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오마이걸의 대중적 인기와 음악적 호평의 근간에는 K-POP 주류 씬의 유행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그룹의 고유한 밝고 명쾌한 음악적 분위기를 지켜가는 ‘뚝심’이 있다. 요즘 새로 등장하는 후배 그룹들은 해외에서의 인기를 의식하다 보니 ‘걸크러시’에 기반한 활동이 추세인건 사실이지 않나. 그러나 오마이걸은 「Dun Dun Dance」(2021)까지 부드럽고 밝은 보컬 하모니의 장점을 살리고, 사운드 역시 가벼운 훵키함을 리듬 속에 심어 듣는 이가 쉽게 다가가는 전략을 취해왔다. 정규 2집인 『Real Love』의 수록곡들에서는 주류의 새로운 트렌드를 그들에 맞게 시도해보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쨌든 「Real Love」에서는 기존의 기조를 완전히 벗어나진 않는 편이다. 밝고 상큼한 인상을 주려는 신시사이저의 활용과 강하진 않지만 계속 훵키함을 유지하면서 곡의 텐션을 지탱하는 베이스 라인, 화려한 고음보다 보컬의 조화를 강조하는 진행이 두드러진다. 조바꿈을 통해 클라이맥스를 향해가지만 특별히 그것이 듣는 이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요구하진 않는다. 조금은 안전한 선택인 것 같기도 하지만, 점진적으로 안정적인 그룹의 현재를 전하고 대중과의 친밀감도 유지하려는 의도를 잘 구현한 트랙이다. ★★★☆

[박병운] 「살짝 설렜어 : Nonstop」(2020), 「Dolphin」(2020) 등으로 기세를 굳혔던 오마이걸이 당시를 함께 만들었던 라이언전의 곡으로 돌아왔다. 두툼한 터치를 만드는 반복되는 브라스와 트로피컬한 색채의 진행도 익숙하거니와 너무 처지지 않을 정도의 로맨틱한 분위기도 어쨌거나 익숙하다. 그러나 길지 않은 곡 사이의 변화무쌍한 여러 포인트는 짙은 인상을 남기는 쪽보단 때론 부산스럽다는 인상을 줬다. 에너지와 활력을 재산으로 하거니와 물론 여러 구성원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이 장르 종사자들의 오래된 고충이야 짐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

[열심히] 키치한 컨셉을 빡세게 잡고, 후크송의 본질에 극단적으로 충실하며 전성기를 맞았던 팀의 음악을 조금 더 정돈된 팝으로 다시 전환한 곡입니다. 브라스 사운드 정도가 나름의 개성을 담당하지만, 그 또한 요새 기준으로 신박하다고 할 만한 건 아니고요. 라이언전과 그 팀이 만든 곡이 담은 사운드의 배치나, 밸런스는 모두 오히려 SM식 프로듀싱에 가깝습니다. 다만 팀 자체가 멤버별 역할이나 파트, 캐릭터 구분이 SM스럽지는 않았던지라 팀이 그간 보여줬던 개성을 잘 살린다는 인상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웰메이드이지만 팀이 가지고 있던 튀던 개성은 약해진, 더하고 덜어서 비슷비슷하게 무난해진 곡입니다. ★★★

[유성은] 전작인 「Dun Dun Dance」는 곡의 속도를 늦추고 전자음의 비중을 줄인 후 아날로그적인 분위기와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기대어 대중성에 집중했다. 반면, 「Real Love」는 이펙트와 전자음의 사용빈도가 높고 곡의 전개에 다양성과 변화가 많기 때문에 세련되고 감각적인 느낌을 주려는 시도가 많이 읽힌다. 그러다보니 블랙아이드필승이 트와이스나 에이핑크에 주던 전자음 가득한 곡들의 분위기가 우선 떠오른다. 가창력 있는 메인 보컬들의 애드립으로 임팩트를 주기 보단 시원한 바람에 실려 날아갈 듯한 봄내를 닮은 가벼움이 최대의 매력으로, 봄 하면 떠오르는 곡들을 많이 발표한 오마이걸의 또 다른 매력을 잘 담아냈다. 봄의 한 순간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동치시켜 마치 라임을 짠듯한 가사가 달콤하고 팬시하다. 차가운 물을 한번에 뒤집어 쓴 듯한 여태까지의 히트곡들과 다르게, 천천히 발부터 바다에 몸을 담그는듯한 인상이라 오랜 기간 들어도 좋을 친숙함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