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각자의 관점에서 현재 한국의 상황을 보며 ‘시대’에 대해 ‘유감’을 갖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시점에, 이 노래가 놀랍게도 30주년을 맞았다. 발표 당시부터 국가의 음반 사전 심의 시스템에 대한 소극적(?) 저항으로 보컬을 빼고 연주곡 버전만 앨범에 실었던 서태지는 결국 그 시스템이 무너진 후에야 비로소 완곡을 공개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20주년 기념이라도 왜 갑자기 이 곡만 리마스터 버전을 내놓게 된 것일까? 일단 여기서 이 리마스터 버전 1주일 후에 발표한 에스파의 커버와 연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SM이 유튜브와 함께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SM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에스파의 커버와 리마스터링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원곡이 가진 록의 에너지를 소화하는 데 있어, 다크하면서도 강렬한 세계관을 선보였던 에스파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실제, 에스파의 버전에서는 원곡의 음악적 재구성과 함께 ‘날카로운 발톱’의 의미는 20년을 거치며 더욱 다양해졌고, 카리나, 비와이 등이 추가한 가사 속에서 보다 현대적 해석을 추가했다.) 이러한 과정을 이해한 상태에서 원곡을 다시 듣는다면, 이번 리마스터의 의의를 이해하기가 수월해진다. X세대가 가졌던 모순적 세상에 대한 불만은 그 방향은 혹시 다를지 몰라도 Z세대도 모두 공유하는 ‘청춘의 분노’임을 서태지도, 기획자들도 영민하게 알고 있었던 셈이다. 어쨌든 이번 리마스터 버전은 오리지널 버전보다 확실히 명쾌하게 들려오는 기타, 베이스, 드럼과 보컬의 균형은 음악 외적 요소 때문에 가려진 이 곡의 음악적 가치를 되살린다. 솔직히 세상 속에서 ‘내 가슴에 맺힌 한을 풀 수 있는’ 날은 여전히 요원하다. 그러나 7080을 살아온 세대가 양희은의 「아침이슬」(1971)을 부르며 그들의 삶의 목표를 향한 힘을 얻었듯, X세대부터 MZ세대까지에게 「시대유감」은 충분히 그들의 소망을 담은 송가의 자격을 갖고 있다. 이번 리마스터는 바로 그 자격의 ‘헌액(獻額)’을 위한 충실한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

[조일동]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어도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라는 가사가 울림을 준다는 사실에 서글퍼진다. 새로운 리마스터링은 단순히 볼륨만 만진 게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마스터링의 역할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불륨을 매체 성격에 맞게 맞추는 일로 한정되지 않는다. 적정한 수준의 소리를 누르고 일부는 키워가며 다이내믹스와 라우드니스를 부여해 아티스트가 구현하고자 한 소리들을 청자에게 적절한 사운드로 감상할 기회를 주는 작업이라 봐야 한다. 200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저음을 강화하고 음압을 높이는 마스터링으로 청자의 귀에 무겁고 선명한 소리가 느껴지게 만드는 작업이 대세처럼 굳어졌다. 이번 「시대유감 : 2024 Remastered Ver.」도 비슷한 시도를 기본으로 하지만 핵심의 소리의 폭을 넓히는 작업(panning)에 있다. 리마스터링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패닝의 폭은 리믹싱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작업의 핵심은 원래 작업했던 과거 믹싱을 존중하면서 소리 폭을 최대한 넓혀 더욱 시원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과거 버전보다 코러스나 여러 샘플링 소스의 위상이 다소 확장되며 다이내믹스가 커졌다. 물론 최신 마스터링에서 중시하는 저음도 일부 강화하긴 했다. 과거 작업을 손본 것이지만, 그 결과는 1996년보다 더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가버리고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에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듯한 불길함이 한국 사회에 더 넓게 퍼지고 깊이 스며든 2024년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리마스터링을 시도한 아티스트의 의도가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