 최종 12인으로 참여하며 유명세를 탄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쏠이 발표한 데뷔 6년만의 정규작 『Imagine Club』의 타이틀곡. 데뷔 싱글 「Ride」(2017) 때부터 그랬지만, 그녀의 알앤비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기의 미국식 주류 알앤비 사운드의 특징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느낌이 난다. 심지어 그녀의 보컬까지도 일면 Brandy, Tamia 등 당대의 인기 주류 알앤비 보컬들의 감성이 느껴지기에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20년 전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과감한 업비트의 곡들보다는 슬로우 잼 타입의 곡들이 앨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오래오래」는 스트링 협주로 구현한 인트로 부분이 먼저 귀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어쿠스틱 사운드와 신시사이저로 구축한 비트의 조화로운 어울림이 앞서 말한 20세기말 R&B 특유의 끈끈함에 약간의 네오 소울적 감성까지 담으며 복고(?)적인 세련미를 이끌어낸다. 그래도 후렴 파트에선 나름 비트가 있는 곡인데, 방송에서 보여준 것에 비해 쏠의 가창은 자신의 원래 음악 색깔을 충실함을 담아내서 곡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 자신을 알릴 좋은 기회를 잘 잡은 한 뮤지션이 그럼에도 자신이 그간 해왔던 음악적 본질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진하게 묻어있는 심지 굳은 결과물이다 ★★★☆

[이아림] 데뷔 전부터 방송에 출연한 것을 감안하면 어느덧 활동 5년 차에 접어든 쏠의 첫 정규 음반 발매는 고무적이다. 동화 같은 멜로디와 몽환적인 보컬이 합을 이뤄 아기자기하고 예쁜 곡들을 수록한 앨범 『Imagine CLub』은 이름처럼 쏠의 상상과 이상을 담은 음반이라고 함축할 수 있을 듯하다. 힘 있는 보컬과 맑은 음색을 강조하던 초창기에 비해 점차 힘을 빼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이번 신보에서도 공기 섞인 몽롱함이 담겼다. 타이틀 「오래오래」는 쏠의 특징을 잘 살린 알앤비 곡이지만, 드림 팝의 특징이 묻어나는 음색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할래"와 같은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가사가 흥미로운 곡이다. 패기라기엔 모든 걸 감당하겠다 말하는 확고함에서 경험의 깊이가 느껴지고, 원숙한 노련미라기엔 풋풋한 열정이 느껴진다. 다소 평이한 내러티브가 아쉬움을 남기지만, 듣기 쉬우면서도 따라 하기 어려운 그루브가 인상적이다. 이상향으로 다가가는 진솔한 다짐이 앞으로의 쏠을 기대하게 만드는 출사표 같은 음반이다. ★★★

[정병욱] 묵직하면서도 무심하게 중심을 잡는 베이스, 쉼 없이 존재감을 어필하는 하이 햇의 잰걸음, 점멸과 중첩을 반복하는 사운드, 적당히 힘을 뺀 관능적인 보컬까지. 뜯어보면 근래 무수히 많은 양산형 알앤비 트랙 속 익숙한 요소들을 고스란히 갖췄다. 그러나 그것의 집합은 이름의 단어인 "Sole"의 의미 그대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발한다. 비결은 각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조합하는 사운드 디자인과 곡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비트에 분명 공을 들이고도, 보컬에 집중되어야 할 포커스를 분산하지도, 곡 전반의 통일된 분위기와 인상을 구태여 세분화하지도 않는다. 세심한 사운드 위 우직하게 노래 자체를 밀어붙이는 태도가 신선하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가수와 송라이터로서의 의식과 태도, 역량이 모두 돋보인다. 자신의 사랑을 자유롭고 당당하게 이어가겠다는 다짐의 이 곡 너머 다른 수록곡 역시 메시지와 사운드에 있어 다이내믹이 유려하게 배치된 것을 확인하며, 모처럼 주류와 대안 사이 경계에서 훌륭히 자리잡은 R&B 팝 아티스트를 마주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