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깔끔한 터치로 거침없이 멜로디를 훑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텐션 있는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베이스를 비롯하여 듣는 재미가 쏠쏠한 세션도 세션이지만, 무엇보다 이 곡이 성취한 독특한 미감은 싱글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곱씹어볼만 하다. 무엇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아주 당차게 밀어붙이는 전개가 이 곡에 장쾌함을 불어넣는다. 홍기의 프로듀싱도 프로듀싱이지만, 허루나벨라가 아니었던들 제대로 성립하지 못하였으리라. 데뷔 싱글임에도 이런 수작을 내놓은 것에 일단 박수를 먼저 보낸다. ★★★☆

[정병욱]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커버곡 선택이 시이나 링고(椎名林檎)나 쏜애플 등이라는 점에서 그의 스타일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훵키한 리듬감의 기타 피킹 사운드를 충분히 살린 채 갈수록 에너지를 더하는 록킹한 연주가 그렇고, 추상적인 개념과 감정을 마치 선명한 풍경처럼 그리는 가사가 더욱더 그렇다. 단순히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오롯이 힘 조절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과잉 되게 표하는 보컬과 보컬 파트의 선율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방식, 비교적 어두운 감정과 상황을 밝고 공격적인 양면성으로 소화하는 것 또한 익숙하면서 반가운 요소다. 첫 번째 공식 싱글인 이 노래에서 그는 ‘狐濡尾’(호유미)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끌어들인다. 일종의 조심스레 노력과 정성을 들인 일이 결국 실패로 귀결됐을 때의 허탈감과 좌절을 격정적으로 풀어낸 노래다. 극한 상황이나 뜻하지 않은 결과 앞에 광기가 확장하는 순간을 그리기에 제격이다. ★★★

[조일동] 속도감 넘치는 기타 리듬 스트로크와 슬랩과 플러킹으로 만드는 역동적인 베이스 기타, 복잡하진 않지만 힘 있게 전체를 끌고 나가는 드럼까지 곡의 뼈대가 단단하다. 덕분에 ‘아스라이 몰려오는 여우비’의 감성이 조금 과격하게 설명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헌데, 이 괴리감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가사와 겉도는 음악이 아티스트가 밝힌 새벽의 정서, 조용한 술집과 대조되는 불나는 배달앱으로 바쁜 코로나 속 도시의 새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