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체리필터가 「안드로메다」(2014)이후 9년만에 새롭게 공개하는 신곡. 지난 연말 발표한 그들의 정규 5집의 확장판 성격의 앨범 『Rocksteric : Remixed Remastered』에 새롭게 담은 트랙이다. 사실 체리필터라는 밴드가 2010년대를 너무 허송세월 한 것 같다는 아쉬움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2022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무대를 기점으로 긴 잠에서 깨어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오리날다」(2003)를 등장곡으로 사용했던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 퍼포먼스, 알엠(BTS)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들꽃놀이」(2022)에 보컬 조유진의 참여 등 공개적인 활동이 확실히 늘어났다. 「MIA」에서도 조유진과 기타리스트 ZIN(정우진)이 협업하는 구조는 그대로이며, 사운드 면에서도 기존에 밴드가 보여줬던 범위에서 특별하게 변화를 시도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과거 대중적으로 히트시켰던 곡들에 비한다면 확실히 밴드 초창기의 거친 에너지를 제대로 살려냈다는 느낌을 준다. 조유진의 보컬도 특유의 까랑까랑한 날카로움을 다시금 제대로 펼쳐내고 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선이 굵은 멜로디라인과 보다 메탈릭한 기타 솔로까지 만날 수 있다. 분명 체리필터라는 밴드는 좋은 곡을 쓸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기에 다음 신보를 통해서 그간의 활동의 ‘게으름(?)’에서 탈피해 확실한 밴드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하게 하는 곡이다. ★★★☆

[박병운] 알엠의 싱글 「들꽃놀이」(2022)의 경우가 그렇듯 월드와이드 스타의 행보는 자연스레 반향을 만들거니와, 이이언의 「그러지 마」(2021) 에서도 유사한 상황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월드스타의 영향력이 갖는) 이런저런 파생을 염두해 보더라도 새삼 체리필터 명의로 발표한 신작을 듣는 감상은, '여러 요인으로 이 괜찮은 혼성 록밴드를 홀대했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프로레슬러' 드러머 손스타, 프론트맨 정우진의 기타는 말할 나위 없고, 앙칼지고 드세다는 관성적인 고정관념을 넘는 조유진의 보컬과 같은 다방면의 기량은 반갑다. 각자 표현하고 싶은 영역과 확장 욕구를 애써 무시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에 따라 "너와 함께 나 노래해"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선 유독 어떤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유성은] 2022년 가을, 롯데 이대호의 은퇴식에는 체리필터가 깜짝 등장했다. 그 강렬한 등장씬이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기 전, 조유진이 알엠의 솔로앨범 『Indigo』(2022)의 타이틀곡에 참여했고, 이러한 화제성을 이어가며 정규 5집 『Rocksteric』(2009)을 리믹스와 리마스터링 후 재발매했다. 이 앨범에서 사운드를 바로잡는 작업에 더해, 메이저 시장을 넘어온 밴드의 개성을 되살린 신곡 「MIA」를 함께 발표했다. 긴 공백의 기간이 무색하게 오프닝부터 으르렁거리는 조유진의 거친 목소리가 귀를 할퀴듯 강렬한 인상을 준다. 거칠지만 멜로딕한 밴드 사운드의 전개 속에 응축된 분노를 녹여내어 포스트그런지의 패배주의적 분위기를 풍긴다. 거대자본의 흐름에 따라 음원시장이 변화하고 유행하는 음악의 패턴도 디테일하게 다양해졌지만, 기본적으로 밴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역과 속도로 자질구레하게 신경쓰지 않고 질주한다. 20여년 전의 「낭만고양이」(2002) 처럼 떼창을 유발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세월을 거치며 확립해온 밴드의 개성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앞으로의 체리필터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 곡이다. ★★★☆

[이아림] 신곡은 단 하나뿐인 것이 아쉽지만 『Rocksteric』 이후 무려 13년 만의 반가운 음반이며, 음향의 퀄리티를 높이고자 공들인 흔적이 엿보이는 음반이기도 하다. 2009년의 소리는 부드러우나 다소 둔탁했다면, 이번 음반은 전반적으로 선명하고 날카로운 음향을 구현한다. 재녹음이 아님에도 잘 벼려진 칼날 같은 보컬과 존재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연주는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신곡 「MIA」 역시 같은 기조로 통상적인 이미지의 록 장르에 기반하여 체리필터 고유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기존에 발표했던 삶의 무게와 버거운 감정을 이겨내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들처럼, 고립과 외로움을 담은 신곡 또한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다. 낙관적인 태도 대신 "너와 함께 노래해"라는 담담함으로 위로를 준다는 것은 유사하나, 하이노트에도 거칠게 긁어내는 조유진의 보컬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모습과 나아가 원망과 분노를 닮은 에너지의 분출은 전에 없던 흥미로운 요소이다. 곡의 전개에 맞춰 변주하는 드럼과 기타는 억눌린 감정이 폭렬하기까지의 긴장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틈새를 메우는 베이스와 프로그래밍은 첨예하다. 체리필터가 앞으로 전개할 방향성을 밝히는 듯한 이번 곡을 통해 이들이 앞으로 선보일 음악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