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00-2] 박지윤 「O」

박지윤 『O』
2,04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6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Sony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박지윤의 호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고 길다. 그녀는 그 긴 호흡으로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다가 느닷없이 올라가는 한 번의 도약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갈하게 드러낼 줄 안다. (그녀가 미스틱89와 결별한 이유도 그녀의 이런 깊음을 잘 살리지 못한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곡은 미스틱에서 낸 앨범과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기보다는 차라리 『나무가 되는 꿈』(2012)의 연장선상에서 다루는 것이 마땅하다. 그녀가 거기서 얻어낸 성과는 뒷심에 있다.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이 붙었다는 점이다. 목소리에 뒷심이 생기니 이전보다 더 깊은 호흡을 무리없이 소화한다. 더불어 고음이나, 각종 기교를 등장시키지 않고 낮은 목소리도 이전보다 선명하게 잡힌다. 그렇게 다듬어진 목소리의 지구력이 이 곡의 전체 분위기를 주도한다. 덕분에 일견 강렬한 편곡 앞에서도 누그러지지 않고, 어우러진다. 이 목소리에 좀 더 날것이, 모든 기교를 내려놓은 목소리로 들려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의 이런 감행은 옳았던 셈이다. ★★★☆

 

[김성환] 짧은 기간 동안 함께한 박지윤과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싱글 「미스터리」(2013)와 「유후」(2014)와 같은 좀 더 과거의 박지윤에 가까운 사운드를 불러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박지윤 본인의 음악적 욕심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미스틱과의 동거를 마치고 다시 '홀로서기'를 진행하는 그녀의 첫 싱글은 얼핏 7, 8집의 분위기로 돌아간 느낌을 주지만 조윤성의 피아노와 성민제의 콘트라베이스가 주는 낮고 슬프게 깔리는 소리의 울림이 언제나 가녀리게 높은 톤으로 자신의 감성을 전하는 박지윤의 보컬과 훌륭한 조화를 이뤄낸다. '박지윤이 만드는 음악'이라는 틀에서 더 과감한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또 다시 작은 한 발짝의 전진을 해가고 있는 곡이다. ★★★☆

 

[박병운] 박지윤의 홍대(이런 부정적 뉘앙스로 굳어버린 세태라니) 지정학적 코스프레를 운운하고 눈을 흘기고, 미운 소릴 하던 몇몇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꿋꿋하게 홀로 증명해 온 수년간의 기록이었다고 생각한다. 꿈자리를 헤매는 듯이 드림팝과 슈게이징 중간의 영토 안에서 발골한 소뼈처럼 굵직하게 자리한 현악은 여린 그의 보컬을 지탱한다. 이른바 포스트-미스틱 시기의 불확실한 앞날을 상징하듯 거무튀튀한 심연을 보이는 듯도 하지만 한결 투명한 청명감도 느껴진다. ★★★

 

[박상준] 몇 번을 곱씹어봐도, 「바래진 기억에」(2009)를 열창하는 박지윤을 두고 흔해빠진 목소리이며 또렷한 색깔이 없다던 바보들이 꽤 많았던 걸 이해할 수가 없다. 용린이 곡 쓰면 다 나인이야? 라이브 방송에서 「눈의 꽃」 같은 노래를 가만가만 부르던 박지윤. 심규선과 안녕하신가영이 타루, 한희정과는 다른 방법으로 팬층을 확보해가는 작금의 시점에서, 이효리와 보아의 테이스트를 두루 갖고 있던 박지윤이 선보였던 작업물들은, 선망하던 놀이를 넘어서, 어쩌면 두발 정도 앞서 하나의 가요를 (이게 근사한 방향인가는 물러두고) 의도치 않게 다시금 제시했던 걸지도 모른다. 신재평과 함께 작업한 「한 걸음」(2014)도 빼면 섭하다. 내게는 저 아슬아슬한 노래가 그이의 서늘하고 포근한 목소리가 주효하고 기능하는 이유를 추측케 한 주된 계기였다. 만약 박지윤이 대놓고 록 발성을 시도해서 그가 녹음해야 했던 곡에 몰두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괴이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소라의 8집과는 경우가 다르다. 되려 비슷한 과정을 겪은 예전의 박정아와 번갈아 들어보면 더욱 시야가 맑아진다. 죽어라 뒤집고 격변하는 신재평의 노래를 늘 해오던 방식으로 조용히, 넓게 소화해낼 때의 아이러니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O(오)」를 들으며 완전히 해소되었다. 세번째 시작으로 무척 괜찮다는 얘기다. 익숙하고 또한 목적에 충실하다. 여담은 아니고 괜히 궁금한 것 몇 가지. ① 정재원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② 솔직히 "우우"를 너무 많이 했다. 다른 데서도 많이 했다.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작사 많이 해서 더욱 많은 문장을 이 목소리로 감상하고 싶다. 자고로 첼로 하나만 두고 유유자적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은 목소리를 잊지 말랬다. 박지윤이 그중 하나다. ★★★

 

[차유정] 데뷔시절 보여졌던 청순함도, 박진영 사단 시절의 인공적인 섹시함도, 어딘가 불만에 가득 찬 사람처럼 박지윤은 냉정하게 표현하곤 했다. 나는 그 점이 박지윤이 진심으로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냉정함을 슬프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그걸 알아보는 듯한 사운드를 만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듯 하다. 보통 여자의 청초함보다 한발자국 더 들어간 새침한 고통을 잘 드러내주는 음색이다. 그녀가 아니면 표현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자리를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O
    박지윤
    박지윤
    정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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