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진보는 좋은 가수이자 영리한 프로듀서다. 드럼앤베이스에 가까운 비트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쪼개지는 형국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느릿하게 이어간다. 그 점이 외려 곡 전체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래서 곡이 주는 무게감에 중심이 딱 잡혀있다. 그런 균형감각이야말로 진보의 본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싱글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매몰되어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갇힌 사람과 자신의 안에 전체보다 큰 무엇을 발견하며 방의 넓이를 더욱 넓히는 사람이 있다. 진보는 명백한 후자다. ★★★☆

[박병운] 드럼앤베이스의 굴림 속에, 그리고 트랩의 질주감 위에 진보가 탑승한다. 휠을 쥔 진보의 여유로움이 그간 그의 단독 음반을 기대했던 이들의 기다림을 채워준다. 직관적인 즐거움을 내비치며, 그간 한국대중음악 내부 안에서 장르 플레이어로써 이런저런 호출을 받던 자신감을 반영한다. 좋은 귀환을 환영한다. ★★★☆

[열심히] 본인의 소갯글에는 간결하게 알앤비, 드럼앤베이스, 트랩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결과물은 세 스타일의 물리적 결합 이상입니다. 선명하고 예리하게 다듬어진 소스들은 칼 같이 자리를 잡으면서도 어느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습니다. 빠듯하고 촘촘하게 곡을 여는 도입부의 비트가 분절되는 전자음을 통해 공간을 확장하고, 그 안으로 보컬이 울림을 타고 들어오는 초반부 30여초만으로도 이미 범상치 않죠. 전형적인 반복이나 뻔한 타이밍에의 서사는 일절 지양하는 빳빳한 곤조로, 이 곡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상 경험을 제공합니다. 대중가요의 통속성에 대한 편견에 관대해질 수 있는 만큼 신박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류의 재미를 갖춘 곡입니다. ★★★★