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멤버들의 군복무 시기가 다가오면서 멤버 각자의 솔로 작업을 연속적으로 발표 중인 방탄소년단의 리더이자 메인 래퍼 알엠의 첫 정규앨범 『Indigo』(2022)의 타이틀곡. 앨범 전체적으로는 큰 틀에서야 힙합 앨범이라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피쳐링 보컬들을 섭외하면서 그들의 장르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김사월을 초대해서는 어쿠스틱 포크 팝의 판을 깔고, 박지윤과 함께 할 때는 살짝 AOR 감성과 힙합 비트의 조화를 풀어가는 식이다. 이미 월드와이드 스타 보이밴드의 일원인 만큼 Erykah Badu, Anderson .Paak 등의 네오 소울 지향적 아티스트들도 섭외하기 수월한 위치가 된 것도 앨범의 품질을 더 끌어올린다. 그 가운데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이 참여한 이 곡은 그가 그룹의 슬로우 트랙에서 보여준 익숙한 스타일에 록 발라드적 비장함을 추가한 트랙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동경했던 ‘화려한 불꽃 같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이름없는 들꽃’처럼 ‘무위자연’에 가까운 삶’을 꿈꾼다는 그의 메시지는 개인적 삶의 분기점에서의 심경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특히 감정의 증폭을 랩으로 서서히 끌어올린 후 터져나오는 조유진의 샤우팅은 메시지의 강력한 전달은 물론 자칫 밋밋해질 수 있었던 곡의 흐름에 적절한 클라이맥스 훅을 제공한다. 알엠이라는 뮤지션의 현재의 ‘자아성찰’이 곡 하나에 집약된 무난한 힙합 록 발라드다.      ★★★

[정병욱] 음악에 있어 진정성(musical attitude)은 분명 상당 부분 넘겨짚을 수밖에 없는 요소지만, 때때로 이러한 추측의 과정이 꽤 설득력 있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RM의 첫 솔로 정규앨범인 이 작품을 보자. 이미 상업적 성공을 맛본 한 가수가 자신의 성공을 발판 삼아, 되고 싶은 이상향 혹은 이르고 싶은 지향을 손쉽게 성취하거나 래퍼 또는 프로듀서로서 자부심을 과시하고자 하는 모습이 비치지 않아 반갑다. 한 앨범에서 만나는 Anderson .Paak과 김사월, Erykah Badu와 박지윤 등의 라인업과 초대 아티스트 각자가 참여한 싱글에서 비치는 높은 이해도는 알엠이 자신의 스펙트럼을 과장이나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녹여내고 있음을 유추하게 한다. 어떤 싱글은 장르성을 품은 채 동시에 새로운 감각을, 다른 싱글은 지극히 익숙하지만 반가운 면모를 적절히 녹여내고 있는데 이 곡은 후자에 가깝다. 록과 힙합의 결합, 드라마틱한 감정 표현에 기댐으로써 전형적인 구성과 트렌드를 취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담백한 보컬 튜닝과 자전적 가사의 의미를 돋보이게 하는 데 치중한 우직한 라이밍, 격정과 호쾌함을 동시에 품음으로써 알엠의 벌스 파트와 절묘하게 대조되는 조유진의 코러스 파트가 꽤 괜찮은 팝 서사를 완성한다. ‘들꽃놀이’라는 제목의 과하지 않은 언어 유희와 의미가 그렇듯 억지스럽지도, 소비적이지도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