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9-2] 다정 「One Song」

다정 『Unlearn』
7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4
Volume EP
장르
레이블 사운즈굿
유통사 모레코즈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건너갔어도, 다정은 여전히 다정이다. 자신을 해치는 것들과 나의 표현에 골몰하던 전작 『Jay Knife』(2021)을 지나. ‘자신’을 해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다정의 사운드는 여전히 계속 이어진다. 그래도 분명 달라진 점은 있다. 미묘한 뉘앙스의 드럼을 넣는 방식이나, 사운드의 파형을 끊는 방식, 신시사이저를 통해 리듬을 일구는 방식에서 분명 전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더욱 깊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기어이 다성적인 사운드에 다정의 목소리를 꽃 피우는 후반부의 대목을 듣노라면, 결코 송두리째 뽑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탄탄한 잔뿌리들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흐뭇하다. 하나의 잎이 춤추는 일은 당장은 화려하진 않지만, 이내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담뿍 와닿는 구석이 있다. 이 곡에 필요한 것은 오직 ‘듣는 이의 주의 깊은 청취’ 하나 뿐이다. ★★★☆

 

[이아림] 『Unlearn』은 싱어송라이터 다정의 첫 EP이자 3년 만의 복귀작이다. 『Unlearn』을 트랙 순으로 듣다 보면 몽롱하고도 산뜻한 매력이 느껴진다. 다정은 여전히 ‘방’에 대해 말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와 느른함이 감도는 음악은 ‘이것이 다정의 특색’임을 반증하듯 데뷔작 『Jay Knife』(2021)와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다만, 분명한 변화는 있다. 일기 쓰듯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곡로 채운 『Jay Knife』가 ‘베드룸팝’의 정석을 보여주었다면, 『Unlearn』은 장르의 주된 특징인 로우파이와 DIY에 충실하면서도 다정의 음악적 욕심이 듬뿍 담긴 앨범이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소스의 사용과 볼륨을 통해 선명하고도 풍성한 사운드를 담아냈는데, 그 결과 곡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각각의 트랙은 프로듀서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며 수미상관을 이루는 구성도 눈에 띈다. 타이틀 「One Song」은 「JV Soccer – Dajung Remix」(2022)에 이어 다시금 정크야드와의 합을 보여주는 곡이다. 주요하게 반복하는 ‘I’ve got one song’은 나만의 노래와 그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노래가 나의 모든 것이라는 처절함은 점진적으로 텐션을 끌어올리는 곡과 상충할 수도 있겠으나, 정크야드는 음색을 부각하면서도 밝은 기운을 담아 다정의 의지가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긴 버전으로 변형한 「One Long Song」과의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감상의 묘미이며, 사위를 경계하는 날카로움 위로 희망찬 설렘이 피어오르는 음악이다. 이외에도 김춘추와의 작업은 온건한 사이키델릭이 가사의 멜랑콜리와 어우러지고, 일렉트로니카 요소를 활용한 김도언의 작업은 발랄함과 애틋함이 가미된 로우파이도 흥미롭다. 이렇게 다름에도 별다른 이질감 없이 하나의 앨범으로 엮일 수 있는 건 구성의 세밀함과 함께 모든 곡이 다정의 정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차유정] 차갑고 건조한 무드를 팝의 재료로 끌어오면서 시종일관 서늘한 기운을 유지한다. 밝고 명랑한 스타일이 일반적인 요즘 팝의 형태에 약간의 반기를 들면서, 차갑고 고독한 비장함 자체를 어떻게 가볍게 소모해 볼 것인가 하는 생각이 출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80년대를 지나쳤던 미국의 여성 아티스트 몇 명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우울한 감정을 무기로 삼았던 그녀들의 스타일보다는 좀더 가볍게 들을만한 적당한 무게감 또한 지니고 있다. ★★★☆

 

[천경철] 실례지만 Sinead O'Connor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점층적 멜로디와 분수 같은 리듬. 도플러 효과를 일으키며 '슈욱'이 '쉬이익'으로 돌아다니는 생기있는 리듬이다. 음악을 너무 쉽게 다룬다, 요즘에는. 사용할 수 있는 음은 12개 인데 이를 뿌려놓고 뭉쳐서 막 집어던진 다음 벽에 붙은 걸 떼다가 떡을 지어놨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음악 가운데 음수가 적은 음악에 끌릴 수 밖에 없다. 이 싱글은 말 작은 음수로 사람을 매혹시킨다. 그리고 사운드도 저만치 밀려있다. 이것을 쥐어 짜려고 힘을 썼지만 쥐어 짜다만 마른 수건만 남는다. 햇살 좋은 날 벤치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음악을 들어보자. 이상한 아이리쉬 코러스는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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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One Song
    다정
    다정
    정크야드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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