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83-5] 제4집단 「No.3 (hommage)」

제4집단 『제4집단』
54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2
Volume 1
장르
레이블 오디오가이
유통사 Orchard Enterprises NY, Inc
공식사이트 [Click]

[정병욱] ‘제4집단’은 1970년에 등장한 한국의 종합예술집단이다. 미술, 음악, 문학, 영화, 연극, 무용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모여 예술 장르 간, 예술과 대중 간 거리를 좁히는 데 힘썼다. 이들의 행위예술이 당시 낯설기만 했던 경찰은 제4집단의 퍼포먼스를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판단해 연행 후 즉결 심판했고, 제4집단은 채 1년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해체를 선언해야 했다. 이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노래의 주인공 제4집단이 지난 역사 속 제4집단을 얼마나 의식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장르를 초월해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의 행보를 보면 그 이름이 우연의 일치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름에 담긴 역사처럼 음악은 전위성을 담보한다. 베이스와 드럼의 단출한 리듬 섹션만으로 단출하지만 날카롭고 그루브감 있게 마련한 비트 위로 영화 《넘버 3》(1997) 속 대사를 샘플링하고 오마주했다. 그저 ‘복붙’한 게 아니라 DJ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통해 소리를 변형하고 왜곡하며 곡의 음률을 담당한다. 소리는 시대를 타지 않는다. 소리를 다루는 방식이 시대를 탈 따름이다. 이 곡에 담긴 드럼 브레이크와 DJ 사운드, 영화 재료는 분명 지난 시대를 호명하지만, 이를 가지고 연출해낸 소리와 서사의 합은 신선하고 짜릿하기만 하다. (다만 앞선 방식을 거스르고 대사를 온전히 살린 아웃트로는, 곡의 메시지 전달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전제해도 조금 아쉬운 선택이다.) 장르와 스타일에 매인 음악가는 아무래도 외부의 흐름과 경향에 매인다. 하지만 이들은 기계적 예술이나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많은 ‘진솔한 예술’이 그렇듯 흐름에 대한 고려 없이 메시지가 중심이 된 예술을 먼저 생각했고 그 위에 자유분방한 외피를 입혔다. 정제되지 않은 투박함 속 모처럼 싱싱한 날것의 가능성이 엿보인 트랙 그리고 앨범이다. ★★★☆

 

[조일동] 영화 《넘버 3》는 한국영화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을 만든 작품이다. 특히 삼류 인생들이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가 ‘예술’이라는 표현 이외에 딱히 고를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영화다. 날 선 드럼과 통통 튀는 베이스 연주가 《넘버 3》의 예술적인 대사를 샘플링한 디제잉과 만난다. 예술이 고도로 다듬어진 기예와 인간의 자유로운 미적 실천이라는 사뭇 다른 뉘앙스의 정의가 이 노래 안에서 제4집단의 연주로 구현된다. 그것도 오마주를 바치는 곡이 품은 오마주 대상을 유명하게 만든 시니컬한 ‘예술’성이 다른 무엇도 아닌 드럼과 베이스 연주로만 진행되는 순간 가장 짙게 뿜어져 나온다. 그렇다면 이거야말로 예술 아니겠는가? ★★★★

 

[차유정] 임권택 감독이 3일만에 촬영을 끝냈다는 살아있는 미스테리 걸작 《안개마을》(1983)의 시나리오를 썼던 송길한 작가의 동생 송능한에게는 《넘버 3》를 발표하자마자 기괴한 천재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영화를 다 보면 문화 예술계의 위선과 안일함을 비트는 것 같았지만, 결국 무식과 유식이라는 이분법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를 가장 진실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움에 대한 갈망을 시로 완성하고 싶었으나 결국 원초적 몸부림에서 전부 끝나버리는 결말은 당시의 (지금이라고 뭐가 다를까마는) 한국 사회 그 자체였다. 이제 27년이 된 《넘버 3》를 다시 돌아보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말을 시(詩)처럼 배치하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드러나 있었고, 영화의 히트와 동시에 대사가 밈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지금 이 곡을 통해 그 대사들을 다시 들어보니 마지막 자존심과 마지막 마지노선에 대한 교묘한 울림이 깊숙하게 전해진다. 아직 쌈마이보다도 하급인 한국사회가 잠깐이나마 교양을 위해 몸부림쳤던 《넘버 3》의 정서가 많이 그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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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No.3 (hommage)
    사군
    최정식
    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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