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그간 오마이걸의 음악적 컨셉은 (타이틀곡을 기준으로) 큰 틀로 묶자면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었다. 데뷔곡 「Cupid」(2015)나 이 리패키지 앨범의 원래 버전의 타이틀곡 「Liar Liar」에서 보여주는 건강하고 활발한 현실 소녀들의 업비트 팝이 그 한 축이었다면 「Closer」(2015)에서 보여주었던 몽환적인 판타지 세계의 소녀들의 일렉트릭 팝이 또 하나의 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리패키지용 타이틀곡은 바로 이 두 영역이 처음으로 하나로 퓨전되는 순간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후렴 중반부까지 자연스럽게 흐르는 멜로디 라인(특히 후렴 이후의 브릿지 파트의 하모니 파트의 매력이 일품이다)이 전자의 매력을 더 발전적으로 끌어왔다면, 후렴 파트부터 뒤에 깔리는 신시사이저의 편곡과 이후 이 곡의 가장 논란(?)적 파트인 아랍풍(또는 인도풍)의 멜로디 반전(!)은 후자에서 파생된 것이다. 후렴 끝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전개가 변하는 것은 이 곡의 호불호를 이끌 중요 요인이 되겠으나, 이런 파격이 아직 고유의 음악적 개성이 확보되지 못했던 이들에게 이 곡의 히트 여부에 따라 흥미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

[박병운] 서지음의 가사 "내 맘이 하루 종일 한동안 싱숭생숭하더니 / 이러려고 그랬던 걸 / 나의 마음 한쪽에 웅크렸던 감정이 / 깊은 잠에서 깨어났어" 대목은 러블리즈의 「Candy Jelly Love」(2014)에서 김이나가 준 가사 "그대 마음 한 스푼을 담아 넣고서 / 하얀 약속 한 웅큼을 담아 삼키면 / 오늘 하루도 웃을 수 있어 / 기분 좋은 얘기들만 말할 수 있어"에 못지않은 성취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전작 「Liar Liar」(2016) 등은 물론, 수없이 많은 이 땅의 소녀풍 뮤직비디오들이 빚지고 있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적인 상상력도 여전하다. 보컬의 맑은 화성과 끈적일 새 없이 말끔한 유럽풍 편곡은 여지없는 아이돌 메이킹이다. 그런데 여기에 중동풍 연주가 끼어든다. 넥스트의 「Turn Off The T.V」(1992)의 중반부에 터져나오는 이런 식의 연주 같은 선례들은 그래도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1990/1993)과의 어떤 교묘한 동시대성(?)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독자적이고 몇 번 귀를 씻어도 잊기 힘들 순간은 봄바람을 한순간에 작은 회오리로 변이시킨다. 마치 뮤직비디오 안의 강풍 모드 대형 선풍기처럼... ★★★

[박상준] 훅에서 잘도 정직한 박자 좀 보라지. 아주 단순히 말하면 전자음악으로 명확한 세계관을 구현하다가 어쿠스틱의 질감으로 자세를 틀었다. 갑작스런 변화를 통한 전략인데, 이 뻔하고 흔한 방법론이 레드벨벳의 「7월 7일」 같은 것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다. 당혹스러운 와중에도 따지자면 설득력은 훨씬 압도적이다. 가령 말 많은 '아랍 비트'만 해도 90년대의 몇몇 국내외 히트곡이 중독시키겠답시고, 그루브 좀 신박하게 주겠다고 구사하던 유치한 전술이지 않나. 딱 이 정도의 개입은 그런 자잘한 센스들의 어설픔과 키치함이 치밀한 프로덕션 아래 합의를 본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좀 대박이다. 「니가 참 좋아」(2003)의 쥬얼리와 그 무렵의 슈가 같은 걸그룹, "너를 볼 때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의 너무도 서지음스럽고 명맥 있는 가사, 각각의 보컬이 적당히 맞추는 다부진 하모니를 짬뽕시켰다. 트와이스, 여자친구, 러블리즈의 매력 포인트를 한 냄비에 들이부어서 막 넘친다. 조급한 건 제쳐두고 정말 재밌다. 2000년으로 들어설 때, 부실한 체계의 아이돌팝에 좀 더 크고 끈질긴 지원이 따라붙었다면 이만큼의 기막힌 완성형을 도출할 수 있었을까? 온갖 이상하고 웃기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즐기노라면 의외로 4분을 넘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노래의 가치와는 별개로 능력이다. 이건 상업이잖아. 아... 진짜 대박. 낄낄대며 듣기 좋은 곡이다. 동의하든 말든 좀 더 많은 수다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