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말레나》(2000)의 한 장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곡이 당신의 사랑이 아닌 나의 사랑이 중요하다는 존재론을 특유의 신체적인 사고로 풀어낸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루브와 톤을 중시한 사운드 메이킹이 그런 지점과 더불어 작동한다. 다소 좁은 영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가도, 기어이 일관된 사운드를 유지하며 점차 감정의 폭을 넓힌다. 그 점이 아주 자연스럽고 신중하게 이뤄졌다. 만든 이의 솜씨와 의도한 바가 모두 적절한 일렉트로니카 팝 트랙. ★★★☆

[김성환] 『Room:Night』(2019) EP 이후 2년만에 공개된 우주멍게의 첫 정규 앨범 『Adult Only』의 타이틀곡. 앨범 제목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이번 앨범에서 펼치는 전체적인 서사는 바로 ‘성년으로서의 사랑과 삶’에 대한 솔직한 감정들과 고민의 이야기들이다. 그녀가 구축하는 사운드는 그녀의 보컬 음색이 전하는 은은한 관능성과 앰비언트함과 미니멀함 속에서도 댄서블한 리듬감을 놓치지 않는 구성 면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개성을 갖추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 지향점은 더 깊어졌으며, 그 특징을 잘 보여주는 트랙 중 하나가 이 곡 「Man, I Don't Need Your Lighter」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밤에 대한 주체적 선택’을 테마로 한 곡의 메시지도 참신하지만, 1990년대 초 주류 댄스 팝 시장으로 올라왔던 하우스 리듬과 비트를 보다 유연하게 풀어낸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클럽 지향적인 사운드로도 들어도, 앉아서 감상의 태도로 들어도 모두 잘 어울리는 순도 높은 일렉트로닉 팝 트랙이다. ★★★☆

[유성은] 알앤비의 무드가 가득한 색감의 보컬로 시작한 후, 몽롱하고 신비한 하우스의 세계로 향하는 '충동'에 대한 곡이다. 시종일관 간결한 사운드의 와중에도 그루브한 리듬의 가속을 늦추지 않으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상태의 세밀한 변화에 집중한다. 감정없이 입으로만 되뇌이는 "I Don't Need Your Light/ I Don't Need Your Love"의 지독한 반복으로 끈적끈적한 중독성을 형성하다가, 결국 현상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화자의 욕구를 형상화해낸 댄서블한 종결이 기다리고 있다. 특정 시기, 시간, 순간에 대한 민감한 감정의 '변화'를 음악적으로 잘 형상화한 일렉트로니카. ★★★☆

[차유정] 슬로우한 감성으로만 표현되곤 했던 우울한 감정이 빠른 호흡과 과장된 사운드로 새로운 옷을 입었다. 겉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넥스트 페이지를 넘기는 개인의 자아를 어설프게라도 돌아보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지만, 우울감과 숨어있는 모멸감을 전달하는 과정속에서 쏟아진 감정들을 하이톤으로 들려주면서 외려 과장된 느낌 안에 솔직한 면모를 드러내 주는듯 하다. 비트음악이 줄 수 있는 뻔함이 아닌 비트로 표현할수 있는 또 다른 정서의 실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