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꽤 ‘고풍스럽다’. 1990년대 지 펑크(G-Funk),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비트와 리듬 위에서 즐겁게 반복되는 그루브가 안겨주는 느낌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로꼬의 랩 플로우에서도 왠지 모르게 (물론 톤과 음색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살짝 Snoop Dogg이나 Warren G의 히트곡들의 추억이 소환되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가사는 여름 해변에서의 연애의 꿈을 매우 ‘건전하게’ 담고 있지만 그건 아티스트의 대중적 지향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쿨은 너무 늙었고, 씨스타는 떠나버린 섬머 송의 무주공산은 현재 레드벨벳이 차지한 것 같지만, 그래도 올해는 유독 ‘여름을 노래하는 노래’들이 많이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이 곡은 그 중에서도 (불행히도 이번 여름에 뜨기엔 시기가 너무 늦었으나) 앞으로 여름마다 풀 파티나 해변의 BGM으로 선곡되기에 충분하다. ★★★☆

[김정원] 부담스럽지 않은 로꼬의 톤이 산뜻함과 싱그러움을 머금은 곡에 잘 어우러진다. 별다른 의외성은 없지만, 조금 늦게나마 나온 남은 여름에 걸맞은 시즌송이다. 다만, 트렌드, 하이파이, 웰메이드와 같은 키워드로 대변되는 차차말론과 그레이 식의 프로덕션이 관성적으로 다가온다. AOMG의 수많은 트랙에서 들을 수 있는 이펙트를 건 그레이의 훅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외려 앨범의 다른 두 트랙을 도맡은 떨스데이(Thurxday)가 선보인 신스 플레이 위주의 비교적 미니멀한 사운드가 귀를 잡아끈다. 특히, 「Party Band」는 펀치넬로, 떨(Thur)의 목소리를 더하며 구성적 재미를 갖추고 있다. 매 곡이 신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같은 결로 이해할 수 있는 「My Last」나 「Solo」를 더 찾아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

[박상준] 가볍게 라인을 이어가는 뭉근한 신스는 '그레이'하면 떠오르는 소리가 되었다. 헌데 그에 반해 날 선 드럼이 리듬을 다소 묵직하게 깔고 간다. 와중에 멜로디는 탄력적으로 전면을 꿰차고 로꼬는 말끔한 언어로 일상을 노래하되 "내 가산 전부 다 현실이 되니까"를 기점으로 눈앞과 환상의 경계를 부수는 은유를 경쾌하게, 마음껏 쏟아낸다. 덕분에 그레이의 훅에 이르러서는 이 답답한 장소에 대한 불필요한 묘사 없이도 그저 낭만뿐인 여행 겸 도피를 설득력 있게 즐길 수 있었다. 여름과 해변과 차갑지 않은 밤과 작은 불을 노래하는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처음의 묘한 공백과 끝의 훵키한 찰나의 소리 또한 명백한 프로듀싱의 센스로 수렴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겠다. 엠비언트 없이 겨울을 보내기 위해 사나운 트립합을 들고 온 치들처럼, 베이스가 옅은 신스팝이나 과거 일본을 관통했던 시티팝 밴드인 Sunny Day Service 류의 밴드를 갈망하는 변태 아닌 변태들이 원했던 지점을 「Sumnmer Go Loco」는 제법 매섭게 찌른다. 성실한 뮤지션이 커리어에 채워넣은 예쁜 무늬의 벽돌인 셈이다. 과연 팬들이 사랑할만한 뮤지션이다. ★★★☆

[유성은] 제목부터 여름시즌을 노린 싱글이지만, 늦더위만 남아있는 현재 시점에 어울리는 빛바란 색의 온도가 느껴지는 묘함을 품으며, 「하기나 해」(2015) 나 「맘 편히」(2016) 등 그레이의 이전작들의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계승한다. 정규앨범에 비해 심각함을 상당히 덜어낸 로꼬의 랩은 일단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차분한 모습으로 더운 여름을 가볍게 서술해낸다. 작품의 컨셉상 죽여주는 멜로디나 플로우가 곡을 수놓으며 전투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의욕을 보이진 않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미덕으로 작용하여 마치 곡을 들으면 캘리포니아의 서늘한 저녁, 여름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