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비교적 담백하고 차분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역량이 도리어 대담한 접근을 형성한다. 차분하게 대상에 대한 감정이나 추억을 드러내는데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곡 전체의 감정을 위해 먹먹하게 다가오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나, 후반부에 사라지는 기타 솔로 같은 것들도 차분하게 더듬을 수 있다. 랩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이런 접근법이 드러나기에 전반부의 갑작스러운 전환 또한 잘 추스리면서 나아간다.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선점하는 곡들도 있지만, 때로는 차분하게 감정을 전달할 구석이 있어야한다는 사실을 이 곡만큼 잘 드러내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

[정병욱] 그간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약하며 싱글 단위로 음원을 발표해오던 공공구가 마침내 내놓은 첫 EP 『ㅠㅠ』는 웬만한 정규앨범을 방불케 한다. 15곡이나 수록한 트랙 수가 그렇고, 각각의 트랙으로부터 앞선 싱글로부터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던 그의 다재다능함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별히 이 곡이 무척 매력적이다. 극적인 변곡점을 초장부터 배치하고, 랩과 랩싱잉을 오가며 곡의 서사와 감상 모두를 입체적으로 구성한 방식, 이 같은 방법론에 설득력을 더하는 가사 속 대화의 일상적이고도 감각적인 아이디어와 내러티브가 그 반짝이는 기지를 자랑한다. 잠깐의 브레이크 뒤 기타 후주까지 지루함 없이 산책을 마무리할 수 있는 트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