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같은 학교 동기인 세 멤버가 의기투합해 결성된 퓨전 훵크 밴드 터틀릿의 첫 셀프 타이틀 EP 수록곡. 훵키한 리듬감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퓨전 재즈’ 계열 음악들에서 강조하는 각 파트의 연주가 부딪치는 긴장감과 어우러지는 유연함의 조화가 잘 이뤄진 트랙 4곡이 담겨있다. (밴드에게 물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아마도 영화 《슈퍼 배드》(2010)에 처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곡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봤다. 근데 그게 아니란다. 컴퓨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작은 캐릭터들이라고. 어쨌든 작지만 항상 바쁘게, 떼를 지어 움직인다는 것은 두 캐릭터가 별반 다르지 않기에 곡의 템포 역시 빠르고, 경쾌하고, 드라이빙감이 강하다. 촘촘하게 훵키한 기타 스트로크와 화려한 솔로잉, 그리고 멜로디 라인을 긁어대는 베이스의 그루브, 탄탄한 비트를 구축하는 드럼 연주까지 곡의 전개의 변화무쌍함에도 연주의 합이 중심을 잘 지킨다. 특히 살짝 이펙터 먹여 날카롭게 휘몰아치는 중반부의 기타 솔로는 곡의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구성과 연주 면에서 어느 쪽도 소홀함이 없는, 밴드 포맷의 소울 훵키 퓨전 사운드가 갖는 매력을 극대화한 괜찮은 곡이다. ★★★☆

[정병욱] 훵키하고 흥겨운 퓨전재즈 그루브를 기조로 팝다운 경쾌함과 블루스다운 끈적임을 오가는 연주 음악을 들려준다. 온전한 주류 지향이나 반대로 완연한 작곡 지향도 택하지 않은 채 적절히 도구와 방법을 바꿔 나가며 주제 중심으로 펼쳐 나가는 연주가 신진 밴드답지 않은 노련함을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본작은 스스로도 밝힌 특정 영화 캐릭터와 게임 내 등장 요소를 모두 연상하게 하는 제목과 이를 바탕으로 풀어낸 연주의 합을 맞추는 재미가 쏠쏠하다. FX 및 보이스 샘플을 활용한 장난스러운 활기와 공격적인 연주 에너지, 적절한 템포 변화와 그때그때 변화하는 분위기, 전략적으로 치고 빠지는 솔로잉 등 음반 내에서도 가장 풍성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갖춘 곡. 주제의 감각을 묘사하는 데 있어 추상적인 면모나 상상을 최대한 가미할 수밖에 없는 나머지 수록곡과 달리 유독 구체적인 대상을 소재로 삼음으로써 오히려 표현의 한정하기보다 그 폭을 넓힌 영리한 경우다. ★★★☆

[조일동] 쩍쩍대는 블루스 록을 연상시키는 기타 솔로가 신나게 휘젓고 나면 1980년대 Shrapnel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에서 들을 법한 기타 솔로가 등장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두 솔로 사이를 가르는 클라비넷의 연주도 후반부 기타 솔로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가교로 역할을 하고 있다. 림샷과 베이스 솔로가 분위기를 한 번 더 조여주는 마무리도 매력적이다. 이런 스타일이라면 와와 페달을 사용해서 감겨드는 기타 리듬 커팅이 곡을 채울 법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정석이라 여기는 연주를 벗어나는 쾌감을 노렸다 싶기도 하다. 게스트를 통해 훵크의 정석을 비껴가는 솔로를 배치한 것도 그렇고 정공법을 알지만, 터틀릿 스타일로 새롭게 재구성하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진다. 도전과 도전을 뒷받침하는 실력이 좋다. ★★★☆

[차유정] 비트와 리듬으로 옮아낸 훵크의 틀 안에서 자신들이 흡입하고 내뱉을 수 있는 테크닉을 맘껏 발산한다. 전체적으로는 귀여운 사운드를 표방하는 듯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시간을 정해놓고 속주에 가까운 방식으로 곡을 완결하려고 한 부분이 흥미롭고 그럼에도 수다스럽지않고 별로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적절히 비트를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