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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9] 김진표 『JP5 : Galanty Show』 : 방황하는 Lyricist

김진표 『Galanty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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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유달리 라임에 천착했던(잘 만드는지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래퍼", 한때 하드코어(?)밴드의 보컬리스트, 여전히 팝스러운 감각을 지향하는 30이 넘은 '가수'.

이런 엇나가는 듯한 조합이 김진표를 설명해주는 음악적인 키워드이다. 지금 현재 움직이는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 힙합신을 아우르더라도 이런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여전히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뮤지션은 드물다.

『Galanty Show』는 그가 차지하는 대중음악계의 위치만큼이나 여러모로 흥미로운 앨범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지금껏 리릭시스트의 면모에 천착하려 했지, 직접 음악을 만드는 작업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모든 앨범의 프로듀싱은 직접했지만, 강세일, 남궁연, 김영석(노바소닉) 등 앨범마다 주요 파트너가 있었음을 기억하자.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여전히 팝스러우면서 괜찮은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4년 만에 발표하는 신보지만 전작들과의 연속성에 있어서 부족한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전작들에 함께했던 사람들의 장점을 본인의 것으로 흡수하면데 전력을 기울였으리라.

물론 이번 앨범 역시 많은 부분에서 리쌍의 향취를 풍긴다. 아예 주객이 전도된 분위기의 곡도 존재한다. (「아직, 널」) 그에 더해 「폼나는 대로」의 미니멀한 루프, 드라이브 뮤직으로 더없이 적절한 「두근두근」, 「모럴헤저드 로맨스」에서 보이는 일렉트로니카와의 접목 등 유행하는 조류는 아낌없이 시도했고 결과도 썩 좋은 편에 속한다. (판소리니 민속음악이니 이런 이야기는 생략한다. 뭐, 의도는 다 아는거니까.)

그러나, 나는 이런 음악적 역량의 진화보다는 Lyricist의 역량을 기대했었다.  이 앨범은 가사로만 봤을 때 완벽히 두동강 나 있는 앨범이라 해도 무방하다.  「두근두근」까지는 일상적인 싱글 단위의 곡들이지만, 그 뒤로는 핫한 남녀관계(「업고놀자」,「붕가붕가」), 개념없는 행위에 대한 분노(「지읒오지읒에 쌍기역아」, 「날찾지마세요」)에 집중하는 곡들로 가득하다.  3집의 여러 곡에서 다루었던 테마가 재탕되는 느낌인거다.  더구나,「지읒오지읒에쌍기역아」는 모케이블방송 연예뉴스를 진행하는 그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를테면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앨범 전체가 사랑노래라면,  아니면 개념에 대한 질타라면 어땠을까. 그런 측면에서 「그림자놀이」와 「아쉬운 노래」의 배치는 공감단절에 단단히 한 몫한다. (곡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서가 단절되니 음악과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기 힘든 것이다.  결국 그가 갖고 있는 생각을 공감하기도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물론, 이런건 전작들의 가사들과 연계해서 본다면 크게 달라진 건 없긴 하다. 사랑이야 어차피 인류 영원의 주제니 누구라도 욕심을 내볼만하다.  분노 또한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쉬운 주제니 더 말할 것도 없겠다.  하지만, 적어도 김진표정도의 레벨이 되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캐치하는 방식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엠씨잉이 음악행위중 가장 서사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건 기대했던 바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라임, 플로우, 펀치라인 따위의 개념을 정립해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엠씨잉의 테크닉을 자랑할 때는 이미 지났으니까. 그건 그가 차지하는 역사적 맥락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적어도 경력 10년의, 서른이 넘은 MC라면 어떤 주제든 좀 더 일상적인 시선으로 유려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을거란 기대를 배신당한 것에 대한 투정이다. 그건, 그가 차지하는 현재의 위치가 예상외로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상의 감회만으로 만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꾼이 존재할 수 있을까. 김진표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했다. 지금 시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힙합이라면 어떨까. 그게 김진표일 수 있을까.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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