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65-4] 신박서클 「밀실의 선풍기」

신박서클 (SB Circle) 『유사과학』
60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1.08
Volume 2
장르 크로스오버
레이블 플랑크톤뮤직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마치 선풍기 팬 돌아가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심벌즈의 일정한 터치를 시작으로 색소폰과 가야금의 멜로디를 베이스와 더불어 연주하는 대목은 능글맞게 이 곡의 멜로디 지향적인 면을 선보이지만, 결코 스탠다드를 연주했다고 단정할 수 없게 만든다. 멜로디를 강조하긴 하지만 결국 스윙감이나, 재즈 특유의 어법으로 귀결되는 포인트를 군데군데 넣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촘촘하다는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개성을 잃지 않는 묘한 지점들을 건드리는 곡이 나올 수 있었다. 유사과학이 특유의 쉬운 설명으로 우리의 믿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듯이, 그들은 어떤 골몰보다는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곡을 돌파하지만, 유사과학의 그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 조합이라는 점을 색소폰과 가야금의 조합으로 상기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유사과학을 미적 엠블렘으로 차용하긴 하지만, 특유의 풍자적인 뉘앙스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양가적인 입장의 곡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고, 그래서 더욱 좋은 곡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

 

[김성환] 신현필(색소폰), 서영도(베이스), 박경소(가야금), Christian Moran(드럼)으로 구성된 크로스오버 재즈 쿼텟 신박서클의 정규 2집 『유사과학』의 타이틀곡. 지난 정규 1집 타이틀 『Topology(위상수학)』 이 네 가지 소리의 ‘합일’이라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정의였다면, 2집의 타이틀은 ‘국악기 크로스오버의 전형성’을 믿지 말라는 강변으로 들린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만났을 때 우리가 생각하기 쉬운 뭔가 ‘한국적인 선율’에 대한 기대는 이 앨범에서는 버리는게 더 좋다는 얘기다. 어쩌면 오히려 재즈와 훵크, 라틴 음악적 흐름 속에서 기타가 해줘야 할 역할을 가야금이 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 이 음반 전체를 들으며 가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유사과학’적 이슈에 속하는 제목들로만 곡명을 붙인 센스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래도 이 곡 「밀실의 선풍기」에서는 도입부와 중반부 멜로디 속에서 그래도 한국적 선율의 전개가 살짝 엿보이긴 하는 편이다. 그 위에서 초반부는 알토 색소폰의 부드러운 선율이 곡을 지배하다가 베이스-드럼의 리듬 템포가 빨라지면서 색소폰-가야금 연주 대결이 펼쳐지고, 이내 네 파트가 한 점처럼 모여드는 전개가 곡의 매력을 높여준다. 연주의 화려함과 대담함보다는 쿼텟 협연의 매력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트랙이라 생각한다. ★★★☆

 

[정병욱] 유사과학은 이름만 봐서는 언뜻 과학과 믿음의 경계에 있을 것 같지만 알다시피 과학의 탈을 쓴 믿음이다. 앞서 ‘Topology’(위상수학)라는 타이틀로 음악의 추상 위에 개념을 덧대었던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 보다 가벼운 태도로 유머와 인상을 곁들인다.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이 결과가 더 좋다고 ‘믿는다’. 박경소의 가야금과 신현필 색소폰, 국악기와 양악기의 위상적 균형의 지점은 사실 실재하지 않는 이상에 가까우므로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울린다고 여기게 하는 믿음의 제공이다. 그중 서영도가 작곡한 이 곡은 다소 완연한 제3의 크로스오버보다 가야금 협연의 모던 재즈 어법에 가깝게 완성되었지만, 확연히 연주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두 주요 악기의 인터플레이가 유창하고, 짜임새가 훌륭하다. 가야금과 색소폰 모두 주선율에서나 반주 혹은 화려한 솔로잉에서나 악기의 존재감 및 신선한 변주 포인트를 쉽게 놓치지 않으면서도, 주제부를 쉴 새 없이 환기한다. 언뜻 그 연결성이 쉽사리 떠오르지도, 그렇다고 전혀 무관하지 않은 듯 보이는 제목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7분 여 러닝타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진다. ★★★★

 

[조일동] (놀랍게도) Black Sabbath를 연상시키는 베이스 리프의 중량감 넘치는 그루브 위로 색소폰과 가야금의 툭툭 던지는 유니즌이 곡 초반을 이끈다. 이어 하이햇과 스네어 사이를 가벼이 그러나 분주히 오가는 드럼이 가야금을, 가야금이 베이스를, 베이스를 드럼이 쫓으며 긴장감과 유쾌함 사이 어딘가로 청자를 몰고간다. 중반 이후 소프라노 색소폰 솔로가 나올 무렵 1970년대 형사물에서 들을 법한 분위기가 마치 밀실의 숨을 조여오는 선풍기라는 도시괴담 같은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기분이다. 마지막 숨까지 감동스런 연주로 유사과학 이야기를 담은 음악은 마무리된다. 한국 대중음악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내놓은 두 번째 음반은 전작보다 유연하고, 장난기 가득하다. 제목처럼 말이다. 동시에 2021년의 연주로 꼽지 않을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

 

[차유정]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 날개가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을 차분히 묘사한다. 가야금의 음색을 제외하면 재즈의 요소를 많이 드러내고 있는데 아무래도 곡의 전개가 한편의 이야기 이자 단편소설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의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6분이라고 하는 시간 동안 반복과 즉흥이라는 틀을 자유롭게 오가려는 시도는 흥미롭다. 다만, 반복이 시원하게 들리지 않은 부분은 아쉬운 지점이고, 그에 비해 즉흥연주가 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전개의 즐거움이나 진득한 탐구의 과정을 국악의 색채로 전달하려고 한 부분은 높은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밀실의 선풍기
    -
    신박서클, 서영도
    신현필, 박경소, 서영도, Christian Moran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44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