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블루스는 긴 음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단순히 곡의 길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언변의 길이를 말한다. 축 늘어진 채로 이끌리는 모습 또한 추하다. 기어코 그것마저도 제대로 끌어안는 게 블루스가 아닐까. 이 팀의 곡을 들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정제되고 안정된 느낌으로 가는 것은 그래서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다. 이 팀의 뒷심이 탄탄하다는 것과 진창을 뒹군 얼굴이라기엔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것. 좋은 곡이고, 좋은 보컬임에는 틀림없지만, 후자 때문에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

[김성대] John Lee Hooker와 Eric Clapton까지는 그렇다 치자. 60, 70년대 음악을 추구한다면서 20~3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Bessie Smith까지 언급한 건 살짝 의아했다. 최세련이 Bessie Smith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과 둘의 음색이 비슷하다는 건 엄연히 다른 얘기이지 않은가. 물론 나는 이 팀을 아주 좋아한다. 이 차디찬 불모지에서 모던 일렉트릭 블루스를 추구하는 모습을 사랑하고 그걸 추구하는 정신을 지지한다. 되레 나는 너무 적은 곡으로 서둘러 자신들을 알리려 한 건 아닌가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수록곡 분량이 아쉽다. 곧 이들의 부산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인데 이 기타와 오르간, 노래를 정말 곧이곧대로 연주하고 부르는지 나는 두 귀 똑바로 열고 감상할 것이다. ★★★☆

[김성환]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블루스 록 밴드 카우칩스의 첫 싱글 CD의 타이틀곡. 블루스를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삼는 인디 뮤지션들을 몇 년 전에 비해 꽤 많이 홍대 씬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이전부터도 인천, 부산 등 로컬 씬 쪽 밴드들 가운데도 재야의 블루스 록 밴드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 가운데 이 밴드의 개성은 아무래도 여성 보컬리스트 최세련의 풍성한 보컬의 울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 머릿곡에서 블루스에 어울리는 묵직한 중저음과 호소력 있는 고음까지 모두 구사할 수 있는 그녀의 보컬의 매력은 앞으로 향후 밴드의 활동을 주목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물론 슬로우 (어쿠스틱 & 일렉트릭) 블루스 기타의 원숙한 전형을 보여주는 기타리스트 유원석의 연주도 멋지다. ★★★☆

[정병욱] 노골적인 장르음악의 표방은 양날의 검과 같다. 해당 음악 소비자의 취향과 기대하는 바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게 장점이라면 습용과 혁신의 균형 맞추는 일의 어려움, 또 그에 대한 기대치가 비교적 높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일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카우칩스의 「Walk In The Rain」는 적당히 영리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사운드는 절반쯤, 감성에 있어서는 3/4쯤 블루스 음악에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충족시키되 밴드 구성 사운드의 최대 효용을 발휘하고, 발라드의 서사를 차용하는 등 국내 정서에 맞는 장르 변용을 보여주고 있다. 곡에 잘 맞아떨어지는 최세연의 처연한 보컬도 인상적. ★★★☆

[조일동] 부산으로 자리를 옮겼던 클럽 ‘저스트블루스’와 채수영. 「Walk In The Rain」은 이제 고인이 된 채수영의 음악적 행보와 태도, 조언에 감사의 뜻이 담긴 밴드 카우칩스의 첫 싱글이다. 당연히 이들의 음악도 ‘저스트’ 블루스다. 컴필레이션앨범 『동백락원』(2013) 보다 진일보한 블루스를 들려준다. 보컬리스트 최세련은 고음에서도 묵직함이 뛰어난 여성 보컬리스트다. 보컬리스트의 흡입력을 중심으로 유원석(기타), 박성하(드럼), 이원지(베이스)의 연주와 키보드까지 안정적이다. 익숙한 슬로우 블루스라고 넘기기엔 이 팀이 쏟아내는 정중동의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 이 기운이 온전히 가득 살아있는 정규앨범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