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이 곡의 진면목은 특유의 좁다란 사운드에 ‘동감’해야 나타난다. 왜냐하면, ‘당신’에게 집중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노래는 듣는 이가 품고 있던 거짓말에 대해 눈을 감고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타인에게 늘 열려 있기를 멈추고 자기 자신에 집중한 채로 물어보라고 넌지시 권유한다. 이 곡에 대한 답은 굳이 해도 되고 안해도 되지만, 자신이 하는 질문만큼은 슬며시 반복한다. 이를 통해 일렁이는 감정을 떠올리는 것이야말로 이 곡을 완성하는 길일 터. 각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사려깊음이 곡에 은은하게 배어있다는 점. 정말 진심을 듣기 위해선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해야한다는 점을 아는 곡이다. 그렇기에 이 곡 특유의 터치는 실상 청자에 대한 사려 깊음으로 이뤄진 음률의 공간인 셈이다. 개성을 있는 힘껏 밀어붙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정서가 가서 닿을 수 있다는 점을 너끈히 증명하는 곡이다. ★★★☆

[박병운] 실리카겔의 일원인 김춘추가 원맨밴드 형식으로 발표한 본작의 결과는 포크록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실리카겔의 요소를 자연히 연상시키는 사이키델릭의 수수께끼를 새겼다. 이걸 기반으로 잔나비의 감상적인 인상과 동시대 밴드 파라솔의 내성적인 캐릭터를 배합한 듯하다. 언뜻 단조롭게 들리는 포크록의 첫인상에서 휘청이는 사이키델릭과 여러 예상치 못한  요소를 한데 어떻게 배합해 이런 청취를 가능하게 한 걸까. 프로젝트명이 말하는 '놀이'의 규칙이 아마도 그 힌트가 아닐지. ★★★★

[차유정] "새앨범을 작업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강렬한 선언처럼 다가온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가 기획한 《격조하지만 격조있게, 거리두기 콘서트》(2020)에서 놀이도감은 지윤해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었다. 일상의 공허와 치고 나가기 힘든 외로움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지윤해와 같았지만, 결론을 속도감있게 다듬은 후 감정을 다스리는 어려운 작업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곡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 순간을 부드럽고 담담하게 흡수한다. 복합적인 포크의 영역에서 팝의 이미지를 상세히 연필로 그려놓은 것처럼 진지하고 성찰가득한 결과물이다. '여기있는게 나'라는 메시지를 이만큼 아름답게 뽑는 아티스트는 정말 오랜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