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70-4] 에스파 「Savage」

에스파 (æspa) 『Savage』
72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1.10
Volume EP
장르
레이블 에스엠 Ent.
유통사 드림어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어찌 보면 괴리감이 들 수 있는 사운드임에도 딴 데로 새지 않는 집중력 덕분에 귀 기울여 듣게 만든다. 보컬 톤이 눌러야할 곳을 확실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느린 곡임에도 탄탄하다. 유영진이 다른 작곡가들과 더불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 몫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살짝 처질 수도 있었던 지점마저도 매끄럽게 넘어가는 멤버들의 역량도 결코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

 

[김성환] 소속 아이돌 그룹 음악에 담는 SM의 고유한 작법과 그 사운드를 정의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SMP’의 역사도 벌써 20여년이나 흘러왔다. 사실 초창기의 SMP는 기성 세대와 기존 장르 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 ‘대단한 짜집기’, 또는 ‘과장된 퍼포먼스용 음악’이라는 냉소적 시선을 받으며 출발했다. 하지만 SM의 아이돌 그룹들의 스타덤이 긴 시간 계속 이어지며 적어도 현 K-POP을 향유하는 계층에겐 그 고유한 특성이 케이팝이 가진 일종의 ‘전통의 작은 가지’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2013)라는 희대의 SMP트랙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보이밴드에게 좀 더 방점이 맞춰져 있었던 SMP는, 최근들어 신예 걸그룹 에스파의 음악과 컨셉트를 통해 더욱 강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현재까지 발표한 모든 싱글들의 성향이 그러했고, 이번 첫 EP 『Savage』의 동명 타이틀곡인 이 노래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2020년대의 SMP는 보다 현재의 트렌드에 발을 담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트랩 비트와 현재 힙합 트렌드의 특징을 반영한 랩으로만 이뤄진 벌스나, YG쪽 트랙들에서 들을 법한 중간 브릿지들, 짧지만 꽤 비장한 멜로디의 후렴까지 역시 3곡을 하나로 합친 듯한 느낌은 꽤 기묘하다. 파트 별로 뜯어본다면 사운드와 비트의 구성에 들인 공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다만 SMP적 구성의 극단을 달렸던 지난 히트곡 「Next Level」과 비교한다면 가사가 전하는 ‘비장한 전투(?)’에 집중하느라 멜로딕 파트가 상대적으로 기억에 확실히 각인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에스파라는 그룹이 가진 컨셉트와 세계관을 전달하는 데는 분명 확실한 기능을 할 곡이지만, 그 외에 ‘편한 K-POP을 듣고픈 이들’에겐 여전히 작은 불편함이 남을 듯한 트랙이다. ★★★

 

[박병운] 문득 세계관 스터디까지 했던 이달의소녀 데뷔 당시가 떠올랐는데, 지금 와 돌이켜보면 그건 차라리 순한 맛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곡의 서두를 장악한 드럼앤베이스의 타격감과 퓨처리즘의 공기는, 보도 자료의 패기처럼 대단히 '멀티버스'적일뿐더러 이제부터 빡센 SMP가 시작퇼 테니 단단히 각오하라는 공격적인 선언처럼 들린다. 그 안에서 여전히 씩씩하게 ‘이마짚’을 유발하는 유영진의 작사감각은 시대와 무방하게 '살아 있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Zu Zu Zu Zu'와'Get me g'et me now' 구절을 반복하는 트랩 장르의 매혹이, 제작공정에서 적지 않은 계산을 했으리라 짐작하게 한다. ★★★★

 

[열심히] 분명히 여기저기, 어딘가 굉장히 촌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고전 SMP(?)를 연상시키는 요란하면서도 극적인 전개의 전환도 그렇고, 예의 직설적인 단어나 비주얼로 표현하는 자기 세계관 설파 같은 것들도 그렇죠. 반면, 사운드나 가창은 날카롭고 최신의 마무리 손길을 거쳤다는 티를 팍팍 냅니다. 무작정 채우기보다 극적으로 소리를 빼거나, 불온한 공간 연출과 빡센 어택감의 비트를 연마해서 내어놓는 등 이 곡의 사운드를 구성하는 재료들은 분명 SM의 경험치 최첨단에 서 있습니다. 이 대비되는 두 방향의 충돌이 워낙 선명해서 후크송이나 기승전결의 전형성보다도 앞서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Next Level」(2021)과 달리 특정 파트의 흡인력보다는, 곡 전체가 주는 강렬한 인상과 스토리텔링을 청자가 더 빡세게 기억하게 되거든요. 막상 프로듀서진은 이러한 충돌이 주는 강한 임팩트 때문인지 이절 정제하기보다 그대로 놓아두었는데, 그것이 「Savage」 자체의 개성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SMP가 거쳤던 십여년의 영욕을 아는 사람들은 익숙한 키치함과 빡센 만듦새 간의 이질감으로, 뒷세대는 그냥 그 자체로 독특한 전개와 구성이겠거니 하며 감상이 갈릴 듯 합니다. 몇 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꽤 안정적으로 방향을 잡은 랩 파트 디자인이나, 힘과 음색을 둘 다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보컬 애드립 디렉팅 등도 이 곡의 나름 준수한 성취네요. ★★★☆

 

[유성은] 전작인 「Black Mamba」(2020)와 「Next Level」에 비해 BPM을 상당히 늦춘 트랩 비트에 20년전의 보아나, 에스이에스에게서 듣던 유영진식 알앤비를 군데군데 과감하게 컨버젼해낸 독특한 곡이다. 냉막하게까지 느껴지는 금속성의 위협적인 비트가 곡의 트렌디한 풍모를 끌어 올리고, 적재적소에 프레이즈를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치밀한 중독성을 가져간다. 핵심 파트에 드문드문 삽입한 윈터와 링링의 알앤비 멜로디 라인에서는 익숙한 대중성으로 안심시키는 전형적인 SM 고음 보컬의 계보가 그대로 느껴진다. 마치 있지의 「달라달라」(2019)나 레드벨벳의 「RBB」(2018) 같은 투트랙 스타일의 곡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훨씬 트렌디 하면서도 통속적인 양극단을 넘나든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진일보한 SMP의 자신감 있는 행보를 과감히 투영시키다 보니, 유튜브조회, 스트리밍, 음반 판매에서 모두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블랙핑크의 세계화에 대한 SM의 응답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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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Savage
    유영진
    Kirsten Collins, Alex Jia Lih Hiew, 유영진, Jeremy “Tay” Jasper, Hautboi Rich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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