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레게 스타일의 리듬 기타가 주요한 뼈대지만, 특유의 토속성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다. 코러스나 에코를 사용하는 방식은 덥(Dub)에 가깝지만, 이를 경제적으로 배치하고 전자 드럼을 이용하며 보컬 톤을 사뭇 건조하게 처리하는 걸 보면 덥에 완전히 기대지도 않는다. 그저 남는 것은 건조한 보컬과 규칙적인 리듬 기타의 영원할 듯한 이중주다. 감정에 멀찌감치 떨어졌기에 되려 단단하고, 정갈하다. 그저 약간의 시점 변화만을 도모했을 뿐인데 놀라운 그루브를 창안한다. 그래서 되려 마음놓고 들을 수 있다. ★★★★

[조일동] 느긋하게 늘어지는 소울-훵크 리듬을 양껏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다. 느린 연주 속에 느껴지는 시문의 맛깔스런 리듬 커팅은 장르의 매력이 무엇인지 확인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 음악의 의미는 단순히 수 십 년 전 미국에서 들을 법한 연주와 현재적 의미의 정교한 알앤비 보컬 스타일을 엮어놓았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부캐 개발이 대세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변신하며 바쁘게 살라고, 그게 미덕인 시대라 주장하는 오늘을 성찰하게 만드는 소리의 향연이다. 음 하나하나가 따스하다. ★★★★

[차유정] 'Lazy' 라는 단어보다 'Free' 라는 단어가 좀더 어울리는 싱글이다. 느릿한 팝을 구사하면서도 리듬감을 잘 살린 측면이 돋보인다. 편안하게 들을수 있는 팝 넘버가 외려 더 만들기는 어려운 현실로 봤을 때, 선택한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간략하게 표현했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