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86-4] 스코치드어스 「Hiking」

스코치드어스 (Scorched Evrth) 『JA WA』
55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01
Volume 1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
유통사 사운드리퍼블리카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일렉트로닉 레이블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에 소속된 프로듀서 스코치드어스의 정식 데뷔작 『JA WA』의 타이틀곡. 레이블에서는 네 번째 발매작이 되는 이 앨범의 소개 글에는 이 음반의 음악을 ‘자신의 삶을 토대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빚어낸 사적인 생태계’라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서, 이 음반은 분명 인스트루멘탈 앨범에 가깝지만 (스코치드어스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사람의 목소리 역시 사운드 샘플의 하나로 기능한다. 그 외에 1980년대에만 생산했던 롤랜드의 구형 신시사이저 Juno-106에서 만들어낸 사운드는 거칠고 빈티지함이 가득함과 동시에 인공적이며 차가움의 정서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특히, 이 트랙 「Hiking」에서는 마치 베이스 기타 루프를 쓴 것 같은 규칙적 그루브를 신시사이저로 구현하여 확실한 리듬감을 유지하며 그 위에 다양한 사운드가 추가된다. 마치 목소리를 변주한 샘플이 페이드 인-아웃되듯 반복되는 효과들은 귀를 몽환적으로 자극하는데, 한편으로 어쿠스틱 감성의 기타 샘플의 구현도 매우 자연스럽다. 리듬을 중심에 둔 트랙이지만 그 위에 얹어진 다채로운 사운드 토핑의 재미로 끝까지 그 특색에 집중하면서 듣게 되는 흥미로운 곡이다. ★★★☆

 

[정병욱] 각종 소리의 왜곡, 결합을 통해 새로운 추상,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어디에나 있다. 핵심은 확고한 콘셉트, 그리고 음악으로서 납득 과정이다. 앞서 컴필레이션 『SCA 1 (Side B)』(2021)의 수록곡으로 공개한 「Shrimp」와 비교해 들려주는 사운드의 스펙트럼이나 서사의 다이내믹은 축소되었으나, 그 대신에 개인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보다 긴 호흡의 일부로서 콘셉트와 설득력이 더 돋보인다. 여러 소리가 뒤섞이며 월드비트와 앰비언트의 인상을 오묘하게 오가며 제목만으로 제공하는 ‘hiking’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반주의 발현악기와 같은 리듬감이 대지 위에 바짝 붙어 나아가는 전진성을, 왜곡 및 증폭된 보컬과 신스 사운드가 자연의 풍경과 보다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동시에 묘사한다. 소리의 각종 변용이 그저 자의적 풍경으로 그려지지 않는 것, 추상적 묘사로서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있는 서사의 미학을 갖추는 것, 자연주의가 곁든 사운드로 뻔하거나 단편적인 묘사를 답습하지 않는 것 모두 이 싱글의 장점이다. ★★★☆

 

[조일동] 샘플링이라는 개념을 소리 실험의 최전선으로 등장시켰던 Paul Lansky의 「Notjustmoreidlechatter」(1988) 이래, 목소리 샘플에 효과를 입혀 다른 소리의 세계를 그리는 방식은 이 장르의 한 전형처럼 자리 잡았다. 스코치드어스의 샘플 소스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꿸 순 없다. 하지만 누렇게 마른 지구라는 아티스트의 이름처럼, (목소리를 포함하여) 우리 삶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익숙한 소리들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타들어가는 지구의 그 익숙한 소리를 자르고, 변형하고, 콜라주하여 신선함으로 재구성해내는 능력. 말라붙은 소리가 생명력을 얻은 느낌이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당연한 일상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다른, 혹은 삐딱한 시선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라 믿는다. 예술가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따스하지만 짜릿한 트랙.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7
    Hiking
    -
    스코치드어스
    스코치드어스, 전광재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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