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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183-1] 9 「손금」

9 『고고학자』
by. 음악취향Y | 2018.02.05
음악취향Y | 2018.02.05

[박관익] 만남도 사랑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떤 것들을 결정할 때 항상 겪는 고민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걱정에 대해 누군가 확신을 줄 수 있다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까? 9의 「손금」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확신을 차분한 어조로 청자들에게 이야기해준다. 피아노와 보컬의 단순한 악기배치에 호른의 저음부를 감싸는 사운드는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피아노와 보컬듀오의 구성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채워지지 않아서 더욱 진심이 전해지는 음악이다. ★★★★

 

[박병운] 솔로로 와도 여전한 것은 간혹 존대로 말하는 가사의 공손함이다. 사려와 조심스러움, 때론 움츠려있음으로도 보이는 그 조심스러운 태도는 여전하다. 다소 달라진 것은 이글거리는 저편의 석양처럼 울리는 관악의 아련함이다. 이는 한 모던록 싱어송라이터의 자리를 가요에 가깝게 방석을 당겨준다. 애상을 짚어주는 피아노의 역할도 여기에 한몫한다. 가요에 가깝게 들려진다는 것이 이 노래 안의 신파와 질적 하향을 뜻하는 것이냐고. 천만에. 보편적 감정을 캐내는 사람, 장르를 새삼 발굴하는 자, 한국 대중음악 감성계의 고고학자 헨리 존스 2세, 인디아나 존스, 송재경의 빛나는 역할이 여기에 있다. ★★★★

 

[유성은] 「손금」은 올해 만난 노래 중에 단연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곡이다. 숫자들과 함께 널뛰던 비트와 달뜬 감정은 날려 보내고, 오롯이 9의 목소리와 건반 위주의 소규모 사운드만 남겨 단단한 알맹이로 노래를 만들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9는 가사에서 수줍고 소극적인 화자로 변함없이, 수작부리는 것이 아니니 손을 내밀어 달라 속삭인다.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 어색한 특유의 분위기도 변함이 없다. 가장 메이저에 가까운 멜로디를 여전한 마이너의 감성으로 표현해내는 곡이다. 귀 기울일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곡은, 규모보다는 본질에 접근한 발라드로 뇌리보다 가슴에 깊숙한 흔적을 남긴다. ★★★★☆

 

[정병욱] 적신호는 ‘정지’를 뜻하고 청신호는 ‘진행’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사이를 완충하는 황신호는 바로 ‘주의’를 의미한다. 생뚱맞게 언급한 이 신호등 이야기는 바로 ‘9와숫자들’을 수식하기 위한 비유이다. 음반을 발표하는 족족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영역을 확고히 쌓아온 이들의 음악은, 내게 마치 정지와 진행을 머뭇거리게 하는 황신호 같은 매력을 주는 팀이었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울 만치 세심한 마음과 이를 마치 시처럼 풀어내는 신선한 비유와 아름다운 언어가 좋은 멜로디, 훌륭한 구성, 낯익은 사운드와 만나, 진행도 정지도 아닌 주의와 보류의 긴장을 연장하고 싶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런 9와숫자들의 음악에서 ‘숫자들’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다. 분명 그대로인 것도 있을 테지만 필히 달라지는 것들도 있을 테니까. 그런 기대와 우려 속에서 마주한 타이틀 곡 「손금」은 앨범 내 다른 어떤 곡들보다도 9(송재경)에게 어울리는 혼자만의 노래와 퍼포먼스로 타이틀의 이유를 설명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하는 가사의 힘, 조곤조곤 명료하고도 습윤한 9의 발음과 마치 먼데서 울림을 주는듯한 아른거리는 발성 등이 여전한 것에 속한다. 가창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노래의 정서를 조율하던 밴드 사운드 대신 차분히 가창을 백업하는 김진아의 건반 연주는 본 싱글에서 더욱 유난히 단출하게 편성되어 가사와 보컬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다. 후렴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 간주와 후반부를 장식하는 차혜경의 호른은 아련한 심상을 심화한다. 어찌 생각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 가운데, 「손금」의 가사 메시지 및 태도는 분명하고도 확신에 차있으면서도 반대로 사운드는 더욱 신중하고 차분해 예의 황신호 같은 매력을 이어간다. 허나 상상해본 적 없는 가능성과 상상할 수 없었던 불가능성은 전혀 다른 속성이다. 「손금」이 유지하는 심상은 여전히 매력적인 황신호의 그것인데 모난 가슴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쓸어내려 가만히 멈춰 서게 하게 하는 사운드의 매력은 적신호에 가깝다 보니, 이 음악이 아름다운 것과는 별개로 9와숫자들만의 개성은 다소 예상 가능한 평범한 것이 돼버리고 만다. 그 때문인지 어느 하나의 트랙을 짚어내기보다 조금씩 세션의 변주를 주어 저마다의 발라드를 만들어낸 음반의 가치가 더욱 멋들어진다. ★★★

 

Track List
  • 03. 손금 L9 C9 A김진아
태그 | 싱글아웃,9,9와숫자들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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