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18-4] 원아 「Lament」

원아 (Wona) 『Thanatoid Butterfly』
77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09
Volume 1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노바디노우즈
유통사 포크라노스

[김병우] 들리지 않기를 원한다는 것은 다른 곳을 들어보라는 예술적 주문(籒文)이다. 이 곡의 가사가 파편적인 것도 그런 이유다.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당신이 여기에 대해 “왜 이렇게 잘 안들리지?”라고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나 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왜 이렇게 안들리게 표현한거지?” 파편적인 가사들은 상대방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마침내는 닿지 않는다. 누가 말을 산산조각 냈는가. 곡은 그에 대해 직접 대답하기보다 닿지 않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 집요함이 화자의 갈증을 청자의 갈증으로 전이시킨다. 그림자를 통해서 빛을 되려 찬란히 표현하는 작품들을 우리는 많이 목격했다. 이 곡 또한 그런 방식으로 삶을 거머쥔다. ★★★☆

 

[김용민] 국내에선 일렉트로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음악을 자주 접할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 음악의 감상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감정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서사와 인과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만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Lament」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친절한(?) 음악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원아라는 아티스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모른다. 더구나, 이렇게 뜬금없이 등장한 뮤지션에 대한 배경이 존재하지 않지만, 「Lament」에서 얻은 이해는 설명을 하기에 매우 ‘충분’하다. 배경은 혼돈이고, 무언가가 등장하고, 세계는 돌변한다. 텍스트로 보면 삼류 포스트-아포칼립스 작품이겠지만, 이 모든 것을 음악으로 충분히 변호하고 있다. 조금 과격해 질 수 있는 비트는 적절한 테크노 사운드와 느린 속도감으로 제어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얹힌 사운드 소스는 루프에 따른 피로감 또한 경감시킨다. 부가적으로 뮤지션이 설명한 안산이란 배경과, 동시에 공개한 영상을 곁들인다면 「Lament」는 조금 더 친근해질 것이다. 이는 원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이런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 대한 입문작으로도 매우 알맞은 행보다. ★★★☆

 

[열심히] 반복과 반전을 오가며 테크노, 트립합의 재료들을 쌓아올리는 전자음악입니다. 퍼지는 소리를 인위적으로 맺거나 끊는 특유의 패턴과 거친 사운드 마감으로, 독특한 질감과 활기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프로듀서로서의 자기 개성이 확실한 반면, 밀어부치는 특유의 패턴 덕에 강한 첫 인상 이후의 구성이 다소 빠듯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정병욱] Jess Kenda나 James Merry의 작업을 연상하게 하는 프로필 이미지 및 앨범 재킷 속 그로테스크하고 난해한 형상을 보고도, 「Craving」과 같은 트립합 무드의 서늘한 보컬 곡을 듣고도 Björk을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물론 이 곡 「Lament」는 현실 밖으로 무작정 달아나려는 난해한 팝이기보다 소통을 중시해 다채로운 언어를 통해 현실 안으로 진입하려는 친절한 일렉트로닉에 가깝다. 비트 자체의 감각을 중시한 발단부의 일비언트(Illbient)를 지나 원아의 보컬이 웅얼대며 메아리치는 가사와 리드미컬한 무드에 진입하면서는 트립합이 잠시 전개된다. 호흡에 박차를 가하는 절정부에서는 사이앰비언트(PsyAmbient)의 영적인 멜로디와 다크앰비언트(Dark Ambient)의 음습하고 기괴한 사운드가 쌍벽을 이루기도 한다. 흑백의 화면과 컬트적인 소재, 로컬의 배경과 현대 안무가 어우러진 뮤직비디오 영상의 매끈한 조화 역시 세상 암울하고 이상한 재료들을 뒤섞고도 오히려 그것의 극단성을 완화하는 이 곡의 면모와 잘 맞아떨어진다. 말하자면 이 곡을 인도하는 ‘Thanatoid Butterfly’는 운명적 우연과 맞닥뜨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화이트 래빗’이 아닌 나름의 이유로 인해 나타나 멸망을 예고하는 영화 《도니 다코》(2001) 속 토끼 인형 ‘프랭크’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5
    Lament
    원아
    원아
    원아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44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