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전작 『종이비행기와 풍선으로 가득 찬 세상』(2021)의 아방함을 좀 더 단단하게 잡은 트랙이다. 충분히 직선적이면서도 훨씬 팝적인 면이 드러나는데, 전작의 장점이었던 ‘멜로디를 아껴 부르면서 미감을 살리는 방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제재를 다루는 솜씨나 밴드의 연주력에서 전작에서 이룬 성과에 못 미치는 것이 그리 많이 아쉽지는 않았고, 도리어 이런 방향이 훨씬 더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전작의 비대중적인 면이 애매함으로 그친 대목이 많았던 안타까운 결과물임을 상기하면 이런 방향 전환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다양성이란 모종의 타협에서 이뤄지는 어떤 뭉뚱그림이 아니라, 서로의 충돌을 알고 있음에도 마침내 뿜어져 나오는 불꽃놀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

[김성환] 곽승현(보컬/베이스), 주준규(기타), 이충희(드럼)으로 구성된 얼터너티브 팝·록 트리오 다양성의 새로운 디지털 싱글. 작년 가을 첫 EP 『종이비행기와 풍선으로 가득 찬 세상』을 통해 이들은 1990년대~2000년대 서구 팝 씬에서 활약했던 얼터너티브 록에 기반하면서도 선율을 강조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신시사이저의 적절한 활용이 준 매끈한 세련미가 밴드의 음악에 더 젊은 활기를 안겨준 부분도 컸을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음향예술인협회(KASA)가 기획한 《한국 음악산업 샘플러 프로젝트》(2021) 에 뽑혀서 제작한 이 싱글에서 이들은 데뷔작 「17」(2021) 이후 가장 록킹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200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팝펑크적 요소를 강화한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반부 연주 브릿지에서는 이모 성향까지 끌어내며 각 파트의 연주를 역동적으로 끌어낸 게 이 곡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동안 그들이 선보인 밝고 명랑한 멜로디에 기반한 팝적인 요소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광안대교’라는 다리의 이미지 자체를 음악적 형상화를 했다기 보다는 부산과 이 다리를 통해 그려내고 싶었던 청춘의 낭만적 현실 도피의 구현에 초점을 맞춘 곡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밴드가 추구한 지향이 보다 세련된 엔지니어링의 결과로 나타난 트랙이기에, 「광안대교」를 통해 배운 그들의 경험이 후속작들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곡이다. ★★★☆

[박병운] 탄산 가득한 음료의 청량감을 음악으로 재현한 씩씩한 전개, 다른 지역구 사람이라 ‘강알리 등킨도나쓰 무봒나?’의 우스개 정도만 듣다 보니 공감과 몰입감을 말하기엔 다소 무색한 게 사실이지만, 어느 한계와 장벽조차도 가볍게 돌진하려는 밴드의 태도와 소위 ‘청춘’의 가사엔 긍정을 느끼게 한다. ★★★

[조일동] 베이스, 키보드, 기타, 드럼의 소리가 들뜬 듯 떠다니는 것 같지만 소리의 합이 곳곳에서 정교하게 맞아들어간다. 그 위에 압도적이지 않기에 오히려 귀 기울이게 만드는 보컬까지 서로의 소리가 상당히 조화를 이룬 록이다. 다만 악기 모두가, 코러스 모두가 쏟아내는 이 빵빵한 소리가 노래에 담긴 메시지나 멜로디에 비해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악기 소리가 모두 선명하고 깨끗하면서도 힘 있게 뻗어 나오는 연출은 록음악 녹음의 기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음영을 부여하며 조금씩 소리를 죽이고 더 강조하는 작업이야말로 록의 더 큰 성취 아니었나 싶어진다. 기술적으로 2% 부족함을 의도하여 200% 음악 미학 완성도를 높이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차유정] 광안대교는 반짝거림과 밝음이 시종일관 유지되는 장소다. 원초적으로 화려한 느낌이 묻어나는 장소를 노래하는 곡이라 그런지, 청량한 기분과 느낌을 산뜻하게 유지하면서 달려간다. 청춘과 꿈을 이야기하게에는 푸석한 일상이지만, 광안리라는 장소가 주는 잠시나마 꿈꾸는 일탈과 잠깐 멈추기에 적당한 청량함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