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지난 번 발매한 전유동의 정규작 『관찰자로서의 숲』(2020)이 자연주의라면, 이번 이권형의 신작 『터무니없는 스텝』은 도심주의라고 일컫을 수 있을까. '음울한데도, 맑고 청초한' 톤이라는 형용모순의 감상을 던지는 백보컬이 연신 감싸며, 이 낯설은 발걸음에 어울리는 선율이 곱게 곡을 수놓는다. 여기에 잔영이 짙은 끄트머리엔 여운만 남긴 채 매듭이 존재하지 않는다. 안식은 있지만 예의 불길한 사이키델릭은 한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뚜렷한 창작물을 인상깊게 만들어내었다. ★★★☆

[조일동] 팝이라는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표현에 정말 적합한 음악이 아닌가 말이다. 훅이 아닌 듯 계속 되뇌게 만드는 멜로디, 포스트록인가 싶은 구성이지만 선명한 곡의 구조와 악기소리까지. 꼬아놓았지만 아랑곳없이 빠져드는 음악. 누구라도 잠시라도 맘을 뺏기지 않을 수 없는 음악. 이것이야말로 대중음악, 팝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