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62-1] 글렌체크 「Follow The White Rabbit」

글렌체크 (Glen Check) 『The Glen Check Experience EP』
1,37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8
Volume EP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체질 개선은 언제든 힘들다. 제련의 과정에서는 더더욱. 세련되고 미묘한 감정을 제련하는 과정 속에서 개성이 사라졌다는 점은 사실 흔한 케이스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대개 오해다.) 밴드가 생각하는 ‘발전’이 청자에게는 익숙함을 방해하는 ‘불청객’으로 활약한다. 이 곡을 통해 청자는 글렌체크가 ‘일렉트로니카’ 밴드에서 ‘팝’ 밴드의 정체성으로 옮겨갔다고 확신했으니까. 그 순간부터 글렌체크가 고려해야할 소스는 기존의 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되었다. 요컨대 그들이 음악에서 일궈왔던 모든 맥락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체질 개선이 힘든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의 변화까지도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Kraftwerk가 처음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 안에 풍경과 사람들, 이미지와 인상을 현대사회의 기계적인 풍토에 넣는 방법으로 그들 스스로의 ‘메세지’를 재구축했다. 요컨대 그들 스스로 송(Song)에 대한 고민을 끼워넣음으로써, 패러다임을 전환했던 것이다. 글렌체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류의 고민들이 아닐런지. 다른 음악에는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

 

[김성환] 그간 글렌체크를 대표했던 사운드는 다분히 1980년대 영국 신스 팝들 중에서도 꽤 밝은, 유로 디스코와 분위기를 공유하는 곡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대표했던 트랙들인 「60’s Cardin」(2011)과 「Pacific」(2013)은 모두 그 범위 안에 있었다. 사실 그들의 음악에는 항상 New Order의 1980년대가 스친다. 그런데 이번 싱글, 뭔가 자신들의 과거와 확실히 거리를 두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물론 그들의 음악 속에 올드 스쿨 힙합과의 공유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타이거디스코가 항상 그들의 무대에서 춤을 춘 의미가 없으리라), 이번에는 아예 몇 단계를 뛰어넘어서 글렌체크의 스타일로 ‘PB R&B’(?)를 표현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 변화는 확연하다. 기존 글렌체크의 팬들에게 생경함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보다 넓은 사운드 스펙트럼에 발을 들이고 꽤 세련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계속 박수를 보내고 싶다. ★★★☆

 

[김용민] 도입부를 듣고 좀 위험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반응이 호불호로 갈린다. 우리는 수많은 이런 사례들을 겪어왔다. 대표적으로 피아의 『Become Clear』(2005), 허클베리핀의 『까만 타이거』(2011)가 그랬다. 다만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는 앞의 사례들보다 비교적 사전작업이 충실한 듯 하다. 비스츠앤네이티브스 합류 이후 멤버 김준원과 엑스엑스엑스의 김심야가 합심하여 사운드클라우드로 공개한 「Fakin'」(2016)과 공연에서 선공개했던 「Mayhem」(2017)은 나름 이번 충격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줬다. 그렇지만 「Follow The White Rabbit」의 경우는 이런 완충제조차 상쇄시켜버릴 만큼 그 변화폭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일단 몸으로는 왜곡의 폭이 넓어진 다양한 보컬 튠과 Weeknd를 떠오르게 하는 PB R&B의 공기가 먼저 느껴진다. 다만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들리는 점은, 연속성 보다는 비트컷 하나하나의 질감이 구분될 정도로 투박한 재봉선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단일화된 청량감이 그들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볼 여지를 많이 남기고 있다. 여지가 많은 것은 상상에 맡기면 좋게 보겠지만, 채운 것이 적은 것으로 여긴다면 그닥 탐탁치 않을 것이다. 「Follow The White Rabbit」 은 결국 그 자체로는 완성되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 채워질 퍼즐에 대한 궁금증 유발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

 

[박병운] 「60`s Cardin」을 재현해야 할 의무는 당연히 없음에도 음악 듣는 사람들이란 이토록 잣대가 엄정하고, 변화에 대해 그다지 열려있지 않다. 제목처럼 소녀 앨리스가 두려움과 두근거림을 안고 따라간 ‘이상한 세상’의 관문으로 초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펙터를 가한 김준원의 목소리는 울리다가 짓눌리다 변신을 거듭하고, 변덕스러운 곡 안엔 옅은 트립합의 분위기가 낮게 흐르고 어떨 때는 올드스쿨 힙합의 공기와 90년대 테크노의 터치가 벽을 채색한다. 여전히 과거의 질료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지만, 매체의 배경음악 역할이자 대중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가진 나르시시즘에 봉사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음악인들은 영광을 재현하거나, 탈바꿈을 주문받기도 한다. 그 영광이라는 것이 지금 시점에선 따라야 할 책무감 없이 하잘것없는 것에 가깝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듯하다. 그 선택의 징표다운 결과. ★★★★

 

[정병욱] 정규 데뷔음반 『Haute Couture』(2011)에 이어 『Youth!』(2013) 또한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앨범부문을 수상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들이다. 다양한 레트로 사운드 소재들을 화려하면서도 순수하고, 청량하면서도 신선한 에너지로 바꾸어낸 글렌체크의 지난 족적들은 그들을 단지 신스팝, 댄서블록의 계보를 잇는 젊은 밴드 수준이 아닌 2010년대를 대표하는 씬의 대표주자로서 존재하게 했다. 본 앨범은 그로부터 (리믹스 앨범을 제외하고) 4년 만의 새 작업이다. 애초에 밴드의 ‘새로운 면’을 예고했고, 1집과 2집 사이 간극도 분명했지만 이 앨범과 트랙은 유난히 색다르다. 신시사이저를 통해서든 디지털 피아노의 여러 가상악기이든 아날로그 질감의 밴드 사운드와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했던 지난 흐름에서 벗어나, 훨씬 어둡고 묵직한 베이스음을 축으로 내부로 수렴하고 침잠하는 무드를 강조한다. 특히나 「Follow The White Rabbit」 속 몽환적인 건반의 루프와 비어있는 듯 정밀한 디제잉, 간소화된 멜로디 등은 음악의 형태를 떠나 이들이 추구하고 들려주고자 하는 감상의 정서 자체가 전혀 다른 시대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한다. 사실 이 같은 변화는 노골적인 예고가 아니더라도 그들이 이센스와 엑스엑스엑스등이 소속된 비스츠앤네이티브스에 합류하면서부터, 이후 딩고와 김심야 등과 함께한 작업물을 발표하면서 짐작할 수 있던 것이기는 하다. 이전의 글렌체크가 추구했던 이상향이 1960~70년대의 감성과 1980년대의 사운드였음을 회상할 때, 당연하게도 작금의 글렌체크가 동일한 시대에 머물러 있으라는 당위는 없다. 1990년대 트립합으로부터 2000년대 얼터너티브 알앤비, 작금의 퓨처사운드까지 아우르는 이 트랙의 사유는 그들 스스로 전성기를 열었던 댄서블록의 시대와 다른 미학과 관점을 소환할 따름이다. 곧 선형 서사로서가 아닌 일체 바이브로서의 유희, 사운드의 합이 아닌 세심한 분절이 그것이다. 이 흰 토끼를 따라가 청자가 마주하는 것이(“Follow The White Rabbit”) 뮤직비디오 속 빨간 조명 마냥 밴드가 의도한 숨은 진실일지, 밴드가 감추려는 적당한 가상일지 모르겠으나 글렌체크의 사운드는 여전한 ‘진짜’이기도 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Follow The White Rabbit
    김준원, 강혁준
    김준원
    김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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