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듣는 내내 이 경기는 아마도 러브 게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음악이 제재를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제재를 깊이 파고들어 마침내 사라지게 만들거나, 다른 이야기 속에 제재를 흡수시키거나. 이 곡에서 우효는 후자를 택하고 있다. '테니스'는 우효가 만든 사운드와 이야기가 뒤엉키면서 만들어낸 깊이에 붙이는 이름이다. 사운드의 가벼움과 더불어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우효의 곡은, 그 자체로도 가장 가벼운 몸짓으로 가장 멀리 나가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 과정이 자연스레 펼쳐졌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눈에 띄었다. 나에게 온전히 맡기라는 말도 그런 자연스러움에 더한 설득력을 얻는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더더욱 러브 게임이 될 것 같다. 우효가 가뿐하게 포인트를 따냈기 때문이다. ★★★☆

[김성환] 정규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2019)를 기존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들과 조합해 4종의 2CD 패키지로 공개한 우효의 음반 속 타이틀곡. 예전의 음악들처럼 신시사이저로 펼쳐내는 부드러운 리듬 그루브는 이번 앨범에서도 생활의 BGM처럼 편안한 여유로움, 또는 가벼운 흥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살포시 느껴지는 우울한 서정의 구현은 먼저 공개되었던 싱글 「Pizza」(2017)가 그랬듯 더 가라앉은 방향을 취한다. 특히 앨범 소개글 속 언급에서 유추하자면, 이 곡에서의 ‘테니스 스타’는 게임 속 캐릭터이자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상으로 이뤄 주길 바라는 일종의 ‘꿈의 아바타’다. 현실 속에서의 좌절의 위안과 극복을 사이버 세계에서 투영하는 가사의 감성이 처연하게 독백을 던지는 우효의 우울한 보컬과 만나 이루는 시너지는 어느덧 듣는 이를 의자에 앉아 있어도 리듬에 흐느적거리게 만든다. 트렌드와 상관없이 꾸준히 자신의 본색을 지키려는 그녀의 뚝심이 유지되고 있는 곡이다. ★★★☆

[유성은] 우효의 신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는 어떤 과거의 시점으로 청자를 이끈다. 하드웨어 발전의 치킨게임은 저렴한 기계들의 폭넓은 보급과 이에 기반한 음악 만들기 기술의 지나치게 빠른 발전 속도를 촉발시켰다. 그리고, 오색찬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전자음악팀들, 이를테면 허밍어반스테레오, 글렌체크, 칵스 등을 빠르게 뒤로 밀어냈다. 우리는 어느새 그 때의 음악을 싸이월드 급의 '레트로'로 판단하고 받아들인다. 우효의 「테니스」는 발전해야 할 감정이나 진보시켜야 할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달려간 전자음악의 시계바늘을 뒤로 돌려 2010년 쯤의 감성과 추억의 좋았던 부분을 모아 성공적으로 복각시킨다. 바이브레이션은 커녕 호흡마저 짧게 툭툭 뱉어내는듯한 보컬의 삭막함을 수식하는 것은 따스함을 최대한 구현해보려 노력한 포근한 배경의 전자음악이다. 가사를 입힌 음악이지만, 그녀의 음악에선 Free Tempo, Daishi Dance, Capsule이 춤을 추고 널을 뛴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기계적인 보컬에 실어낸 감정은 절망과 체념이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사랑과 희망이다. 테니스 공 튀듯 통통거리는 리듬과 미니멀한 구성에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 멜로딕한 코드 진행은 낮밤으로 엄청난 일교차를 보이는 얼마 안남은 봄날을 표현하듯 무척 매력적이다. 높은 대중성과 익숙한 그리움이 공명하는 따스한 전자음악. ★★★★☆

[차유정] 가만히 흘러가는 중에 만나는 작은 소용돌이같다. 우효의 곡에는 언제나 완만한 가운데 울컥한 감정을 쏟아내는 특징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더 절제하면서도 예민한 집중력을 강조하려고 하는 부분이 느껴진다.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는 척하지만 이 또한 기억의 방식이라는 것을 차분하게 표현하는 것이 신기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