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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지 #2. 디지털 EP 발매와 앞으로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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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1집과 EP 모두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 그럼 자연스럽게 『몸』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지난 앨범 이후에 1년도 채 안되어서 디지털 EP를 발표했어요. 오리지널 두 곡의 경우 원래 있던 곡이겠죠?

: 네.

: 지난 앨범에서 빠졌지만, 묶어서 낼 생각을 하셨던 거죠?

: 네, 맞아요. (웃음)

: 그러면 디지털 EP로 내야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하신 것은 언제인가요?

: 작년 11~12월 즈음 싱글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넷갈라님이 「I Want To Be You Mother」를 혼자서 좀 만져봤는데 괜찮은 것 같다고 말씀을 주셨어요.

: 아, 특별히 부탁드리거나 하지 않았는데요?

: 네. 먼저 연락이 왔어요. 소스를 줄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작업하신 걸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바로 드렸죠. (웃음) 당시에 넷갈라님과 키라라님 두 분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저희가 항상 가는 카페가 있거든요. 거기서.) 키라라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곤 자기도 리믹스를 하겠다고. 자기랑 피아노 슈게이저님이랑 넷갈라님이 『Mother And Lover』 리믹스를 하고, 그 다음에 미지님이 곡을 얹혀서 EP 하나 내면 되겠다고 이런 식으로 말이 됐어요.

: 키라라씨가 제안을 하신 건가요?

: 저는 그 자리에 없었고, 이후에 들었어요. (웃음) 아마도 두 분이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정리를 했나 봐요.

: 리믹스 곡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있었지만, 사실 『몸』의 경우 동명의 타이틀 「몸」이 있잖아요. 이 곡은 『Mother And Lover』의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한 번 설명해주시겠어요?

: 이 노래는 주체적인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예요. 세상에서 주체적인 욕망을 가지고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욕망이 객체가 되고, 대상화가 되고, 그래서 수동적이 되는 성 역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 그래서인지 저는 작품 표지 속 미지님의 표정이 굉장히 아리송하고 특이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 네, 맞아요. 작품 표지의 배경이 된 장소는 놀이공원인데, 놀이공원이라고 하면 저는 삐에로라든지 그곳에 있는 회전목마의 말이라던지 하는 것들이 대표적으로 떠오르거든요. 과장된 화려함이 있고, 고정된 채 반복된 움직임을 보이고. 한편으로 조금은 위선적이 될 수 있는 곳이잖아요.

: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 네, 현실과는 떨어져 있고요. 그런 이미지들이 제가 느끼는 몸에 대한 이미지와 잘 맞아서 놀이공원에서 촬영을 했어요. 그 놀이공원 속에 있는 제 모습은 그곳에 갇혀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동시에 따분하기도 한 그런 감정들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 말씀하신 놀이공원의 맥락이 음악에도 잘 녹아있다고 생각해요. 무엇이 먼저일지 생각이 들게끔 할 정도로요. 노래를 보면 실제로 다양한 이펙트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놀이공원처럼 재밌고 화려하면서도 작위적이에요.

: 네, 작위적이죠.

: 그런 콘셉트가 언제 떠올랐나요?

: 「몸」을 편곡할 때 '놀이공원'을 떠올렸어요. 특히 놀이공원에 나올 법한 음악들요. 오르골이라든지 마칭 밴드의 사운드라든지. 약간 섬뜩하기도 하고. 당시 유튜브에 ‘creepy amusement park sound’라고 치면 딱 제가 생각한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왠지 소름끼치고, 음습하고, 어두운 놀이공원에 삐에로가 무섭게 등장하고. (웃음) 이런 것들을 많이 찾아들으면서 편곡했어요.

: 기존 데모는 어떤 상태였나요?

: 기존 곡은 그냥 피아노로 연주했어요. 이후에 가사를 생각하면서 편곡 방향을 놀이공원으로 잡았죠.

: 그 이후에 EP 아트워크 촬영을 하면서, 의도한 놀이공원 콘셉트를 사진에 녹여내셨고요.

: 네, 맞아요.

: 『Mother And Lover』를 봐도 비주얼 콘셉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 네.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웃음) 아무래도 그런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 예를 들면요?

: Courtney Love나 Sheena Ringo처럼 앨범 자켓, 무대 의상 등 비주얼 요소를 통해 자아를 잘 표현해내는 아티스트들을 좋아하고, 실제로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Mother And Lover』 자켓 촬영
 

: 그밖에 말씀하신 ‘creepy amusement park sound’처럼 오리지널 두 곡의 다른 레퍼런스가 또 있을까요?

: 「Everyone So Loves Me!」는 미국의 Sleigh Bells라는 2인조 밴드를 참조했어요. 원래 메탈 밴드에 있던 기타리스트와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에서 활동한 보컬이 결성한 밴드인데요. 여성 보컬이 매우 얇은 목소리로 조금은 귀엽게 노래를 해요. 그런데 사운드는 엄청 강하거든요. 기타나 드럼 사운드를 무척 강조하고요. 이 조합이 주는 독특한 느낌이 있어요.

: 아까 전 말씀하신 '의도한 양가적 표현' 말씀이군요.

: 네, 맞아요. 2번 트랙 「몸」은 ‘creepy amusement park sound’에 제가 기존에 좋아하던 밴드 사운드를 조합해보고자 했어요.

: 「Everyone So Loves Me!」의 경우 제목에 느낌표가 들어갔어요. 그게 노래의 느낌과 잘 맞아떨어지고, 재미있다고 느꼈는데요.

: 그 곡 데모가 거의 7년 전에 나온 거예요. (웃음)

: 7년 전이면 공연 활동 시작도 전에 썼던 거의 초창기 노래네요.

: 네, 맞아요. 진짜 초창기 곡이에요. 그때 느낌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웃음) 그냥 언젠가부터 그 노래 제목을 쓸 때 느낌표를 붙이고 싶더라고요. (웃음)

: 「Everyone So Loves Me!」 가사의 “Sudden rain”은 아무래도 불가항력에 대한 표현이겠죠?

: 네, 맞아요. 원래 소나기를 표현하려고 한건데, 'shower'라고 안 하고 제가 그냥 직역해서 'sudden rain'이라고 썼거든요? “우리는 갑자기 내리는 비에 젖을 운명”이라고 표현한 거고, 모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얘기하지만, 그 사랑이 사실 전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화자가 알고 있다는 의미죠. 'everyone'은 의미상 정말 모든 사람이 아닌 사회의 불특정 다수를 지칭해요. 이때 실제로 제가 얄팍하게 여러 사람을 만났었는데. (웃음) 그 사람들이 다짜고짜 전화하고, “뭐해? 술 마시자.” 이렇게 부르는 게 다 너무 지긋지긋한 거예요. 그들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너무 뻔하게 알기 때문에. 그런데 내가 여기서 벗어나려고 해도 그게 나의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갑자기 비가 내리면 그냥 비를 맞고 젖을 수밖에 없잖아요? 마치 그런 것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그럴 운명에 처한 것처럼요. ‘we’는 저를 포함한 ‘여성’이 되겠고요. 그 당시는 여성이 성에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수동적인 역할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가사를 썼어요.

: 1집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여성성에 관해 고민했고, 이번 작품은 여성의 몸과 욕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어요. 1집과 EP 세션에 참여한 분들이 다 여성이잖아요. 아무래도 그런 고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하신거죠?

: 네, 그 이유가 좀 크죠. 메시지를 함께 더 많이 나눌 수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 반대로 가사 같은 경우 영어를 많이 사용하시잖아요. 1집의 「도피」나 이번 「몸」은 우리말 가사지만, 심지어 우리말 가사를 쓸 때도 중의적 표현이나 은유를 잘 활용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영어 가사를 쓰는 것이나 우리말 가사에서 비유를 많이 쓰는 것 모두 직설적인 표현을 피해가기 위한 것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 네, 맞아요. 영어 가사는 거의 필터링 없이 직설적으로 쓸 수 있어서 사용하는 것 같아요.

: 개인 성향 때문인가요? 아니면 작품이 담은 메시지 탓에 괜히 움츠러든 것도 있을까요?

: 네, 아마도 성향 탓이 큰 것 같아요. 제가 음악적으로 영미권 노래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단순하게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등 제게 영향을 준 작품들의 언어가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물론 말씀하신 두 번째 이유도 있어요. 주변 사람들과 얘기해도,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좀 부끄러웠던 것 같다”고 말해요. 제 의견을 자신있게 전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codify'라는 말을 정말 좋아해요. 저로서는 제 메시지를 'codify'하는 게 결국 다른 모국어를 사용해서 의미를 살짝 숨겨놓는 거죠. (웃음) 그러면서 아시기를 바라기도 하고요ㅎㅎ

: “부끄러웠던 것 같다.”고 과거형으로 말씀하셨는데, 지금이나 앞으로는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네 맞아요. 이제는 표현하는 게 더 수월해졌어요. 왜냐하면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되었기도 하고, 1집을 통해 제 감정을 스스로 많이 알아차릴 수 있게 되어 그게 노래에 반영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 제일 처음 말씀하신 표현 측면에서의 음악 작업의 순기능이네요. (웃음) 「몸」은 언제 썼나요? 「Everyone So Loves Me!」처럼 일찍?

: 아니오. 「몸」은 2019년 8월이에요.

: 시기가 많이 다르군요.

: 네. 작년에 「몸」을 만든 후 싱글로 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것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가 「Everyone So Loves Me!」라서 두 곡을 같이 내게 되었어요.

: 이번 작업이 특별히 힘들거나 하지 않았나요?

: 오히려 편곡할 때 무척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오롯이 혼자 프로듀싱을 했거든요. 제가 그리는 이미지에 맞게끔 레퍼런스 찾는 것도 재밌었고요.

: 두 오리지널 곡 외에 3곡의 리믹스곡이 포함되어 있어요. 넷갈라씨가 「I Want To Be You Mother」 작업을 미리 해봤다고 말씀 주셨는데, 나머지 두 분 역시 직접 곡을 고르셨나요?

: 네.

: 혹시 각기 두 곡을 고른 이유를 특별히 말씀해주셨다면요?

: 키라라님은 원래 「도피」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주셨어요. 아마도 그 분이 워낙 우리말 가사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피아노 슈게이저님 같은 경우에는 「Girl」의 정서를 좀더 발라드에 가깝게 표현하고 싶어서 그 노래를 선택하신 것 같아요.

: 세 분의 작업 방향에 관해서도 미지님께서 아무 말씀 안 하셨고요?

: 네, 전혀요. 그들이 모든 것을 다 했죠. (웃음)

: 그래서인지 리믹스 방식이 다 제각각이었고, 그러다 보니 세 곡이 정확히 세 가지 색으로 나온 게 흥미로웠어요. 「I Want To Be You Mother (NET GALA Remix)」가 변형이 잘된 케이스, 「도피 (KIRARA Remix)」가 완전히 해체 후 재결합한 버전이라면, 「Girl (Piano Shoegazer Remix)」는 말씀하신 것처럼 장르적인 재해석으로 느껴졌어요.

: 저는 내심 그러길 바랐던 것 같아요.

: 그런 와중에도 결과물을 들었을 때 가장 뜻밖이었다거나 인상깊었던 작품이 있을까요?

: 정말 다 너무 좋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는 건 피아노 슈게이저님의 리믹스인데요. 기존에 영어 가사였던 「Girl」을 이번에는 우리말로 부르면서 제게는 일종의 새로운 시도가 됐거든요. 세 분 모두 각각의 노래에 과분한 공감과 애정을 주신 게 느껴졌는데, 「Girl」은 특히 제 어린 시절 이야기고, 피아노 슈게이저님이 그런 것에 공감해주시고 느낌을 잘 살려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 현재 디지털 EP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 그냥 공연 열심히 하는 거예요. (웃음)

: 혼자 하시게 될까요?

: 최대한 밴드 활동을 하려고 해요. 1집 앨범 발매 이후 함께 했던 세션 분들과 최대한 함께 하려고 했어요. 올해의 목표가 밴드 사운드, 무대를 더욱 잘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고요.



2020년 3월 어느 공연에서
 

: 실제 공연 콘셉트나 셋 리스트도 밴드에 맞춰서 준비 중이신가요?

: 네. 어떻게 보면 제 노래가 밴드 셋일 때 공연을 더욱더 잘 전달하고, 소리도 잘 잡아요. 듣는 재미가 있도록, 밴드 셋에 맞는 편곡을 계속 해가는 게 올해의 목표예요.

: 같이 해오신 분들 쭉 가는 거죠?

: 네, 맞아요.

: 베이스의 서현씨나, 드럼의 무이씨 같은 경우에 기존에 잘 알던 분들인가요? 아니면 1집 작업 통해서 알게 되셨나요?

: 1집 작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무이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그래서 무이님 통해 서현님도 알게 되었고요. 작년 2~3월부터 1집 작업을 같이 했어요. 그래서 거의 1년 동안 함께 한 소중한 분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잘 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새해 인사할 때 두 분 다 '올해도 같이 잘 해보자!'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기뻤어요. (웃음)

: (웃음) 이게 나만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었구나.

: 네. (웃음) 두 분도 굉장히 즐거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앨범 발매하고, 쇼케이스하고, 온스테이지도 찍고. 그런 과정들을 함께 하면서 재밌어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더욱더 열심히 하고 싶고, 이분들이 더 재밌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들어요.

: 아예 밴드를 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 네, 있어요. 사실 어차피 세션이 항상 필요한데, 밴드가 되는 것과 어떻게 다른 건지 최근에 그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앨범을 낸 후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고 있죠.

: 이렇게 계속 같이 할 거면 기왕에. (웃음)

: (웃음) 그렇죠. 그리고 밴드 무대를 더욱더 잘 꾸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 밴드로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 아직은 혼자만의 생각이신 거죠?

: 네, 아직 저만의 생각인데 슬슬.

: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그분들이 알수도 있고요? (웃음)

: (웃음) 네, 그렇죠.

: 앞으로 천미지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가요?

: 저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누구나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저는 정말 경험으로밖에 곡을 못 쓰거든요. 최근에 제 자기 표현과 창작이 왜 노래라는 방식으로 발현되는지 생각해본 적 있거든요?

: 저희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네요. (웃음)

: 네. (웃음) 저는 절대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분이 말씀하신 적 있는 비유인데, 예를 들어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하잖아요. 증오, 사랑, 슬픔 등 감정의 종류마다 이름이 붙은통들이 마음 속에 있다고 하면, 하루가 지났을 때 어떤 통에는 적은 양의 감정이 차고, 어떤 통에는 많이 차고. 이렇게 쌓여가는데요. 어떤 날 한 통이 다 차서 넘쳐흐르면 그걸 가지고 노래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노래를 만들 때, 저는 특히 직관적으로 말을 뱉고, 굉장히 짧은 집중력을 발휘해 거의 하루만에 곡을 다 쓰거든요. 그 감정을 흘러넘친 날에 그에 대한 작업을 다 끝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교적 짧은 직관적이고 호흡을 지닌 음악이라는 형태로 표현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쌓은 데모가 굉장히 많아요. 그걸 다듬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 내가 해오던 방식으로 계속 잘 해내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말씀이신 거죠?

: 그냥 계속해서 노래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통들을 마음에 많이 지니고요.

: 반대로 생각하면 통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게 굉장히 힘들고, 피곤한 삶이지 않을까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무뎌진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런 술통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전히 같은 분량의 감정과 경험들을 겪어야 하고요.

: 초반에 말한 것처럼 저는 그런 것들을 직접 부딪쳐야 뭔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통을 채운다는 건 꾸준히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힘든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잘 갈고 닦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성장하는 사람이요.

: 어떻게 보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계속해서 바라는 까닭은 술통이 차올라 이를 노래로 완성했을 때, 지나온 경험 못지않게 보람이나 즐거움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할 수 있는 거겠죠?

: 네, 물론이죠. 감정이 다 차고 넘친 것을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 놓으면, 걔는 영원히 그곳에 있게 되잖아요? 그러면 이후에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과거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고요. 그런 게 재밌는 것 같아요.

: 모든 아티스트가 저마다 작업의 이유가 있고, 그것을 음악을 통해 해소하는 방식이 다른데요. 자기 표현의 욕구라든지,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것을 음악으로 쏟아냈을 때, 작업 자체는 만족하지만 그것이 결과물로 세상에 나왔을 때 허무하거나 슬프다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은 것을 세상에 내놓는 느낌이 든다고요. 미지님은 어떠신가요?

: 저도 너무 공감해요.

: 워낙 개인적이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루시니까.

: 1집도 그렇고, 이번 EP도 그렇고요. 발매 후 무척 허무하고 부끄러웠어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1집 당시에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드러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아요. 그래서 당시에는, 엄마가 이걸 듣거나 접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이런 메시지를 내가 전달해도 괜찮을까?' 고민이 많았죠.

: 작품이 내 손을 떠나는 순간, 그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들은 청자의 몫인데요. 그런 것에 대한 혐오나 두려움은 없으세요?

: 오히려 궁금한 쪽인 것 같아요.

: 혹시라도 그에 대해 오독이 있을지라도요?

: 네. 오독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 오독이 없다는 말씀은 누구나 저마다의 독해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 네. 맞아요. 다만 어쩌다 보니 제 1집과 EP 모두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이번 EP를 낼 때에도 저는 두 곡의 가사 모두 굉장히 노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저는 이 얘기를 할 수밖에 없고요.

: 계속 용기가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갈수록 좀더 익숙해지고 전보다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으신 거네요.

: 네, 맞아요.

: 앞으로도 계속 그 용기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잘 되실 거예요.

: 감사합니다.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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