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두 장의 정규 앨범 이후 군복무를 진행하던 전국비둘기연합의 ‘공백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며, 자유로운 활동 속에서 새로운 비상을 짓기 위한 출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이러한 면에서 1집 앨범 『Empathy』(2010)에 수록되었던 「차원의 벽」의 리믹스 버전은 전비연의 다음을 스스로 묻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물음의 답은 「Like A Light」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유행처럼 묻어가는 듯 하지만, 많은 것을 내포한 「Like A Light」의 뜨거운 울림은 진일보한 전비연을 가늠케 하는 곡이다. 그나저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쩌나. ★★★★

[김성환] 기타와 드럼, 단 두 파트의 악기를 갖고서도 무대를 꽉 채우는 이들의 사운드의 힘은 사실 처음에는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다. 2010년 베이시스트 최승원의 탈퇴 이후 둘만으로 밴드를 지속시켜나가겠다는 의지의 산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의지는 밴드에게 더 원초적인 개러지 록 에너지를 뿜어내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그들이 라이브 클럽에서 보여주는 그 열정과 파워만큼은 비슷한 포맷의 서구 밴드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음을 여러 클럽 공연을 보면서 느꼈었으니까.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도 틈틈이 작업을 하면서 발표했던 디지털 싱글 3부작 중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싱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는 밴드의 설명처럼 일종의 '경기장 송가(Arena Anthem)'의 분위기를 풍기는데, 신시사이저 이펙트가 추가된 것은 이들의 음악 속에 더욱 클래식 록의 기운을 추가해주며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

[김용민] 필자가 좋아하는 타입의 인디 포지션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국비둘기연합은 인디씬에서의 스타고 나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밴드일 것이다. 루저 의식을 가져가려는 패기부터 조금이라도 꼰대 의식이 있다면 이해하기 힘든 ‘중2병’과의 적절한 믹싱(?)은 어느덧 이 밴드의 정체성이 되었다. 사실 「Like A Light」가 평창올림픽을 염두해 두고 만들었다곤 하지만, 작은 일도 크게 만드는 특기를 잘 살린 ‘전비연’틀 속의 노래고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기를 끌만한 리프와, 사운드 스타일, 달리는 속도가 ‘여전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로맨틱펀치의 뒤를 이을 락스타의 면모이며 솔직히 이런 밴드 또한 인디씬에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매너리즘이라고 느껴지지 않으면 된다. ★★★☆

[박병운] 정규 음반을 위주로 쫓아온 전국비둘기연합의 이력을 상기해보면, 여전히 이 밴드의 음악을 궁극적으로 기억하게 한 넘버와 주된 장르가 무엇인지가 갸우뚱해진다. 그건 약점이라기보다는 어떤 회오리가 휘몰아치더라도, 향방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음악 특유의 방향성이 되려 정체성으로 보이게 된 이유였다. 본작의 기조는 동계 올림픽을 위한 테마가 주된 정서였다고 한다. 기존에 발매된 (3부작의 앞 1, 2부에 해당하는) 싱글 시리즈들이 다소 Dark Side였다면 이쪽은 Light Side일 터이다. 아폴로 18(Apollo 18) 같은 동시대 밴드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다양한 테마를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하고 싶었다면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먹힌 듯하다. 여전한 과제는 전국비둘기연합이 어떤 밴드인지 말할 수 있는 싱글이 이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의 부족? 이건 글 쓰는 이만의 고민일까. ★★☆

[차유정] 전체적인 흐름이 Opus 의 「Life is live」(1985) 와 Sweet의 「Love is like oxygen」(1977)을 떠올리게 할만큼 상큼하지만 중후하고 약간 무거운 사운드를 고수한다. 격정의 순간에 포인트를 잡아서 한방에 터트려주는 강렬함은 없지만 휘몰아치는 기타 후렴구 만으로도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정적을 유지하면서 뜨거운 감정을 뿜어내는 테크닉은 어려운 기술이지만 이 곡은 그 기술에 한발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