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잡음을 덧씌운)기타 아르페지오로 시작하는 인트로의 훅에서 점점 하이파이 사운드로 옮겨갈 때로 시작해서 이찬혁의 보컬이 끝나고 에필로그 형식처럼 윤하의 보컬이 다시 잡음을 덧씌운 로우파이로 돌아가 끝맺는다. 이 곡에서 윤하와 이찬혁의 지분은 절반이다. 그것도 조직적으로 분산되어있다. 그래서 이 곡은 악동뮤지션의 자장에 가깝지만 윤하의 곡으로도 읽힐 수 있다. 브릿지에서 이찬혁의 랩이 윤하의 멜로디가 겹칠 무렵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진 곡이었고 그래서인지 윤하는 마치 이수현 보컬의 어른 버전으로도 들린다. 윤하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보컬을 내맡기고, ‘이찬혁-로빈’은 이를 대중적이면서도 모나지 않게끔 그러면서도 이찬혁 랩핑의 포인트만 살리는 선에서만 그친다. 곡의 제목과 내용에 앞서 곡의 형식 자체가 서로를 배려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윤하는 윤하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찬혁은 좀 더 대중적인 어법으로의 활로를 열었다. 둘 다 잃은 것이 있고 둘 다 얻은 것이 있다. 무엇보다 이 곡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끔 안정되어있다. 로빈의 편곡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겠지만, 슴슴한 맛에 들을 수 있는 곡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

[김성환] 『Subsonic』(2013) 이후에는 계속 OST, 디지털 싱글 위주의 활동을 하고 있는 윤하의 오랜만의 '독자적' 신곡. 개인적으로 그녀가 자꾸 OST에 자신을 소비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는 보지 않았기에, 악동뮤지션의 음악적 핵심인 이찬혁의 곡을 받아들이면서 발표한 이번 싱글은 향후 자신의 후속작(EP든 정규작이든)의 방향을 탐색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찬혁의 멜로디는 YG에서의 정규작에서는 여러 화려한 편곡들이 가세했지만, 기본적으로 어쿠스틱 기타로 작곡해서 완성하는 포크 팝의 기본 틀을 갖고 있기에, 이 곡에서는 오히려 그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편곡을 한 점이 곡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윤하의 보컬 역시 감정을 절제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평범한 가을용 발라드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목소리와 좋은 멜로디가 있어 그 평범함 이상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곡이다. ★★★

[박병운] 경력 안에서의 부침만큼이나 피치 못하게 이런 노래 저런 노래를 불렀어야 했던 윤하, 여전히 믿고 듣는 이유는 그 들쑥날쑥한 경력의 흐름 안에서도 음악 자체에 대한 성실한 태도과 기량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번에도 이런 면모는 여전하다. 청명한 톤을 지향하는 프로듀싱은 안정적이고 노래는 유행의 때를 달리 타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윤하의 음악을 예전이나 지금이나 듣는 이들은 이제 슬슬 다시 ‘『Supersonic』(2012)’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