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20] 갤럭시익스프레스 『Noise On Fire』 : 갤럭시 신드롬

갤럭시익스프레스 『Noise On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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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The Syndrom

이 사진을 보라. 돈에 미친 꼰대를 응징하는 눈빛하며 짝다리의 교본을 보여주는 완벽한 건들거림, 스틱을 쥔 손의 힘줄은 지금 당장 당신의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만 같다. 바리케이트가 활활 타오르는 광장에 태양도 핏빛으로 삼켜버리는 불더미 위에 연신 춤을 추는 타격으로 가득 찬 밴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공연은 이 땅의 청춘들이 반드시 흡입해야만 하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손을 좌우로 흔드는 잔재미는 전국노래자랑에게나 주어버리고 음악과 몸이 혼인신고도 없이 질펀하게 뒤엉키는 난장을 한 번쯤은 느껴보아야 한다.

이런 찬사는 데뷔 EP 『To The Galaxy』(2007)가 출시된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울려대는 피드백과 고막을 관통하려는 괴성을 인지했을 때, 이미 한국 록의 괴물은 각자의 달팽이관을 통해 탄생하고 있었다. 사실 데뷔 EP의 수록곡들은 하드코어보다 부드럽고 헤비메탈보다 가볍다. 그루브한 리프는 하드록에서 물려받은 것이고 몰입과 질주의 쾌감은 포스트록 밴드들보다 깊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익스프레스의 음악은 어느 헤비니스 밴드보다 강력한 파장을 몰고왔다. 발가벗은 록음악의 근본적인 핵을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록음악의 핵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그저  Little Richard의 「Long Tall Sally」(1957)와 Elvis Presley의 「Long Tall Sally」(1956) 간의 차이랄까? 물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전자다.

80년대 헤비메탈 전성시대 이후 한국 록음악의 유행은 까칠한 태도로 팝과 록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것이었다. 그 시작은 록 스피릿이 가진 너덜너덜한 권위에 대항하기 위한 록 스스로의 변태였지만 그 결과는 록의 소멸(혹은 팝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이 유행 속에서 하드코어와 누메탈, 펑크 등의 신생, 혹은 변종 하위 장르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더욱 공고히 지켜나갔다. 전자는 ‘자유’ 때문에 록을 해체하였고 후자는 ‘자유’ 때문에 철저히 내면화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섹시하고 직선적인 록음악에의 동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록 DNA 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간절히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3~4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사이키델릭의 추구, 다시 살아난 산울림에의 동경, 단순 쾌활한 네오 개러지 열풍이 그것을 증명한다. 기본적으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네오 개러지 열풍의 핵심으로 지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충대충 얼버무린 아마추어리즘이 제거되었다는 것(이주현은 게토밤즈, 전 드러머 윤홍구는 바셀린 출신이다), 배배 꼬인 엘리트적 허위의식이 삭제되었다는 점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가치는 더욱 크다. 그야말로 대 놓고 열광해도 괜찮은 밴드가 출몰한 것이다.


Navie, Live & Noise

열광의 요체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스튜디오 라이브의 생생함을 담은 사운드였다. 이들의 데뷔 EP는 채우고 덧입히고 쪼개는 요즘의 레코딩이 아니라 악기 사이의 텅 빈 공간이 그대로 드러나는 진짜 나이브한 사운드였다. 나는 『To The Galaxy』의 레코딩 퀄리티가 낮다는 평가를 골백번 고쳐 죽어도 인정하지 못하겠다. 이 녹음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 철학을 그대로 담아내는 완벽한 형식이었다. 예쁘장한 음악들의 홍수 속에서 막 잡은 소의 날 선지처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이런 아드레날린을 얼마나 목말라 했던가?

그리고 같은 해 겨울, 0.9집이라고 칭하는 희한한 EP 『Rumble Around』(2007)를 발매하게 된다. 열 한 곡의 수록곡과 40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EP라니,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에너지로 충만한 밴드의 물 오른 창작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머나먼 항해」와 「난 어디로 가는걸까」, 「불타는 하늘 아래」같은 트랙들은 팽팽히 긴장되어 금방이라도 화살이 쏘아질 것 같은 신경증이 매력적이었다. 70년대 하드록의 리프들이 난무하고, 한 치의 느슨함도 허용치 않은 채로 드럼 필인이 이어붙거나 오버드라이브된 베이스가 뇌수를 뒤흔드는 곡들이었다. 요즘은 누구도 이런 식으로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진짜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밴드라는 사실을 확인케 하는 앨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 구성은 전혀 난잡하지 않았는데, 때문에 음악적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이런 구성이 기계적으로 이어 붙여진 것이 아니라 라이브 녹음을 통해 ‘대화’된 진짜 밴드 음악이라는 것에 몇 배는 더 흥분이 커졌다.

여기까지만 해도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데뷔는 120% 성공이었다. 2007년 가장 뜨거운 공연은 이들의 공연이었고 《음악취향Y》 2007년 최고의 신인 뮤지션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가히 신드롬이라고 칭할만한 행보였다. 그리고 올해 초, 앨범이 또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짜 정규 앨범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열혈밴드라고 하더라도 일 년 반 동안 세 장을 내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한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은 팬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정규 앨범 『Noise On Fire』를 받아들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은 진짜 뇌하수체 이상으로 호르몬 균형이 깨져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두툼한 더블앨범에 26곡을 담았다.


Noise On Fire

스물 여섯곡 중 데뷔 EP와 0.9집에 수록되었던 곡을 재녹음한 것이 10곡이다. 산울림과 한대수 리메이크 각각 한 곡씩을 제하면 새로 실린 곡은 14곡이다. 인터뷰에서도 말했다시피 정규 앨범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적 새로움을 보여준 앨범이라기보다 2006년 3월 결성되어 만 2년 동안 만들어진 음악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새로운 곡들의 면면이 기존 발표된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녹음한 10곡의 트랙들은 훨씬 유니크하게 변모되었다. 「Jungle The Black」이나 「Midnight Cremator」같은 고전(?)들은 이번이 세 번째 녹음인데, 수많은 무대에서 현장검증을 거쳐 보다 라이브에 걸맞는 버전들로 수정되었다. 완성도가 높아졌다기보다 군더더기를 제한 스트레이트한 편곡으로 바뀌었다. ‘에브리바디’를 외치거나 괴성들을 첨가해 청중 선동에 좋은 레파토리로 거듭났다. 편곡은 0.9집에 수록된 버전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Soldier」 인트로의 악바친 군가소리도 그대로고 「Laika」의 템포도 느린 채 그대로이다.

새로 녹음된 14곡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날펑크의 감성을 보강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을만한 「Kick Me Out」과 「Bye Bye Planet」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확인하게 한다. 시종일관 멈추지 않는 흥분된 사운드와 분명한 부정의 정신이 몸과 맘을 순수하게 만든다. 펑크와 헤비메탈이 결합한 초창기 쓰레쉬, 하드코어 사운드의 질감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Bye Bye Planet」이 끝나고 베이스 리프를 이어 받는 「Thanx」의 유머가 더욱 그렇다. 두 번째 CD의 「넌 또 그렇게」의 섹시한 그루브도 갤럭시 익스프레스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다. 유독 송골매를 연상시키는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데 후렴구의 ‘예~ 아 하’ 하는 추임새 하나로 송골매에서 Mötley Crüe로 단숨에 점프컷 한다. 이 앨범의 가장 희귀한 트랙이라면 「새벽」(CD2 8번 트랙, 「여명의 설원」과 순서가 바뀌어 있다)이다. 7분여의 블루스가 이어진다. 펑크 보컬과 블루지한 기타가 어색하게 어울리는데 ‘다소 어색함’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태도가 좋다. 노래가 끝나고 기나긴 잼에 들어가면 다시 한 번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끼게 된다. Allman Brothers와 Santana를 왔다갔다하면서 헤비한 뚝심을 잃지 않는다.

정규앨범 『Nosie On Fire』의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역시 0.9집에서 거론했던 곡구성력이다. 일면 단순할 것 같은 밴드의 이미지와는 달리 리듬의 변화가 다채롭고 하드록의 클리셰들을 가감 없이 배치한 부분들이 듣는 이의 흥분을 배가시킨다. 모던 록 밴드들이 애써 외면했던 록음악의 어법들이 자유롭게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치명적인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나이브한 녹음에 대한 부분이다. 주지하다시피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파괴력은 생피가 줄줄 흐르는 듯한 벌거벗은 레코딩이었다. 이들이 하드록과 펑크, 산울림과 송골매를 오가면서도 새로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날 선지의 비린내였다. 하지만 이 앨범은 악기들의 태가 제법 고르게 ‘균형’잡혀 있다. 매우 애석한 부분이다. 물론 라이브로 녹음을 했고 일부 곡들에서만 오버더빙 과정을 거쳐 라이브의 느낌을 살렸지만 문제는 믹싱에 있다. 아마도 정제된 믹싱을 통해 합주의 퀄리티를 높이려 했던 것 같다. 그 프로듀싱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악기들의 음장을 일률적으로 맞춰 놓을 필요는 없었다. 이런 믹싱은 Pantera나 Disturbed처럼 연주가 건조한 덩어리를 이루는 음악에는 어울리지만 갤럭시익스프레스처럼 축축하고 다변화된 밴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White Stripes의 「Icky Thump」(2007)을 생각해보자. 악기들은 소음처럼 따로 떨어져 있고 무질서한 객체들 사이에서 요상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역시 박종현의 블루지한 배경의 기타와 이주현의 펑크 토대 베이스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제어하기 어려운 불협이 에너지의 근간이다. 앞으로의 앨범에서는 어떻게 생 간같은 사운드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To The Ground

그동안 보여주었던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활약은 개인적으로 가뭄의 단비였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이정도 주목을 받았다면 세계적인 밴드로 성장해 해외 페스티벌에 빈번하게 불려 다니는 슈퍼스타의 처지가 되었을 것이지만 절망적이게도 이들은 한국밴드다. 여기에 대해서는 쌍욕만 나올 것 같아 그만두겠다. 이들이 지향하는 힘이 지구의 중력이 아니라 우주로 탈출하는 원심력인 것도 아마 저열한 한국이란 나라의 밴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음악의 육질은 철저히 땅에 뿌리박혀있다. 사이키델릭이니 포스트록이니, 현실과 이격된 감수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근원적인 핵심은 살아 있는 생명만이 가질 수 있는 생피가 줄줄 흐르는 내장의 고통이다. 「Kick Me Out」의 가사를 보자.
 

미쳐버린 세상, 돈에 눈먼 병신들
꼰대들의 놀이터, 넌 이미 돈의 노예
상처뿐인 지난날, 메말라버린 눈물
사랑은 다 거짓말, 다 개나 줘버려
날 여기서 내보내줘, 질식할 것 같아
참을 수 없어, 지친 내 영혼이 숨 쉴 수 있게


결국 똑같았다. 베토벤 이후 록음악은 이런 내장의 고통을 담은 음악이었다.

Credit

[Staff]
Produced by 갤럭시익스프레스, 이규영
All Songs Mixed & Mastered by 조상현 at MOL Studio
All recorded by 김성호
(CD1-05 개구쟁이, CD2-물좀주소 Recorded & Mixed by 박규석 at 801 Studio)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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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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