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웨이브 오브 브리티시 헤비메탈(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을 이야기 할 때 대중은 Iron Maiden과 Def Leppard, Saxon과 Venom 정도를 퍼뜩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밀어닥친 실체 없는 ‘경향(new wave)’이 아닌, 그 경향의 전제인 ‘헤비메탈(heavy metal)’이라는 장르 이름이다. 그랬을 때 우린 저들만큼 중요한 밴드 하나를 더 언급해야 하는데 바로 영국 런던 출신 밴드 Motörhead이다. 좀 더 차별화를 주기 위해 나는 이 글의 주인공인 Motörhead(또는 Ian “Lemmy” Kilmister, 이하 ‘Lemmy’))를 ‘스래쉬메탈과 하드코어펑크, 그리고 스피드메탈의 선구자’라 부르며 시작할 것이다. 적어도 이것은 평단과 팬들이 함께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fact)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명, Motörhead의 리더인 Lemmy만은 이 사실을 일관되게 부정해왔다. 즉, 그는 “Motörhead는 펑크(punk) 밴드가 아닌, 스피드메탈과 스래쉬메탈의 선구격 밴드”라고 말한 올뮤직의 스타 필자 Stephen Thomas Erlewine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Motörhead는 헤비메탈 밴드가 아닌, 그저 로큰롤 밴드였을 뿐이라는 얘기다.

롸큰롤!!!

약물 문제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Hawkwind에서 나온(정확히는 ‘잘린’) Lemmy는 그렇게 ‘로큰롤 밴드’를 결성하고 싶어 했다. 물론 그 의지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일단 그 로큰롤은 MC5처럼 사악하고 빨라야 했고 사운드는 130데시벨을 넘나들어야 했으며, 보컬은 거만하되 거칠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은 다시 편집증과 스피드광이라는 기형의 정서에 녹아든다. 이것이 Lemmy의 음악(또는 밴드)철학이요 청사진이었고, Motörhead는 그런 Lemmy의 바람이 현실로 나타난 팀이었다.

저 조건들을 다시 보라. 소리(크고)와 속도(빠르게!)에서 Lemmy는 자신도 모르게 80년대에 유행할 하드코어펑크와 헤비메탈(스래쉬/스피드메탈)의 가장 큰 특징을 자신의 음악 목표로 삼고 있다. Motörhead를 세상에 알린 『Overkill』과 『Bomber』가 나온 것이 1979년. 1979년이면 Donna Summer가 「Bad Girls」를, Billy Joel이 「My life」를 부르고 있을 때다. Kiss와 Van Halen이 있었지만 「I was made for lovin' you」와 「Dance The Night Away」가 「Overkill」 만큼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부흥에 영향을 줄 순 없었다. 그들은 나중에 조금씩 해당 장르에 발을 담근 뮤지션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아 나갔으며, 이는 「How you gonna see me now」(1978)를 부른 Alice Cooper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순수 열혈’ 헤비메탈의 무게감과 질주감을 전수해준 밴드는 당시 Motörhead가 거의 유일했다. Motörhead의 음악이 하드코어펑크와 스피드메탈, 그리고 스래쉬메탈에 강한 영감을 주었다는 세간의 평가는 때문에 옳다. 그리고 선과 악, 전쟁, 힘의 남용, 난잡한 성관계, 도박을 다룬 그 음악은 다시 펑크(물론 펑크도 로큰롤에서 파생된 장르다. Lemmy는 어쨌거나 Motörhead를 로큰롤의 틀 안에 (가)두고 싶어 했다)라는 70년대 대표 장르를 통해 정리, 전수되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The Begin of Hard & Heavy

데뷔 당시 NME으로부터 “세상 최악의 밴드(the best worst band in the world)”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한 Motörhead의 주인 Lemmy는 The Damned와 ‘펑크 미학’은 공유하고 있지만 Black Sabbath나 Judas Priest와 ‘헤비메탈 미학’을 공유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비록 Ozzy Osbourne의 『No More Tears』(1991)에서 「Don't Want to Change the World」와 「Hellraiser」를 비롯 총 4곡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Lemmy는 1992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메탈 퍼포먼스’ 상을 Metallica의 『Metallica』에 빼앗긴 『1916』(1991) 수록곡 「R.A.M.O.N.E.S.」로 미국 펑크의 전설 The Ramones를 기렸고, 『We Are Motörhead』(2000)에선 Sex Pistols의 고전 「God save the queen」(“진정한 펑크 밴드는 섹스 피스톨즈가 아닌 댐드다”라고 말했던 Lemmy는 한때 Sid Vicious에게 베이스를 가르쳐주기도 했다)을 뮤직비디오까지 따로 만들어가며 커버했다. 또 Lemmy는 한때 The Damned의 베이시스트(1978년)로 활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