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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0] 에픽하이 『Remapping The Human Soul』 : 쥐어짜내지 않아도 되는 참 행복한 시기

에픽하이 『Remapping The Human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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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현 시점에서 에픽 하이가 가지는 위상이 이 씬의 그 어느팀 못지 않은 정도라는 점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네번째 앨범이라니. 게다가 이번엔 두장, 스물일곱트랙. 흠. 이 정도의 포쓰는 정말로 의미심장하다. 보통의 창작력은 아니다. 불황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런 정도라면 요사이 결코 일반적인 음악만들기는 아니다. 단순히 트랙의 숫자가 음악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욕심이 있다는거다. 들려주고 싶은게 있다는 거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오프닝이 끝나면 「백야」가 이어진다. CD1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면서 이번 앨범의 포스를 유감없이 전달한다. 아주 회의적이지만 돋보이는 단어선택과 라임웍이 인상적인 이 곡은 3집에서 조심스레 재도약을 발판을 마련한 이들의 음악만들기가 이제 또다시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했음을 웅변하기에 적절한 선택이다. 나긋한 「알고보니」나 「실어증」도 재치있고 재미있으며 재능있는 언더그라운더들이 다같이 모인 「Still Life」의 앙상블은 귀를 확 잡아끌어당긴다. 그래도 역시 두 엠씨가 번갈아 가며 자신의 내공을 뿜어내는 「Runaway」나 「Nocturne」이야말로 제대로다. 사운드적으로는 투컷이 공을 들인 첫번째 씨디는 타블로의 재치가 돋보이는 두번째 장에 비해서는 흥미롭거나 독특하진 않다고도 평가받을지 모르지만 반복적인 비트속에 원활한 엠씨잉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힙합 그룹으로서의 에픽하이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적인 전달력을 갖췄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문제는 변화무쌍한 타블로의 곡쓰기, 그리고 게스트들의 정신없는 협연이 돋보이는 두번째 장을 어떻게 볼까하는 문제이다. 만약 이 부분에 '약한' 방점을 찍고 싶었다면 분명 이 앨범은 한장으로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적어도 타블로는 자신이 있는 것 같다. 주저함이 없다. 몽환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심히 독특한 일렉트로니카의 기대주 있다(Itta)부터 시작해서 원티드(Wanted), 그리고 캐스커(Casker)를 지나 넬(Nell)까지. 하. 두려움이 없다. 그리고 어느정도까지의 협연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력이 돋보인다. 허울좋은 피쳐링의 남발이라는 거부감이 전혀 없다.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결과물들은 예의없이 대부분 훌륭하다. 「Love Love Love」의 발랄한 크로스오버나 「행복합니다」에서 넬과 에픽하이간의 사이를 절묘히 관통하며 벌어지는 퍼포먼스는 정말 능수능란하다. 이런정도의 감각은 '대중성과 음악성의 적절한 조화'정도로 표현되는 타협적 마인드의 수준은 일단 뛰어넘고 있다. '이정도는 받아주겠지'하는 조심스런 눈치봄이 아니라 '이정도는 따라와줘라'라는 매우 자신감 있는 어프로치다. 영리하면서도 순수한, 그러면서도 실험적인 면모는 가히 90년대 패닉을 이끌던 이적의 2000년대 힙합버젼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어진다.

「Public Execution」의 찌릿한 마무리까지, 아주 깔끔하다. 그리고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할말과 할소리를 다 하는 모습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다. 무엇보다 1시간 40분에 육박하는 이 긴긴 음악의 여정에 거침없이 동참의 손길을 보내는 이들의 포부는 실로 자신에 차 있다. 이런걸 두고 전성기라는 단어를 쓰고는 하지. 타블로의, 미쓰라의, 투컷의 말 그대로 전.성.기.다. 음악의 질을 완전히 떠나고라도 이 두장의 의욕적 완성은 그걸 증명한다. 그리고! 음악은 그것을 확신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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