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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아 #1. 근황 & 앨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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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지난해 가을, 일면식만 있는 정밀아님으로부터 문득 메시지가 왔다. 3집 정규앨범 발매 소식과 함께 《블라인드 음감회》의 공동 진행을 맡아줄 수 있냐는 연락이었다. 반갑고,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도 됐다. 이전까지 그의 음악을 내 글로 진지하게 다뤄본 적 없다는 점에서. 그때까지 가장 좋아했던 정밀아의 노래가 하필 가장 이질적인 「내 방은 궁전」(2014) 같은 곡이어서. 하지만 앨범을 들어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이 앨범을, 『청파소나타』(2020)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수 있으리란 확신에서였다. 물론 전작과의 비교나 전작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아님을 이해하리라.

그리고 확신과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수상, 《음악취향Y》 올해의 음반 2위 등이 이를 증명한다. 유난히 혼란스러웠던 지난해, 방탄소년단과 이날치 등 특별히 주목받는 음악도 많았던 그해, 『청파소나타』는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결과가 공개되기 전에 진행했던,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난 2020년을 빛낸 주인공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조금 늦은 것은 필자의 게으름 탓도, 녹취록을 꼼꼼히 들여다본 아티스트의 성정 때문이기도 하다.


○ 인터뷰이 : 정밀아
○ 인터뷰어 : 김용민, 정병욱, 이정희 (음악취향Y)
○ 일시/장소 : 2021년 1월 17일 12:30~15:00, 온라인 비대면 진행
○ 사진 : 정밀아
○ 녹취 : 김용민, 정병욱 (음악취향Y)
 


 

“제 노래가 비교적 가사가 긴 곡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 가사들을 어떻게든 불편하지 않게,
잘 전달되게끔 만들어야 했어요.”




김용민(이하 '용') : 오늘 공연 있으시잖아요. 차질없이 진행되어 다행이에요.*

* 인터뷰 당일 저녁, 정밀아는 벨로주에서 매년 진행하는 《새해의 포크》 공연에 출연 예정이었다.
 

정밀아(이하 '밀') : 사회적 거리두기 아직 2.5단계 그대로죠? 취소되면 되겠거니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얘기는 했죠. 대기실에 5명 못 모이는 건가? 음악가 한 사람씩 대기실에 들어가야하나?(웃음)
 

: 생각해보니 그것도 고민이시겠네요. 힘겹게 무대를 만들어도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없으니까.
 

: 네. 이제는 세션을 마음대로 데리고 오는 것도 안 되죠. 물론 (《새해의 포크》 공연한) 저와 빅베이비 드라이버, 제형씨는 세션이 많이 없어도 되니 뭐 오늘은 괜찮네요.
 

정병욱(이하 '욱') : 오늘 공연 이후 근일 잡힌 계획은 뭐가 있을까요?
 

: 얘기 중인 공연이 2개 정도 있는데 상황 봐서 날짜를 결정해야 할 것 같고요. 모레 웹진 인터뷰 겸 촬영이 하나 잡혀 있어요. 라이브 촬영 하나 있고, 그런 식으로 일정이 계속 있네요. 다행이죠.
 

: 제가 느끼기에 이전 앨범보다 언론이나 평단에서 회자도 많이 되고, 반응이 무척 좋거든요. 직접 체감하시는 것들이 있을까요?


: 제가 이번 앨범 발매 전부터도 늘 그랬지만 외부에 워낙 안 다녀서요. 밖에서 대체 어떻게 보는지, 듣는지 별로 체감은 못 하고 있어요. 그런데 《K-Indie Chart》 순위에 오르고, 인터뷰도 예전보다 더 많으니까 ‘잘 들어 주시나 보다.’하는 정도예요.


: 팬들의 피드백은 어때요?


: 팬들은 직접 만날 기회가 단독 공연뿐이잖아요. 사실 “좋아요~”라든지 이런 피드백을 육성으로 들은 적은 별로 없어서. (웃음) 물론 SNS로 모니터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죠. 그런데 이게 내 앨범에 관한 이야기인지 뭔지. 그냥 가상의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밀아씨의 음악은 삶과 밀착해 있잖아요. 팬들이든, 다른 매체든 밀아씨 음악에 대한 반응은 밀아씨 삶 자체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도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 고마운 일이지요. 음악이라는 게 결국 제 시간, 저 자신을 긁어서 만드는 작업이니까. 그러니까 결국 사람이 많이 보이는 것 같기는 해요.


: 청파동에는 몇 년 사셨죠?


: 재작년 10월에 왔으니까 1년 좀 넘게 살았고요. 이사오기 전에 옆에 청파동이랑 효창동 붙어있는 동네에 한 6년 살았죠.


: 도합 8년 가까이 되시네요.


: 7~8년 되죠. 용산의 딸입니다. (웃음)

 


 
용산의 풍경 


: 이전부터 일대를 관찰했고, 잘 아셨다고는 하지만 실제 이사 온 지 1년쯤 되어 청파동에 관한 앨범이 나왔어요. 결과적으로 이번 3집까지 모든 앨범이 3년 간격으로 10~11월마다 나왔고요. 트랙 수도 9~10곡으로 일정한 편이에요. 계산된 일정과 루틴으로 작업을 하셨을까요?


: 하다 보니 ‘3년 정도면 적당하겠다’고 어림으로 생각했어요. 실제로 1집 낸 후 앨범활동, 그 다음 앨범을 위한 실제 작업에 몰두하는 최소한의 기간 등을 1집과 2집 사이에 좀 확인했어요. 이를테면 발매한 앨범에 집중한 활동을 1년 정도 하고, 그 다음에 전 후 주변을 살피는 기간 1년, 본격적으로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 1년. 이렇게 3년 정도가 제게 적절한 것 같아요. 아마도 4집 때까지는 이렇게 유지될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또 모르죠. 어쨌든 이제 3년 후에 다음 앨범이 나옵니다. (웃음)


: 3년 후 나올 4집에 관한 힌트가 있을까요?


: 항상 함께 하는 연주자들이 있는데, 저희가 특별히 싸우지 않는 한 서로 좀 더 친해지겠죠? 그러면 ‘높아진 친밀도가 반영된 사운드가 나오겠지.’하고 짐작이 되기는 하는데, 혹시 모르죠. 제가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서 어떤 노래가 나올지. 지금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잖아요. 갑자기 코로나19보다 10배 강한 뭔가 나타나서 인류의 절반이 죽을 수도 있고. 제가 사경을 한 번 헤맸다가 살아날 수도 있고. 그래서 사운드 콘셉트 정도 있는 것 이상의 짐작하는 무엇은 없는 상태입니다. (웃음)


: 『청파소나타』 수록곡들은 작곡 시기가 언제쯤인가요? 전체적인 그림이 다 나오고, 실질적인 곡을 쓴 시기요.


: 「서시」는 2집 끝 무렵에 이미 절반을 써두었어요. 그 외에는 한 곡에 쓴 특정한 한 두 문장들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썼어요. 이 문장들을 가져와서 온전한 한 곡으로 다듬은 건 2019년 11~12월 쯤이고. 이때부터 ‘아, 진짜 써야 해, 써야 해.’ 이런 식으로 저를 좀 다그치기 시작했고, 3~4월에 작업을 많이 했어요.


: 아까 전 말씀하신 3년이라는 게 결국 자신과의 약속 같은 거네요.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처럼.


: 제가 청파동으로 이사오면서 기존에 하던 일을 접었어요. 그래서 음악이 그야말로 전업이 됐는데, 그 정도는 부지런해야 사람답게 사는 것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느끼는 바쁨의 기준으로요.


: 밀아씨의 팬들은 애가 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웃음)


: 그냥… ‘그때쯤 나오겠거니.’ 하시겠죠.


: 저는 라디(Ra. D)씨의 팬인데 6년에 한 번 정규앨범이 나와요...


: 아, 멋있다. 저도 나중에 10년에 한 번... (웃음)


: 『청파소나타』 제작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이번 3집이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다른 프로젝트와 일정이 겹치면서 일손이 좀 달리는 거예요. 만일 앨범에만 전념했다면 홀로 다 할 수도 있었을 법한 분량인데, 일정한 물리적 시간 안에 해내야 하는 일이 많아서 그게 약간 힘들었고요. 그거 빼고는 괜찮았어요. 음악 외적으로 문서 작업이나 디자인 이런 건 언제쯤 뭘 내야 하고, 언제쯤 유통사와 컨택해야 하고 이런 걸 다 알고 있으니까요. 이전에 해봤으니 다 알고, 조금 능숙하달까? 그래서 ‘미리 준비하자.’, ‘저번처럼 허둥대지 말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임박해서 다 했죠. (웃음) 방학 숙제 절대 미리 하자고 다짐해도 매번 꼭 전날 다 하잖아요. 그런 걸 다시 반복하고 있는 나에 대한 약간의 자책은 있었어요.


: 직접 하시거나 자체 채널인 금반지레코드를 통해 진행하는 것의 불편함이 특별히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 네, 그저 일이 몰릴 때 일손이 약간 부족한 거. 아, 그리고 (아쉬운 게) 홍보 측면도 좀 있고요. 그래도 어쩌다 보니 라디오는 종종 컨택이 되었는데요.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앞으로 방송 연계 측면을 좀 더 바라야 하는 걸까 생각이 들어요.


: 고민의 지점이네요. 다른 중대형 레이블에 들어갈 생각도 하시나요?


: 금반지레코드를 없앨 생각은 아직 없고요. 다른 데를 생각하기보다 이걸 키우는 게 오히려 더 빠를 것 같기는 해요. 대신 협력 등의 포맷을 더 붙이느냐 마느냐, 누구와 하느냐 이런 고민이겠죠.


: 방송 얘기를 하셔서 생각났는데요. 《포커스 : Folk Us》(2020~2021)가 첫 방송하기 전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김윤아씨가 「무명」(2019)의 가사를 낭독하는 장면을 티저로 내보냈어요.


 

: 맞아요. 너무 신기했어요.


: 저는 방송에 ‘밀아씨가 참가자로 나오는 건가?’ 잠시 착각했어요.


: 참가 관련해서는 제안이 있긴 했는데, 저는 제 무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잊고 있었거든요. 집에 TV도 없다 보니까 까먹고 있었는데, 저랑 같이 일하는 친구가 가끔 검색을 해줘요. “야, 이거 봐. 이거 봐.” 이러면서 카톡이 오더라고요. 좀 놀랐어요. 신기했고요. (웃음)


: 신기하기도 하고, 저는 ‘밀아씨를 마케팅 수단으로 소모하는 것 아닌가?’ 내심 걱정도 조금 했어요.


: 마케팅용으로 쓰기에 제가 그만큼의 유명세나 영향력은 없을텐데요. (웃음) 그렇지만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죠. 김윤아씨가 그걸 찾았던 아니면 작가들이 찾았던. 함께 언급된 뮤지션 - 강승원, 김광석, 시인과 촌장 - 들이 대선배들이었잖아요. 그래서 그게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 《포커스 : Folk Us》는 명목상 포크 장르를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었잖아요. ‘대선배’라는 표현을 쓰신 것처럼 포크 장르 뮤지션으로서의 의식이나 인식이 있을까요? 실제로 평소 특정한 음악 색을 중요시 하고, 그걸 꾸준히 유지하시잖아요. 악기 편성과 사운드를 최소화한다든지, 가사의 의미와 메시지를 굉장히 신경 쓴다든지요. 덕분에 밖에서 볼 때도 대부분 정밀아의 음악을 포크로 인식하고요.


: 말씀하신 내용들을 아울러 제 음악이 포크라는 장르에 비교적 가장 가까운 음악인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다른 주제를 다루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포크 뮤지션에 가장 가까운 뮤지션이라는 건 맞는 것 같고, 애초에 포크를 하겠다고 노리거나 기획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 노림수나 기획을 엄밀히 얘기하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정의보다 인식 측면을 말씀하신 만큼 제가 음악을 하는 시간이 좀 늘어나면서, 제가 만든 작업들이 많아지면서 최소한 내 작업이 어디쯤 위치하는지에 대한 맵핑(mapping) 같은 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 내 음악의 미덕이라든지 (미덕이라는 말이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 장점이라든지 물론 단점까지 파악하고요.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작용을 하기에 좋은 음악인지 ‘분석’이라면 너무 뾰족한 단어인 것 같아서 맵핑 정도라고 할래요. 어디 놓이는 음악이라는 인식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 중이에요. 거기에 사로잡히거나 할 필요는 없고요. 뭐 사로잡히면 그건 그렇게 흘러가는 거고요.


: 《포커스 : Folk Us》가 자신의 무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 경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어요. ‘내가 뭘 경연을 나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경연마다 각자 원하는 그만의 기준이 있잖아요. 오히려 그래서 제가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곳에 가서 한 번 후드려 맞아보는 거, 저는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그런 곳에 나를 한 번 까서 내놓고, ‘나와 내 음악을 이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구나.’하고 한 번 담금질 해 보는 거 되게 즐거운 일 같아요. 단지 《포커스 : Folk Us》에 나가지 않았던, 그걸 고사했던 이유는 프로그램 포맷이 자기 노래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그랬어요.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 단순한 이유에요. 별로 흥미(?)가 안 당겼어요. 물론 그런 곳에서 더욱더 잘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로 인한 좋은 작용도 많이 있을 테니까 프로그램 자체를 탓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 결국 ‘내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청파소나타』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다른 인터뷰에서 이런 답변은 읽었어요. “전작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반영으로 『청파소나타』에 “깊고 넓은 시선”, “현재 시점”을 담고 싶었다는 얘기요.


: 네. 제가 음악을 좀 늦게 시작을 했잖아요. 그래서 이전에도 어떤 창작이나 예술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약간 헤매는 시간들, 장르는 다르지만 이를테면 미술하면서 좀 많이 삽질도 하고 (웃음) 거기서 얻은 교훈이 있었어요. 음악을 할 때는 헤매지 말고 집중해서 뭔가 해보자 라는 마음이요. 정말 옆도 뒤도 안 보고 그것만 집중하는 경지. 그런 무아지경을 한번 경험하고 싶었어요. 그게 대단히 큰 희열이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는 다시 작업을 대충하거나 덜 하면서 그것 이상의 대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도 알잖아요. 나이 한두 살 더 먹으면 그런 상황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 그게 과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 네. 그래서 그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겪고, 배우게 된 후에 음악을 해서 그런지 주변을 더 둘러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답이 좀 부족한 것 같기는 한데….


: 스튜디오LOG에서의 작업은 어떠셨어요? 녹음과 믹싱을 꾸준히 그곳에서 해오고 계신데. 이번 앨범에서 의도하신 사운드를 구현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셨을까요?


: 아시다시피 「무명(無名)」 녹음부터 계속 그곳에서만 작업을 했거든요. 그래서 전작들과 비교하면서 작업하기에 용이할 거라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제 목소리의 장단점, 기타나 다른 악기 사운드의 판단 역시 가장 잘해주실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실제로 3집 들어갈 때 2집 『은하수』(2017) 사운드랑 비교하면서 보컬 중심으로 사운드 밸런스를 잡았으면 했는데, 그 얘기 드렸을 때 굉장히 빨리 이해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 사운드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저는 사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어떻게 보면 이런 음악을 들을 때 전반적으로 신경을 가장 못 쓴 부분이 사운드거든요.


: 제 노래가 비교적 가사가 긴 곡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 가사들을 어떻게든 불편하지 않게, 잘 전달되게끔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어떤 마이크를 쓴다든지, 보컬의 매력을 최대한 어떻게 살린다든지 이런 게 중요했어요.


: 말씀하신 것처럼 그 많은 문장이 정말 버려지지 않았어요. 가사에 힘을 준 다른 비슷한 음악의 경우 사운드가 방해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청파소나타』는 그런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 고맙습니다.


: 좋은 세션이 많이 참여를 해주시는데, 보컬과 가사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세션이 자제를 해주셔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워낙 오래 함께하고 있다 보니까 커뮤니케이션이나 호흡의 어려움은 없으시죠?


: 네. 저희 연주자 네 분(김수유, 김재우(기타), 구교진(베이스), 신동진(드럼))이 이제 서로 잘 알기도 하고요. 스튜디오LOG PD님도 그런 부분 인지하고 계시고요. 이번에 이원술 선생님, 오정수 선생님 과도 함께 작업했는데 늘 하는 이야기가 그거였어요. 뭔가 잘 모르겠으면 안 하시는 게 다 맞다고 하하. 항상 기본 골조가 그거거든요. 녹음할 때 미리 얘기해요, “여기서 절반은 내가 덜어낼 거야.” (웃음) 일단 되는 대로 쳐놓기는 해요. 이원술 선생님께도 처음에 “선생님, 많이 비게 연주해주세요,”했는데 첫 작업이고, 워낙 세션 경험도 많으셔서 일단 이런저런 연주 많이 해서 주셨어요. “여기서 고르세요.” 이렇게. 주신 것의 절반 혹은 3분의1 정도 쓴 것 같아요.


: 피드백이 많이 오갔나요?


: 아니오. 워낙 잘하시는 분이라서. 몇 번 정도 오갔지? 여섯 번 정도? 왔다갔다 했는데, 한 번 보내실 때 두 가지 버전씩 보내시더라고요. 거기서 줄이고, 줄여서 현재 버전이 됐어요.


: 어떻게 보면 밀아씨가 원하는 그림이나 구상이 뚜렷하게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의 경우 그런 그림에 부합하게 나온 것 같으세요?


: 네. 100%는 아닌데 생각한 대로 거의 나온 것 같아요. 작업할 당시 상황을 예로 들면 제가 어떤 이미지부터 설명하기도 했어요. “밤에 서울역 앞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거기서 빛이 번쩍이는 소리를 만들어주세요.” 이런 식으로 추상적으로 마구 설명하고, 이후에 만들어진 사운드에서 다시 조율을 반복하면서 작업을 했거든요. 다행히 다들 너무 프로페셔널 하셔서 말도 안 되는 제 설명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덕분에 구현이 잘 된 것 같습니다.


이정희(이하 '희') : 앨범 전반에 관한 질문을 하나 더 드리자면, 『청파소나타』는 특정한 장소(‘청파동’)를 배경에 두고 있잖아요. 「서울역에서 출발」, 「언니」처럼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수록곡도 있고요. 그러면 반대로 이 앨범이나 수록된 노래를 반드시 들었으면 하는 특정 대상도 있었을까요? 특정한 인물은 아니더라도,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나요. 저는 청취자로서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제 주변의 친구들이 이 앨범을 꼭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 음, 콕 집어서 특정 대상을 지창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제가 작업하면서 서울역에 되게 자주 나가 있었거든요?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 이 사람들이 내 노래 들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바로 들었어요. ‘저기 저 사람’, ‘저어기 저 사람’, ‘이어폰 꽂고 가는 저 사람.’ 이렇게요. (웃음) 물론 「언니」는 여성들이, 「서울역에서 출발」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나중에 듣기는 했어요. 하지만 곡을 쓸 당시에는 딱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막연히 내 앞을 지나는 저 보통 사람. 그런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 바꿔 말해 거의 모든 사람들인 거네요. 서울역을 지나는 사람이면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하잖아요. (웃음)


: 네, 그렇죠. (웃음) 그랬어요.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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